블랙야크가 '괴짜 도시 포틀랜드' 책을 낸 이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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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태선 회장, 지속 가능 브랜드 전략 '승부수'
2년 전 슬로패션 '나우' 인수
재활용·유기농 소재 고집
브랜드 철학 잡지로 소개
"공장에서 옷 찍는 시대 끝나
젊은층과 라이프 스타일 공유"
2년 전 슬로패션 '나우' 인수
재활용·유기농 소재 고집
브랜드 철학 잡지로 소개
"공장에서 옷 찍는 시대 끝나
젊은층과 라이프 스타일 공유"
아웃도어 브랜드 블랙야크 강태선 회장(사진)은 요즘 만나는 사람들에게 책을 선물한다. 책 제목은 《나우(nau) 매거진》. 6개월마다 한 도시를 주제로 발행할 예정인 이 매거진이 선정한 첫 번째 도시는 미국 포틀랜드다. 블랙야크가 2015년 인수한 브랜드 ‘나우’가 이 도시에서 태어났다. 화보집이 아니라 도시를 가지고 아웃도어 브랜드가 마케팅하는 것은 이례적이다. 강 회장은 “나우라는 브랜드에는 포틀랜드의 정신이 반영돼 있고 그 도시는 앞으로 우리가 어떻게 바뀌어야 할지에 대해 많은 영감을 준다”고 설명했다. 이 브랜드를 인수하고 책까지 내게 된 스토리는 2009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새로운 브랜드 마케팅
강 회장의 아들인 강준석 블랙야크 미래전략실 상무는 미국 위스콘신대에서 공부하던 시절 나우라는 브랜드 매장에 들러 재킷을 하나 샀다. 매장 직원은 제품을 바로 주지 않고 “집으로 배송해주겠다”고 했다. 이상해서 이유를 물었다. 직원은 “물류창고에서 집으로 바로 보내면 매장을 거치는 것보다 포장재와 운반 시 발생하는 환경오염을 줄일 수 있기 때문”이라고 답했다. 재활용 원단으로 옷을 만들고, 환경오염을 줄여보겠다는 기업의 원칙 때문이었다. 강 상무는 기업과 사회의 지속가능성에 대한 집착이 인상적이라고 생각했다.
그로부터 6년 뒤 블랙야크는 나우를 인수했다. 업계에선 “그게 무슨 브랜드냐”고들 했다. 재활용 원단으로만 옷을 만들고 제조공정에서 인권 침해를 하지 않는 등 ‘과정’을 중시하는 ‘슬로 패션’ 브랜드 나우를 아는 사람은 거의 없었다.
2년간 브랜드에 걸맞은 마케팅을 고민한 블랙야크는 책을 선택했다. 최근 나온 나우매거진이 그 결과물이다. 수익금은 모두 환경단체에 기부할 예정이다.
◆블랙야크의 미래를 찾기 위해
나우를 인수하고 매거진을 낸 것은 향후 블랙야크가 갈 길을 보여준 것이라고 강 회장은 설명했다. 공장에서 싸게 찍어낸 옷을 입고, 쉽게 버리는 시대는 오래가지 못할 것이란 얘기다. 강 회장은 “지속가능성에 대한 철학이 없으면 그 기업은 새로운 시대에 적응하지 못할 것”이라고 말했다. 나우매거진은 블랙야크가 ‘지속가능성’을 추구하는 목표를 행동으로 옮긴 첫 번째 시도다.
주제를 나우의 고향인 포틀랜드로 선정한 이유도 같은 맥락이다. 포틀랜드는 도시 자체가 ‘이상한(weird) 사람들의 도시’를 지향한다. 오래 사용할 수 있는 물건을 직접 만들어 쓰고, 타인의 삶을 존중하는 라이프 스타일을 지향하는 사람들이 모여 산다. 자유로운 근무환경으로 유명한 나이키와 아디다스 본사가 있는 곳이다. 언더아머 등도 본거지를 포틀랜드로 옮겼다. 나우는 나이키와 파타고니아 출신들이 나와서 만든 브랜드다.
