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적연금 국제세미나서 국내외 연금전문가들 다양한 방안 조언
"국민연금 지속하려면 보험료 올리고 수급연령 더 높여야"
국민연금제도가 노후 소득보장이란 근본 취지를 살리면서 재정적으로 장기간 지속 가능해지려면 재원을 안정적으로 확보하는 개선방안을 서둘러 마련해야 한다는 조언이 국내외 연금전문가들한테서 나왔다.

국민연금공단이 창립 30주년 기념으로 27일 여의도 콘래드호텔 파크볼룸에서 마련한 '공적연금의 지속가능성 제고' 주제의 공적연금 국제세미나에서 국내외 연금전문가들은 공적연금의 재정 안정성과 지속가능성을 제고하려면 세대 간 보험료를 공정하게 부담해 불평등을 줄여야 한다고 강조했다.

또 국가지원을 강화하는 등 연금재정의 수입과 지출의 균형을 이뤄야 한다고 주문했다.

국제노동기구(ILO)의 누노 쿠차(Nuno Meira Simoes Cunha) 선임연구원은 공적연금은 어디까지나 노후빈곤 완화에 이바지해야 하는 만큼 급여수준이 적절해야 한다며 기초연금을 상향 조정할 필요가 있다고 제안했다.

이는 한국 정부의 방향과 일치한다.

문재인 정부는 현재 20만원인 기초연금을 내년 4월부터 25만원으로, 2021년 4월부터는 30만원으로 인상할 계획이다.

그는 또 공적연금의 소득대체율(연금지급률)은 최소한 40∼45%를 유지해야 하며, 복지 등 사회정책에 대한 정부재정 지출을 확대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그렇지만, 현재 9%에 불과한 국민연금 보험료율은 사회적으로 수용할 수 있는 수준으로 높여야 하고, 고령화에 따른 기대수명 연장에 상응해 연금 수급개시 연령을 현행 만 65세에서 만 67세 등으로 올리는 방안을 검토해야 한다고 당부했다.

무엇보다 공무원연금 등 다른 직역연금과 국민연금 간의 불평등과 비효율을 줄이기 위해 공무원연금 개혁이 필요하다는 점도 지적했다.

또 소득파악률을 높여 공평한 보험료 부과기반을 구축함으로써 국민연금에 대한 국민신뢰 제고와 노후 사각지대 해소에 힘써야 한다고 주문했다.

국제통화기금(IMF)의 케니치로 카시와세(Kenichiro Kashiwase) 부국장은 일본의 연금개혁 경험을 바탕으로 한국의 공적연금 개혁방안을 제시했다.

일본은 베이비붐 1세대가 이미 2007년 은퇴하고 베이비붐 2세대가 앞으로 2035년께 퇴직대열에 합류해 연금생활자로 편입되면서 심각한 재정압박을 받는 상태에 직면해있다.

이를 반영하듯 일본은 2016년 기준 연금 지속가능성지수(PSI)가 아시아 국가 중에서 낮은 편에 속한다.

일본은 이런 상황을 해결하고자 노동인구 규모와 기대수명, 임금과 물가상승률 등을 거시 경제적 요인을 고려해 먼저 고소득 은퇴자에 나 기초연금액을 삭감했다.

또 노인 인구의 은퇴연령을 65세로 연장해 연금지출 압박 강도를 줄였다.

비정규직 근로자도 연금제도의 적용을 받도록 하고, 연금소득에 대한 과세제도를 개혁했다.

기초연금의 수급연령을 상향 조정하고, 이민제도를 관대하게 개선해 해외이민자를 받아들였다.

이를 통해 연금재정 수입기반이 넓어졌다.

카시와세 IMF 부국장은 "연금제도를 개혁하기 위한 다양한 방안이 존재하지만, 고용률을 높이고 경제성장에 긍정적 영향을 줄 수 있으며, 특히 세대 간 보험료를 공정하게 부담해 세대 간 불평등을 완화할 수 있는 개선안을 마련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다만, 독일 브레멘 대학의 칼 힌리(Karl Hinrichs)교수는 아직 가시적인 기대효과가 나타나지 않는 유럽연합 국가들의 공적연금 개혁 사례들을 거론하며 연금개혁과정에서 급여액을 급격히 삭감하는 등 너무 재정 안정성에만 초점을 맞추면 노인빈곤의 위험을 증가시켜 연금제도의 기본 취지를 왜곡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그는 연금개혁은 각국의 사회 제도적 상황에 맞춰 진행하는 게 바람직하다면서 근로환경 개선을 전제로 인구 고령화에 따라 평균 퇴직연령을 조정해 연금재정 부담을 덜 필요는 있다고 말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