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분기 부진한 실적을 발표한 삼성엔지니어링의 최근 한 달 새 주가가 20% 가까이 상승해 관심을 모으고 있다. 회사의 수주잔액 증가로 실적 개선 가능성이 커진 데다 삼성물산과의 합병설이 돌면서 주가가 올랐다는 분석이 나온다.

영업익 70% 줄었는데… 한 달새 20% 뛴 삼성엔지니어링
8일 유가증권시장에서 삼성엔지니어링은 250원(1.87%) 하락한 1만3100원에 마감했다. 이날 소폭 조정을 받기는 했지만, 삼성엔지니어링은 지난 9월25일(종가 1만300원)을 저점으로 이후 뚜렷한 상승 궤적을 그리고 있다. 10월 이후 이날까지 19.09% 올랐다.

삼성엔지니어링은 최근 시장의 예상보다 훨씬 부진한 3분기 실적을 발표했다. 매출과 영업이익이 각각 1조2942억원, 153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20.6%, 71.2% 감소했다. 영업이익은 발표 전 컨센서스(증권사 추정치 평균)에 비해 30.1%가량 적었다. 회사 관계자는 “아랍에미리트(UAE) 카본블랙(CBDC) 정유공장 등 그동안 회사의 발목을 잡았던 해외 저가수주 프로젝트에서 비용이 계속 발생해 실적이 부진했다”고 설명했다.

부진한 실적에도 불구하고 외국인과 기관투자가는 최근 삼성엔지니어링을 ‘쌍끌이’ 매수하고 있다. 외국인과 기관은 지난달 이후 이 종목을 각각 969억원, 545억원어치 순매수했다.

‘큰손’들은 이미 주가에 반영돼 있는 부실 프로젝트보다 수주 증가에 높은 점수를 주고 있다는 게 증권업계 분석이다. 올해 회사의 누적 수주액(1~3분기)은 4조9038억원으로 작년 같은 기간보다 30%가량 증가했다.

3분기 들어 삼성엔지니어링은 태국에서 3000억원 규모 석유화학플랜트, 오만에서 1조원대 정유플랜트 공사를 수주했다. 이경자 한국투자증권 연구원은 “올 3분기 회사의 수주잔액은 8조7000억원으로 2012년 이후 처음으로 전 분기 말보다 늘어났다”며 “매출이 증가하면서 실적도 개선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국제유가가 상승세를 보이면서 중동에서 각종 건설 발주가 늘어날 것이라는 기대감도 투자 심리를 자극했다.

일각에선 최근 불거진 삼성물산과의 ‘합병설’도 주가에 영향을 주고 있는 것으로 보고 있다. 삼성물산 건설부문은 서울 상일동에 있는 삼성엔지니어링 사옥 일부를 내년부터 임차해 쓰겠다고 발표했다.

2016년 3월 서울 서초동에서 경기 판교 알파돔시티로 사옥을 옮긴 삼성물산 건설부문이 2년이 채 안돼 삼성엔지니어링 사무실을 쓰기로 결정하자 업종이 일부 겹치는 두 회사 간 합병설이 다시 제기됐다. 일부 기관투자가들은 삼성물산이 보유하고 있던 한화종합화학 지분을 매각하기로 한 게 삼성엔지니어링과의 합병을 염두에 둔 것으로 보고 있다.

한 애널리스트는 “삼성물산과의 합병설은 해묵은 얘기지만 최근 양사의 합병 가능성이 더 커졌다고 판단한 투자자가 늘었다”며 “삼성물산이 한화종합화학 지분 매각으로 생긴 자금을 합병에 쓸 것으로 보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김동현 기자 3cod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