나우매거진은 이 도시의 로컬 브랜드들을 소개한다. 나무로 만든 안경, 한 달 동안 한 개밖에 못 만드는 수제 통기타, 수공예품만 모아 판매하는 편집숍, 폐공장을 개조해 세운 아트 공방 등이다. 대기업에서 생산한 맥주를 거부하고 브루어리에서 공들여 제조한 수제맥주를 마시는 지역 사람들의 스토리도 담았다. 모두 나우가 추구하는 마인드를 갖춘 기업이다. ◆“브랜드 정체성이 성장동력”
나우의 전략도 지속가능성을 통한 차별화다. 모든 원자재가 재활용한 것이다. 솜은 유기농 인증을 받은 것만 쓴다. 수익의 일부는 환경단체 등에 기부한다. 블랙야크는 나우를 앞세워 미국 시장에 진출한다는 장기 계획도 세웠다. 또 제주 중문단지에 짓고 있는 ‘블랙야크 단지’ 안에 나우 한국지사를 설립해 포틀랜드와 비슷한 근무환경을 조성하는 방안도 검토 중이다.
민지혜 기자 spop@hankyung.com
◆새로운 브랜드 마케팅
강 회장의 아들인 강준석 블랙야크 미래전략실 상무는 미국 위스콘신대에서 공부하던 시절 나우라는 브랜드 매장에 들러 재킷을 하나 샀다. 매장 직원은 제품을 바로 주지 않고 “집으로 배송해주겠다”고 했다. 이상해서 이유를 물었다. 직원은 “물류창고에서 집으로 바로 보내면 매장을 거치는 것보다 포장재와 운반 시 발생하는 환경오염을 줄일 수 있기 때문”이라고 답했다. 재활용 원단으로 옷을 만들고, 환경오염을 줄여보겠다는 기업의 원칙 때문이었다. 강 상무는 기업과 사회의 지속가능성에 대한 집착이 인상적이라고 생각했다.
그로부터 6년 뒤 블랙야크는 나우를 인수했다. 업계에선 “그게 무슨 브랜드냐”고들 했다. 재활용 원단으로만 옷을 만들고 제조공정에서 인권 침해를 하지 않는 등 ‘과정’을 중시하는 ‘슬로 패션’ 브랜드 나우를 아는 사람은 거의 없었다.
2년간 브랜드에 걸맞은 마케팅을 고민한 블랙야크는 책을 선택했다. 최근 나온 나우매거진이 그 결과물이다. 수익금은 모두 환경단체에 기부할 예정이다.
◆블랙야크의 미래를 찾기 위해
나우를 인수하고 매거진을 낸 것은 향후 블랙야크가 갈 길을 보여준 것이라고 강 회장은 설명했다. 공장에서 싸게 찍어낸 옷을 입고, 쉽게 버리는 시대는 오래가지 못할 것이란 얘기다. 강 회장은 “지속가능성에 대한 철학이 없으면 그 기업은 새로운 시대에 적응하지 못할 것”이라고 말했다. 나우매거진은 블랙야크가 ‘지속가능성’을 추구하는 목표를 행동으로 옮긴 첫 번째 시도다.
주제를 나우의 고향인 포틀랜드로 선정한 이유도 같은 맥락이다. 포틀랜드는 도시 자체가 ‘이상한(weird) 사람들의 도시’를 지향한다. 오래 사용할 수 있는 물건을 직접 만들어 쓰고, 타인의 삶을 존중하는 라이프 스타일을 지향하는 사람들이 모여 산다. 자유로운 근무환경으로 유명한 나이키와 아디다스 본사가 있는 곳이다. 언더아머 등도 본거지를 포틀랜드로 옮겼다. 나우는 나이키와 파타고니아 출신들이 나와서 만든 브랜드다.
나우매거진은 이 도시의 로컬 브랜드들을 소개한다. 나무로 만든 안경, 한 달 동안 한 개밖에 못 만드는 수제 통기타, 수공예품만 모아 판매하는 편집숍, 폐공장을 개조해 세운 아트 공방 등이다. 대기업에서 생산한 맥주를 거부하고 브루어리에서 공들여 제조한 수제맥주를 마시는 지역 사람들의 스토리도 담았다. 모두 나우가 추구하는 마인드를 갖춘 기업이다. ◆“브랜드 정체성이 성장동력”
나우의 전략도 지속가능성을 통한 차별화다. 모든 원자재가 재활용한 것이다. 솜은 유기농 인증을 받은 것만 쓴다. 수익의 일부는 환경단체 등에 기부한다. 블랙야크는 나우를 앞세워 미국 시장에 진출한다는 장기 계획도 세웠다. 또 제주 중문단지에 짓고 있는 ‘블랙야크 단지’ 안에 나우 한국지사를 설립해 포틀랜드와 비슷한 근무환경을 조성하는 방안도 검토 중이다.
민지혜 기자 spop@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