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0대 노벨상 수상자들 '노(老)'를 논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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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5세부터 생일잔치 안하기·정년 넘어 일하기
로버트 후버 등 5명 참석한 '노벨프라이즈 다이얼로그 서울'
노화 막는 비결은
박테리아와 노화 원인 규명땐 양질의 기대수명 늘릴 수 있어
사회 고령화, 이민자로 풀어야
한국이 노벨상 타려면
예상치 못한 결과에 두려워 말고 다른 결과 나와도 연구 계속해야
꾸준한 기초과학 투자도 중요
로버트 후버 등 5명 참석한 '노벨프라이즈 다이얼로그 서울'
노화 막는 비결은
박테리아와 노화 원인 규명땐 양질의 기대수명 늘릴 수 있어
사회 고령화, 이민자로 풀어야
한국이 노벨상 타려면
예상치 못한 결과에 두려워 말고 다른 결과 나와도 연구 계속해야
꾸준한 기초과학 투자도 중요
‘65세부터 생일잔치 안 하기’ ‘정년 넘어 일하기’ ‘매일 자전거 타기’….
30일 서울 삼성동 코엑스에서 열린 ‘2017 노벨프라이즈 다이얼로그 서울’에서 노벨상 수상자들이 밝힌 ‘노화를 막는 비결’이다. 한국과학기술한림원과 스웨덴 노벨미디어는 역대 노벨상 수상자 다섯 명을 한국에 초청해 이번 행사를 열었다. 노벨상 시상식 주간 동안 스웨덴에서 열리는 문화·학술행사인 ‘노벨위크 다이얼로그’의 해외 특별행사다. 수상자들은 ‘고령화’를 주제로 다양한 이야기를 풀어냈다.
다섯 명의 노벨상 수상자를 포함해 30여 명의 세계적 석학들이 일반인들과 토론하고 생각을 공유했다. 노벨미디어가 운영하는 디지털채널로 전 세계에 생중계됐다. 그동안 스위스, 일본 등에서 개최됐고 서울에서 열린 건 이번이 처음이다. 노벨상 수상자들의 노화를 막는 비결
2004년 노벨경제학상 수상자인 핀 쉬들란 UC샌타바버라 교수는 “2020년에는 미국, 스페인 등 전 세계가 인구 고령화로 인한 재정적자 문제에 직면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세금 인상만으로 은퇴 후 노인을 부양하기 위한 재정 문제를 해결하기 어렵다”며 “일할 수 있는 20~40대 젊은 이민자를 받아들이는 것이 고령화의 해법이 될 수 있다”고 조언했다.
1993년 생리의학상 수상자인 리처드 로버츠 교수는 “노화 원인을 규명하는 데 박테리아가 중요한 역할을 할 것”이라고 말했다. 최근 주목받고 있는 체내 미생물 유전정보인 마이크로바이옴이 노화 연구의 새로운 길을 열어줄 것이라는 설명이다. 그는 “무조건 오래 사는 것이 아니라 양질의 기대수명을 늘리는 데 도움이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그는 노화를 막는 비결에 대해선 “65세 이후로는 생일잔치를 하지 않았다. 죽을 때까지 65세로 살 수 있다”며 웃었다.
1988년 노벨화학상 수상자인 로버트 후버 교수는 노화 연구에서 한의학의 가능성에 주목했다. 후버 교수는 “단백질 분석, 유전자 연구기술을 통해 노화 세포와 젊은 세포의 차이점에 대한 연구가 많이 이뤄졌다”며 “이를 기반으로 노화를 멈추거나 더디게 하는 방법이 머지않아 나올 것”이라고 예상했다. 그는 “수천 년 동안 써온 천연물이 인공화합물보다 우리 몸에 더 이롭다는 연구 결과가 있는 만큼 천연물을 탐색해 질병을 억제하는 물질을 찾아낸다면 노화 연구가 진일보할 것”이라고 기대했다.
참가자 중 80세로 최고령자인 후버 교수는 건강 비결에 대해 “지금도 매일 26㎞가량 자전거를 타고 여름엔 수영을 즐긴다”고 말했다. 유일한 여성 참가자이자 이스라엘 최초 여성 노벨상 수상자(2009년 노벨화학상)인 아다 요나트 교수는 “노화에 맞서지 말고 이해하려고 노력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한국이 노벨상 수상자 배출하려면
노벨상 수상자들은 한국 과학자들이 노벨상을 받기 위해선 정부가 기초과학에 투자해야 한다고 입을 모았다. 마티어스 피레니어스 노벨미디어 최고경영자(CEO)는 “노벨상이 수여된 분야를 보면 기초과학에 초점이 맞춰져 있다”며 “수상자의 10~20년 업적을 포함해 상을 주기 때문에 지속적인 연구개발(R&D) 투자가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줄린 지라트 노벨생리의학상 심사위원은 “우리는 과거보다 미래지향적이며 국적에 상관없이 수상자를 결정한다”며 “생물학상은 발견, 화학상은 발견과 개선, 물리학상은 발견과 발명의 구체적 영역을 두고 심사한다는 점에 주목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과학자들이 충분히 위험을 감수하고 연구를 이끌어나갈 수 있도록 정부나 기관이 연구비를 지원하고 많은 기회를 줘야 한다”고 강조했다.
