스스로 자리를 만들어 낸 사람들의 인생에는 뭔가 특별한 것이 있다. 특히 세계 시장에서 1등 가는 기업을 일군 사업가들의 인생은 깊이 들여다볼 만한 가치가 있다.

한국에도 잘 알려진 자전거 브랜드 ‘자이언트’는 흔히 자전거업계의 도요타로 불린다. 창업자 킹 리우(劉金標·류진뱌오) 회장은 매출 세계 1위 자이언트의 창업자로 매출 2조2000억원을 올리는 글로벌 브랜드를 만들어냈다. 그의 인생과 사업에 대해 짜임새 있게 쓰인 자서전이자 경영서가 《자전거 타는 CEO》다.

이 책에는 젊은 날 숱한 시행착오를 경험한 끝에 50세 무렵부터 제대로 자리잡기 시작한 한 인간의 경험에서 우러나오는 지혜가 듬뿍 들어 있다. 그는 한계에 도전한 사람이다. 여러 질환에 시달리던 73세 때에 자전거 일주를 시도해 주변 사람들을 깜짝 놀라게 한 일도 있다. 여기서 용기를 얻은 그는 80세 때도 또 한 번의 자전거 일주에 도전한다.

그는 모범생 출신이 아니다. 나이 쉰이 될 때까지 쉬운 돈을 좇아서 이리 뛰고 저리 뛴 인물이다. 어려움을 겪던 중 우연히 자전거 사업에 뛰어들었고 쉰이 넘어서야 쉬운 돈은 없다는 사실을 깨우쳤다.

그는 “능력은 부딪치는 만큼 보인다”고 말한다. 이 문장에는 그의 인생철학이 오롯이 담겨 있다. “좋든 싫든 인생이든 사업이든 자신을 알아가는 과정이다. 실전에 부딪혀봐야 나의 능력이 어디까지인지, 어느 정도까지 향상할 수 있을지를 깨닫는다.”

다시 말하면 이런저런 핑계로 해보지 않으면 자신이 누구인지도 모른 채 저세상으로 가게 된다. 그는 사업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시장과 수요의 존재라고 말한다. 제조업을 하면서 그가 깨우친 단순한 진리는 돈을 우선순위에 놓고 달려가면 돈을 벌 수 없다는 사실이다. “사업이 성공하려면 이윤 이상의 가치가 분명 존재해야 한다. 사회적으로 의미 있는 일이거나, 혹은 소비자의 기대를 뛰어넘는 제품이나 서비스를 제공해야 한다.”

그는 “나아가다”란 표현과 더불어 “사업은 자전거와 같아서 페달을 밟으면 나아가지만 밟지 않으면 넘어진다”는 이야기를 즐겨한다. 그는 자전거 일주와 관련해서도 나름의 소신을 피력한다. 자전거 일주야말로 100% 자신의 힘으로 바퀴를 굴려야 하는 일이며 어떤 운도 끼어들 여지가 없는 인생의 기록이라고 말한다. 그가 이런저런 사업을 하면서 젊은 날을 보내고 오십에 깨우친 진실은 무엇일까. “무얼 하든 노력을 쏟아붓고 성실히 운영해야 성공할 수 있으며, 오십까지 사업이 성공하지 못했던 것은 진심이 전혀 없었기 때문이다.”

무슨 일을 하든 진정성과 진심이 없으면 되는 게 없을 것이다. 그는 자신이 추구해온 ‘온리원’ 전략으로 부품 규격 통일, 자체브랜드 확보, 탄소섬유 프레임 개발, 엄격한 평가를 통한 중국 진출, 타이완 자전거 섬 개발, 새로운 자전거 문화 보급 등을 든다. 잔잔한 감동과 함께 단순하지만 심오한 지혜가 담긴 책이다. 불황을 타개하기 위해 노력하는 경영자들이 읽고 용기와 지혜를 얻었으면 하는 바람이다.

공병호 < 공병호경영연구소장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