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의 향기] '보르도식 새참' 먹으며 나만의 와인 빚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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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보영의 걸어서 와인 속으로 - 프랑스 보르도
프랑스 남서부 보르도(Bordeaux)는 와인을 잘 모르는 사람들에게도 익히 알려진 명산지다. 드넓은 포도밭과 수려한 포도원들이 이어지는 풍경도 언제나 보는 이를 설레게 한다. 보르도의 포도원 중엔 이름에 ‘샤토(Chateau)’가 붙는 경우가 많은데, 일정 면적 이상의 포도밭과 와인의 제조·저장 시설을 갖춘 곳을 뜻한다. 사전적으로 ‘성(城)’이란 뜻으로 중세시대에 성주들이 포도원을 소유했던 것에서 기인한다. 지금도 작은 성이나 우아한 저택의 형태를 하고 있어서 샤토를 찾아가는 여행은 그만큼 낭만적이고 특별하다.
와인 생산지대는 지롱드강을 사이에 두고 양옆으로 펼쳐져 있다. 메도크(Medoc), 그라브(Graves), 생테밀리옹(Saint-Emilion), 포므롤(Pomerol), 소테른(Sauternes) 등이 대표적이다. 특히 메도크는 1855년 정해진 뒤 거의 바뀌지 않은 특급 와인들인 ‘그랑 크뤼 클라세(Grand Crus Classe)’로 유명하다. 우리에게도 익숙한 ‘샤토 라피트 로칠드’, ‘샤토 마고’, ‘샤토 탈보’ 등이 바로 이 그랑 크뤼 클라세에 속한다. 왕 중의 왕이라 할 수 있는 곳들이어서 관심 있는 이들은 유명 포도원의 이름들을 줄줄 외우곤 한다.
9~10월의 수확기는 보르도의 1년 중 가장 중요한 시기다. 재미있는 건 방문객을 받지 않고 와인 만드는 것에만 몰두하는 곳이 있는가 하면, 대중을 위한 수확 체험을 적극적으로 운영하는 곳도 있다는 것. 내 경우엔 150년간 명성을 쌓아온 샤토 팔루메(Chateau Paloumey)에서 수확 체험을 해볼 수 있었다.
막상 해보니 재미있으면서도 품이 꽤 들었다. 길게 늘어선 포도나무들을 사이에 두고 양쪽에서 한 명씩 가위질을 했는데, 맞은편 사람의 손과 부딪치지 않도록 노동의 박자를 잘 맞추는 것이 관건이었다. 다리가 뻐근하고 이마에 땀이 맺힐 무렵 맛있는 음식을 내어 오는 건 여느 농번기 풍경과 마찬가지! 소담하게 담긴 닭고기 수프, 빵, 햄과 치즈, 와인을 보며 ‘이것이 바로 보르도식 새참이구나’ 싶었다. 노동 뒤에 맛보는 음식은 그야말로 꿀맛! 이곳에선 여러 프로그램이 운영되는 덕에 직접 와인을 블렌딩해 볼 수도 있다. 보르도 대표 품종인 카베르네 소비뇽, 메를로, 카베르네 프랑 등을 자기만의 비율로 블렌딩하고 있노라면 와인 메이커라도 된 듯 진지하게 열정을 쏟게 된다.
샤토 팔루메는 메도크 내에서도 고급 와인을 만드는 오메도크(Haut-Medoc) 지역에 있다. 명성과 품질이 그랑 크뤼 클라세에 뒤지지 않으나 1855년의 등급 분류 때 포함되지 않았던 포도원들로 구성된 ‘크뤼 부르주아(Cru Bourgeois)’에 속하는 곳이기도 하다. 이 등급은 여러 해 동안 변경됐는데, 꾸준히 애호가들의 와인 선택 기준 중 하나로 작용하고 있다.
프랑스 와인을 선택할 때는 기본 지식을 하나 더 알고 있으면 좋다. 와인을 포함한 프랑스 농산물은 ‘A·O·C(Appellation d'Origine Controlee, 원산지 명칭의 통제)’라는 품질 관리 체계로 관리된다. 쉽게 말해 농산물 원산지 표시제 같은 개념인데, 1930년대부터 시행돼 다른 국가들의 표본이 됐다. 예를 들어 ‘Appellation Medoc Controlee’라고 상표에 표시돼 있으면, 메도크 지역에서 정해진 재배 방식과 제조 규정대로 생산된 와인임을 뜻한다. 이보다 느슨한 규정을 따른 와인은 ‘뱅 드 페이(Vin de Pays)’나 ‘뱅 드 타블(Vin de Table)’로 표기된다. ‘뱅드 페이’는 좀 더 넓은 지역 구분으로 표기되고, 사용할 수 있는 품종과 생산량의 폭도 넓다. ‘뱅 드 타블’은 지역 구분 없이 여러 곳의 포도주 원액을 사용한 것으로서, 일상적으로 마시는 단순한 와인들과 농축 음료 등이 속한다.
