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비자가 카운터서 주문하는
캐주얼·모던한 FCD 매장 확대
식사 대용·간식으로 찾는 수요↑
"매장 500개로…1위 되찾겠다"
한동안 위축됐던 피자 레스토랑의 ‘원조’ 피자헛이 다시 국내 시장 공략에 나섰다. 배달에만 집중하는 경쟁사와 달리 패스트푸드점과 레스토랑의 장점을 결합한 ‘패스트캐주얼다이닝(FCD)’ 매장을 확대해 업계 1위 자리를 되찾겠다는 목표다.
◆“점심과 저녁 사이 수요 잡겠다”
피자헛은 지난 3월 FCD 매장을 도입했다. 패스트푸드점처럼 고객이 직접 카운터에서 메뉴를 주문하지만, 다양한 메뉴와 캐주얼하면서도 세련된 인테리어로 레스토랑 분위기를 살렸다. 이곳에선 피자를 구울 때 기존 컨베이어벨트식 오븐 대신 고급 이탈리안 레스토랑에서 사용하는 데크 오븐을 사용한다. 매장 위치는 아파트나 주택 등 주거단지 밀집 지역을 택했다.
FCD 매장에선 일반 피자헛 메뉴를 비롯해 4000~9000원대 런치세트와 혼자 먹기 좋은 8인치 소형 피자, 샐러드, 커피, 맥주 등 다양한 메뉴를 판다. ‘혼밥족’부터 단체 고객까지 다양한 유형의 소비자가 찾는다. 가벼운 메뉴가 많아 오후 3~5시대 손님도 많다. FCD 매장의 점심과 저녁 사이 시간대 주문 비율은 24%로, 기존 피자헛 레스토랑(18%)보다 높다는 게 회사 측 설명이다.
피자헛이 배달 위주로 재편된 피자시장에서 레스토랑을 확장하는 건 여전히 집 근처에 나가 피자 등 간편한 음식으로 한 끼를 해결하려는 수요가 있는 것으로 파악했기 때문이다. 1인 가구는 피자 한 판을 주문해 남기기보다 레스토랑에서 한두 조각 골라 먹고 가는 경우가 많다. 스티븐 리 한국피자헛 대표(사진)는 “과거 피자는 멀리 있는 곳에 일부러 찾아가 먹는 특별한 음식이었지만 지금 소비자들은 집 근처에서 부담 없이 즐기길 원하고 있다”며 “FCD 매장은 일반 피자헛 레스토랑보다 주문 건수가 약 세 배 많고 재방문 의향률이 90%일 정도로 좋은 반응을 얻고 있다”고 말했다. 피자헛은 구리도농점, 청주가경점, 평택소사벌점 등 세 곳인 FCD 매장을 공격적으로 확대할 계획이다. FCD 매장을 포함해 현재 322개인 피자헛 매장 수를 500개까지 늘린다는 목표다.
◆주인 바뀌면서 의사결정 빨라져
1985년 한국에 진출한 피자헛은 피자시장 위축과 경쟁 과열로 어려움을 겪었다. 2013년부터 2015년까지 영업손실을 냈고 같은 기간 매출은 1451억원에서 893억원으로 쪼그라들었다. 업계 순위도 도미노피자와 미스터피자에 밀려 3위로 내려앉았다. 리 대표는 “직영점을 가맹점으로 돌리면서 매출이 영향을 받기도 했지만 소비자의 변화 요구에 충분히 귀 기울이지 못한 부분도 컸다”고 말했다. 이후 정기적으로 면밀하게 소비자 인식을 조사, 메뉴나 매장 정책 등에 적극 반영해 FCD 매장 도입 등 가시적인 변화가 나타나고 있다고 그는 덧붙였다.
실적도 나아지고 있다. ‘크런치 치즈 스테이크 피자’ 등 신제품 효과로 작년 하반기부터는 반기 매출이 전년 동기 대비 20%씩 늘고 있다.
리 대표는 지난 8월 마스터프랜차이즈 전환을 계기로 피자헛의 의사결정이 빨라지고 성장이 속도를 낼 것이라고 설명했다. 30여 년간 미국 외식기업 염브랜드가 운영해온 한국 피자헛은 지난 8월31일 국내 투자회사 오차드원으로 주인이 바뀌었다.
이유정 기자 yjle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