로버츠 교수도 “실패하더라도 과학자들이 연구를 이어나갈 수 있는 자유를 줘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과학자들이 창의성을 발휘하려면 흥미로운 주제를 자유롭게 연구하도록 내버려 둬야 한다”며 “제품을 만들고 상업적 결과를 내라고 강요해선 안 된다”고 지적했다. 그는 “아시아에서는 나이가 많은 사람을 공경하고 연륜을 존중해주는 문화가 있다”며 “이런 장점을 살려 윗사람들이 젊은이의 아이디어를 듣고 도전할 기회를 준다면 재능 있는 과학자들이 노벨상 수상자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전예진 기자 ace@hankyung.com
30일 서울 삼성동 코엑스에서 열린 ‘2017 노벨프라이즈 다이얼로그 서울’에서 노벨상 수상자들이 밝힌 ‘노화를 막는 비결’이다. 한국과학기술한림원과 스웨덴 노벨미디어는 역대 노벨상 수상자 다섯 명을 한국에 초청해 이번 행사를 열었다. 노벨상 시상식 주간 동안 스웨덴에서 열리는 문화·학술행사인 ‘노벨위크 다이얼로그’의 해외 특별행사다. 수상자들은 ‘고령화’를 주제로 다양한 이야기를 풀어냈다.
다섯 명의 노벨상 수상자를 포함해 30여 명의 세계적 석학들이 일반인들과 토론하고 생각을 공유했다. 노벨미디어가 운영하는 디지털채널로 전 세계에 생중계됐다. 그동안 스위스, 일본 등에서 개최됐고 서울에서 열린 건 이번이 처음이다. 노벨상 수상자들의 노화를 막는 비결
2004년 노벨경제학상 수상자인 핀 쉬들란 UC샌타바버라 교수는 “2020년에는 미국, 스페인 등 전 세계가 인구 고령화로 인한 재정적자 문제에 직면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세금 인상만으로 은퇴 후 노인을 부양하기 위한 재정 문제를 해결하기 어렵다”며 “일할 수 있는 20~40대 젊은 이민자를 받아들이는 것이 고령화의 해법이 될 수 있다”고 조언했다.
1993년 생리의학상 수상자인 리처드 로버츠 교수는 “노화 원인을 규명하는 데 박테리아가 중요한 역할을 할 것”이라고 말했다. 최근 주목받고 있는 체내 미생물 유전정보인 마이크로바이옴이 노화 연구의 새로운 길을 열어줄 것이라는 설명이다. 그는 “무조건 오래 사는 것이 아니라 양질의 기대수명을 늘리는 데 도움이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그는 노화를 막는 비결에 대해선 “65세 이후로는 생일잔치를 하지 않았다. 죽을 때까지 65세로 살 수 있다”며 웃었다.
1988년 노벨화학상 수상자인 로버트 후버 교수는 노화 연구에서 한의학의 가능성에 주목했다. 후버 교수는 “단백질 분석, 유전자 연구기술을 통해 노화 세포와 젊은 세포의 차이점에 대한 연구가 많이 이뤄졌다”며 “이를 기반으로 노화를 멈추거나 더디게 하는 방법이 머지않아 나올 것”이라고 예상했다. 그는 “수천 년 동안 써온 천연물이 인공화합물보다 우리 몸에 더 이롭다는 연구 결과가 있는 만큼 천연물을 탐색해 질병을 억제하는 물질을 찾아낸다면 노화 연구가 진일보할 것”이라고 기대했다.
참가자 중 80세로 최고령자인 후버 교수는 건강 비결에 대해 “지금도 매일 26㎞가량 자전거를 타고 여름엔 수영을 즐긴다”고 말했다. 유일한 여성 참가자이자 이스라엘 최초 여성 노벨상 수상자(2009년 노벨화학상)인 아다 요나트 교수는 “노화에 맞서지 말고 이해하려고 노력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한국이 노벨상 수상자 배출하려면
노벨상 수상자들은 한국 과학자들이 노벨상을 받기 위해선 정부가 기초과학에 투자해야 한다고 입을 모았다. 마티어스 피레니어스 노벨미디어 최고경영자(CEO)는 “노벨상이 수여된 분야를 보면 기초과학에 초점이 맞춰져 있다”며 “수상자의 10~20년 업적을 포함해 상을 주기 때문에 지속적인 연구개발(R&D) 투자가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줄린 지라트 노벨생리의학상 심사위원은 “우리는 과거보다 미래지향적이며 국적에 상관없이 수상자를 결정한다”며 “생물학상은 발견, 화학상은 발견과 개선, 물리학상은 발견과 발명의 구체적 영역을 두고 심사한다는 점에 주목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과학자들이 충분히 위험을 감수하고 연구를 이끌어나갈 수 있도록 정부나 기관이 연구비를 지원하고 많은 기회를 줘야 한다”고 강조했다.
로버츠 교수도 “실패하더라도 과학자들이 연구를 이어나갈 수 있는 자유를 줘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과학자들이 창의성을 발휘하려면 흥미로운 주제를 자유롭게 연구하도록 내버려 둬야 한다”며 “제품을 만들고 상업적 결과를 내라고 강요해선 안 된다”고 지적했다. 그는 “아시아에서는 나이가 많은 사람을 공경하고 연륜을 존중해주는 문화가 있다”며 “이런 장점을 살려 윗사람들이 젊은이의 아이디어를 듣고 도전할 기회를 준다면 재능 있는 과학자들이 노벨상 수상자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전예진 기자 ac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