와인을 고를 때는 표기를 대략 이해하기만 하면 될 뿐, 등급이나 그랑 크뤼 클라세에 얽매일 필요는 없다. 보르도에만 7000~8000개의 포도원이 있고, 그중에는 매력적인 곳이 얼마든지 존재하니까.
나보영 여행작가 alleyna2005@naver.com
9~10월의 수확기는 보르도의 1년 중 가장 중요한 시기다. 재미있는 건 방문객을 받지 않고 와인 만드는 것에만 몰두하는 곳이 있는가 하면, 대중을 위한 수확 체험을 적극적으로 운영하는 곳도 있다는 것. 내 경우엔 150년간 명성을 쌓아온 샤토 팔루메(Chateau Paloumey)에서 수확 체험을 해볼 수 있었다.
막상 해보니 재미있으면서도 품이 꽤 들었다. 길게 늘어선 포도나무들을 사이에 두고 양쪽에서 한 명씩 가위질을 했는데, 맞은편 사람의 손과 부딪치지 않도록 노동의 박자를 잘 맞추는 것이 관건이었다. 다리가 뻐근하고 이마에 땀이 맺힐 무렵 맛있는 음식을 내어 오는 건 여느 농번기 풍경과 마찬가지! 소담하게 담긴 닭고기 수프, 빵, 햄과 치즈, 와인을 보며 ‘이것이 바로 보르도식 새참이구나’ 싶었다. 노동 뒤에 맛보는 음식은 그야말로 꿀맛! 이곳에선 여러 프로그램이 운영되는 덕에 직접 와인을 블렌딩해 볼 수도 있다. 보르도 대표 품종인 카베르네 소비뇽, 메를로, 카베르네 프랑 등을 자기만의 비율로 블렌딩하고 있노라면 와인 메이커라도 된 듯 진지하게 열정을 쏟게 된다.
샤토 팔루메는 메도크 내에서도 고급 와인을 만드는 오메도크(Haut-Medoc) 지역에 있다. 명성과 품질이 그랑 크뤼 클라세에 뒤지지 않으나 1855년의 등급 분류 때 포함되지 않았던 포도원들로 구성된 ‘크뤼 부르주아(Cru Bourgeois)’에 속하는 곳이기도 하다. 이 등급은 여러 해 동안 변경됐는데, 꾸준히 애호가들의 와인 선택 기준 중 하나로 작용하고 있다.
프랑스 와인을 선택할 때는 기본 지식을 하나 더 알고 있으면 좋다. 와인을 포함한 프랑스 농산물은 ‘A·O·C(Appellation d'Origine Controlee, 원산지 명칭의 통제)’라는 품질 관리 체계로 관리된다. 쉽게 말해 농산물 원산지 표시제 같은 개념인데, 1930년대부터 시행돼 다른 국가들의 표본이 됐다. 예를 들어 ‘Appellation Medoc Controlee’라고 상표에 표시돼 있으면, 메도크 지역에서 정해진 재배 방식과 제조 규정대로 생산된 와인임을 뜻한다. 이보다 느슨한 규정을 따른 와인은 ‘뱅 드 페이(Vin de Pays)’나 ‘뱅 드 타블(Vin de Table)’로 표기된다. ‘뱅드 페이’는 좀 더 넓은 지역 구분으로 표기되고, 사용할 수 있는 품종과 생산량의 폭도 넓다. ‘뱅 드 타블’은 지역 구분 없이 여러 곳의 포도주 원액을 사용한 것으로서, 일상적으로 마시는 단순한 와인들과 농축 음료 등이 속한다.
와인을 고를 때는 표기를 대략 이해하기만 하면 될 뿐, 등급이나 그랑 크뤼 클라세에 얽매일 필요는 없다. 보르도에만 7000~8000개의 포도원이 있고, 그중에는 매력적인 곳이 얼마든지 존재하니까.
나보영 여행작가 alleyna2005@naver.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