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신고리 5·6호기 현장 점검 > 신고리 원자력발전소 5·6호기의 일반시설 공사가 재개된 25일 울산 울주군 건설 현장에서 원자력안전위원회 관계자들이 현장을 점검하고 있다. 연합뉴스
< 신고리 5·6호기 현장 점검 > 신고리 원자력발전소 5·6호기의 일반시설 공사가 재개된 25일 울산 울주군 건설 현장에서 원자력안전위원회 관계자들이 현장을 점검하고 있다. 연합뉴스
‘탈(脫)원전’을 공식화한 정부는 원자력 발전으로 생산하는 전기를 액화천연가스(LNG) 발전과 신재생에너지로 대체할 수 있다고 주장한다. 이른바 ‘신재생 3020’은 이런 맥락에서 나왔다. 2030년까지 신재생 발전 비중을 20%로 끌어올리겠다는 문재인 대통령 공약에서 이름을 따왔다. 하지만 산업통상자원부는 신재생 3020 달성을 위해 재원이 얼마나 필요한지에 대해선 아직까지 밝히지 않고 있다.

국내 전력 생산의 대부분을 담당하는 6개 한국전력 발전자회사는 신재생 3020 달성을 위해 총 80조922억원을 부담해야 할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4대강 사업에 들어간 총 사업비 22조원의 4배 가까운 금액이다. 발전사들이 벌어들이는 돈보다 훨씬 큰 금액을 쏟아부어야 한다. 발전업계 관계자는 “정부의 무리한 에너지 전환 계획에 따라 결과적으로 공기업이 부실화해 국민의 혈세를 투입하는 지경에 이를지도 모른다”고 우려를 나타냈다.

◆3개사는 투자 감당 못해

국회 산업통상자원중소벤처기업위원회 소속 윤한홍 자유한국당 의원이 25일 한국수력원자력과 남동·중부·서부·남부·동서발전 등 6개 발전사에서 제출받은 자료를 보면 이들은 2030년까지 총 33GW 규모의 신재생 설비를 추가 확충할 계획이다. 한수원은 8GW, 남동발전은 6GW, 중부발전은 5GW, 서부발전은 4GW, 남부발전은 5GW, 동서발전은 5GW 용량의 신재생 설비를 각각 2030년까지 추가 설치할 예정이다.

이를 위해 한수원은 10조5946억원, 남동발전은 19조4505억원, 중부발전은 13조7964억원, 서부발전은 6조1518억원, 남부발전은 16조2193억원, 동서발전은 13조8796억원을 투자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한수원은 지금까지 신재생 설비에 투자한 돈보다 103배나 많은 금액을 투자해야 한다. 남동발전은 77배, 중부발전은 30배의 금액을 더 투자해야 한다.

문제는 이들 공기업 중 일부는 당기순이익과 사내유보금 등을 합치더라도 신재생 투자를 감당할 수 없다는 것이다. 중장기 재무 전망이 가능한 2021년까지만 놓고 보면 6개사가 신재생 설비에 투자할 돈은 총 26조9260억원이다. 하지만 이들 기업이 같은 기간 벌어들일 당기순이익은 9조8290억원으로 신재생 투자금의 36.5%에 불과하다.

남동·남부·동서발전은 2021년까지 사내유보금과 5년간 당기순이익을 합쳐도 신재생 투자액을 감당할 수 없다. 남부발전은 2021년까지 9조3574억원을 투자해야 하는데 이 기간 당기순이익과 사내유보금을 합하면 3조1076억원에 불과할 것으로 예상된다. 6조2498억원이 부족한 셈이다. 남동발전은 이 기간 신재생 투자액은 5조6658억원, 당기순이익과 사내유보금을 합한 금액은 4조9514억원이다. 7144억원이 부족하다.

◆민간 지원금도 감안해야

6개 발전사가 2030년까지 추가 확충하겠다고 밝힌 설비용량(33GW)은 정부가 신재생 3020 달성을 위해 필요하다고 판단한 신재생 신규 용량(53GW)의 62%에 불과하다. 나머지 20GW는 민간에서 담당해야 할 것으로 예상된다.

전문가들은 이명박 정부 때 LNG 화력발전소를 짓는 민간 기업에 지원금 등 각종 혜택을 준 것처럼 태양광과 풍력발전을 설치하는 사업자에게 지원책을 마련해줘야 20GW를 민간에서 조달할 수 있을 것으로 예상한다. 지원금까지 감안하면 정부와 공공기관이 부담해야 하는 금액이 100조원에 이를 것이라는 전망도 있다.

윤 의원은 “정부와 발전사 모두 전혀 준비가 안 된 상황에서 2030년까지 신재생 발전 비율을 20%로 확대하겠다는 계획을 주먹구구식으로 밀어붙이고 있다”며 “80조원이라는 큰 부담을 다음 정부에 떠넘기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태훈 기자 bej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