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중관계 복원] 고무된 롯데 중국본부… 한국기업 일제히 반색
정주호·심재훈 특파원 = 한국과 중국 정부가 사드 갈등을 봉합하고 조속한 관계 정상화에 합의한데 대해 중국에 진출한 한국기업들이 일제히 반색했다.

현지 한국 교민들도 한중간 사드 갈등으로 불편했던 마음을 털어낼 계기가 마련됐다며 환영의 뜻을 표했다.

특히 이번 사태 변화를 가장 민감하게 주시하고 있는 기업이 롯데그룹이다.

상하이의 롯데 중국본부는 한중 정부간 사드 합의 결과에 크게 고무돼 있다.

현지 롯데 관계자는 "매장에 대한 소방점검 봉인 해제 등이 곧바로 이어지지는 않고 있지만 양국간 사드 합의가 롯데가 중국에서 처한 어려움을 해소하는데 큰 도움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롯데는 자사 소유 경북 성주 골프장에 사드 포대가 배치되면서 중국 보복의 표적이 돼 왔다.

지난해 12월초 중국 당국은 롯데 계열사의 전 사업장에 대해 세무조사 및 소방 및 위생점검, 안전점검 등 조치를 벌였다.

중국내 112개(슈퍼마켓 13개 포함) 롯데마트 매장은 반한 불매시위의 여파가 더해져 87개 점포의 영업이 중단되고 그나마 영업 중인 12개 점포의 매출도 80% 이상 급감하면서 지금까지 6천억원이 넘는 피해를 봤다.

시간이 갈수록 누적되는 적자를 견디다 못한 롯데마트는 현재 중국 점포의 매각을 추진 중이다.

현재 롯데에는 롯데마트 현지 매장에 대한 소방점검 봉인 해제와 선양(瀋陽) 롯데월드 프로젝트에 대한 당국의 시공허가가 급선무다.

한국행 단체여행의 재개로 롯데면세점을 찾는 중국인 관광객이 회복되는 것도 시급한 일이다.

롯데 관계자는 "현지 롯데마트 매장의 영업이 재개되면 매각 작업이 훨씬 수월해질 것"이라며 "반응이 좋지 않았던 식품 등 분야에서도 어느 정도 시간을 거쳐 정상화되리라 기대하고 있다"고 말했다.

현대차도 정부간 사드갈등 해소 합의에 기대감을 표출했다.

베이징 현대차 관계자는 "그동안 사드 문제가 노출될 때마다 중국내에서 반감이 커져 품질이 좋아도 한국산을 꺼리는 경향이 있었다"며 "사드 문제가 풀리면서 중국인들의 느꼈던 반한 감정이 사그라들어 한국 제품에 대한 선입관도 줄어들 것"이라고 말했다.

현대차의 올 2분기 중국시장 판매는 작년보다 42% 줄고 기아차는 64%나 급감했다.

하지만 3분기 들어서는 감소폭이 26.6%로 줄어들고 있는 중이다.

현대차 관계자는 "판매가 약간 회복되고 있으나 전체적으로 보면 아직 부족하다"며 "사드 갈등 해소에서 나아가 이제 중국인들이 한국을 전략적 파트너라는 생각을 굳히게 되는 계기가 될 수도 있다"고 강조했다.

움츠리고 있던 다른 한국 기업들도 모처럼 기지개를 폈다.

K 화장품 관계자는 "중국에 진출한 기업인들 입장에서는 모처럼 희소식"이라며 "지나친 기대는 금물이겠지만 그동안 겪었던 불편함과 곤혹스러움이 일거에 해소되는 느낌"이라고 전했다.

특히 수출입 기업 입장에서는 한국에서 들어오는 중간재를 통관하는데 이전보다는 한층 수월해질 것이라는 기대를 하고 있다.

무역협회 베이징지부 관계자는 "사드 여파로 매장 진열대에서 한국산 제품을 치워버려 중소기업들이 어려움이 많았다"며 "사드 문제가 풀리면서 통관도 쉬워지고 한국산 제품의 판매가 늘게 될 것"이라고 전했다.

그간 상당수 한국 기업들은 소방 등 인허가 문제에, 썰물처럼 빠져나가는 현지 인력, 거래를 동결, 중단하자는 중국 거래선의 압박과 씨름을 해왔다.

일부 기업들은 그동안 중국 측과 어렵게 투자 협력을 성사시켰으면서도 중국 당국의 타깃이 될까봐 이를 '쉬쉬'하기도 했다.

베이징과 상하이의 현지 한인 타운도 서서히 활기를 되찾을 것으로 보인다.

최근 상하이 한인타운인 훙취안루(虹泉路) 식당가에도 끊겼던 중국인 손님들이 서서히 돌아오는 기미를 보이고 있다.

송영희 상하이 한국상회(교민회) 회장은 "너무나 기쁜 소식"이라며 "그간 냉담했던 중국인들도 '언젠가는 관계가 다시 좋아지지 않겠느냐'는 말을 해오더니 전격적으로 사드 합의가 이뤄졌다"고 말했다.

송 회장은 "사드를 계기로 한국 기업과 교민들이 중국을 바라보는 관점이 많이 변하면서 새로운 질서가 정립됐다"며 "우리의 경쟁력과 중국의 강점을 정확히 바라보고 그 균형 선상에서 중국 사업을 진행해야 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한중관계 복원] 고무된 롯데 중국본부… 한국기업 일제히 반색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