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증권선물위원회는 홍콩소재 자산운용사 대표이사 A씨에 대해 자본시장법 제178조의 2에서 정하고 있는 시장질서 교란행위를 범하였다는 이유로 과징금 3억 7,760만원을 부과하는 결정을 내렸다. A씨는 블록딜 주관회사인 B사로부터 C사 주식에 대한 대규모 블록딜 진행 정보를 듣고, 이 정보가 일반인에게 공개(2016. 1. 7. 오후)되기 전인 2016. 1. 7. 오전 자신이 운용중인 펀드의 계산으로 C사 주식에 대한 매도스왑(사실상 공매도) 거래를 통해 3억 7,767만원의 부당이득을 취하였던 것으로 결론내리고 이와 같은 부당이득 전액에 대해 과징금을 부과하기로 결정한 것이다. 이 사건은 자본시장법에 ‘시장질서 교란행위 금지’ 규정이 도입된 2015. 7. 1. 이후 외국인 투자자에게 이 규정이 적용된 첫 번째 사례로 기록되었다.

◆한미약품 사건을 비롯하여 여러 건의 ‘시장질서 교란행위’ 적발

증권선물위윈회는 2016. 12. 21. 최초로 자본시장법상 ‘시장질서 교란행위’ 사례를 적발하고 과징금 3,940만원을 부과하였다. 甲은 상장회사 A사의 유상증자 참여자인 乙의 부친 丁으로부터 A사의 제3자 배정 유상증자 결정 정보를 듣고 동 정보가 불특정 다수인이 알 수 있도록 공개되기 전에 8만 5,000주를 8,955만원에 매수하였다가 정보가 공개된 뒤 매도함으로써 3,940만원의 이득을 얻었던 사건으로 이 또한 이득액 전액에 대해 과징금이 부과되었다.

이어 올해 5월에는 한미약품의 기술수출 계약해지 정보가 한미약품 법무팀 계약 업무 담당 甲에서부터 사내 메신저를 통해 인사팀 직원, 제2차 · 제3차 · 제4차 정보 수령자 등에게 전달되면서 이 정보가 일반에게 공개되기 전에 정보를 수령한 사람들이 주식을 매도하여 손실을 회피한 사실이 적발되면서, 시장질서 교란행위자 14명에 대해 약 24억 원의 과징금이 부과되었다.

이번에는 외국인의 ‘시장질서 교란행위’를 처음으로 적발하고 과징금을 부과한 것이다. 금융당국의 ‘시장질서 교란행위’에 대한 엄단 의지를 보여주는 사례들이라 할 것이다.

◆‘시장질서 교란행위 금지’는 제2차 · 제3차 정보수령자에 대한 처벌규정

자본시장법에는 주식거래와 관련한 다양한 불공정거래행위를 금하고 있으며 이를 위반한 경우 징역형이나 고액의 벌금형 등 강한 형사처벌 규정을 두고 있다. 불공정거래행위의 대표적인 예는 ‘미공개정보 이용행위’와 ‘시세조종(주가조작)’으로, 이들은 자본시장법 전신인 증권거래법에서도 금하고 있었다. 2009년 자본시장법이 시행되면서 미공개정보 이용행위나 시세조종행위만을 규제하는 것만으로는 다양한 수단과 방법으로 행해지는 증권거래상의 불공정거래행위들을 규율하는데 미흡하다는 판단 하에 좀 더 포괄적인 형태의 ‘부정거래행위 금지규정’이 도입되었다.

2015년에는 이에 나아가 기존 불공정거래 규제의 사각지대를 해소하고 새로운 거래유형에 대한 유연한 대처를 위해 ‘시장질서 교란행위’를 금하는 규정을 신설하고, 징역 또는 벌금 등 형사적 제재를 부과하는 다른 불공정거래행위들과는 달리 ‘시장질서 교란행위’에 대해서는 과징금 부과라는 행정적 제재를 도입하였다. 형사적 제재 대신 행정적 제재를 택한 이유는 ‘시장질서 교란행위’가 다른 불공정거래행위보다는 상대적으로 위법성의 정도가 약하기도 하거니와, 형사적 제재가 가해지면 불복할 가능성이 높고 불복하는 경우 오랜 시간이 소요되는 형사재판이 이루어져야 하는 반면 행정적 제재를 진행하면 불복을 하는 빈도가 줄어들어 조기에 시장질서를 확립할 수 있다는 목적이 반영되었기 때문이다.

‘시장질서 교란행위’가 도입되면서 과거와 결정적으로 달라진 부분이 위 열거된 사례와 같이 2차 또는 3차 정보수령자에 대한 처벌이 가능해졌다는 점이다. 2015년 ‘시장질서 교란행위’가 자본시장법에 도입되기 전까지만 하더라도 미공개정보 이용으로 인한 처벌 대상자는 내부자, 준내부자, 1차 정보수령자에 한정되었다. 한미약품 사건에서 인사팀 직원 후단의 정보취득자, 이번 홍콩 자산운용사 대표와 같이 블록딜 업무에 관여하지 않은 자 등의 경우에는 위에서 언급한 내부자, 준내부자, 1차 정보수령자로 볼 수 없기 때문에 과거에는 이들에 대한 제재가 불가능하였다. 하지만, 2015년 ‘시장질서 교란행위’가 도입되면서 이들에 대해서도 과징금 부과가 가능해진 것이다.

◆금융위원회, ‘시장질서 교란행위’의 의심을 받지 않기 위한 행동강령을 제시

금융위원회는 이번 외국인 시장질서 교란행위 위반사례를 보도하면서 투자자들이 투자를 진행함에 있어 ‘시장질서 교란행위’의 의심을 받지 않기 위한 행동강령을 제시한바, 이를 소개하고자 한다.

① 미공개 정보는 이용하지도 말고, 전달하지도 말 것, ② 허수주문이나 정정 · 취소주문을 하지 말 것, ③주식 등의 매수 · 매도를 동시에 하지 말 것, ④풍문을 유포하거나 타인에게 오해를 유발시키지 말 것

주식 등을 매매주문하면서 시장에서 체결될 가능성이 없는 매매주문(허수주문)을 하거나, 매매주문을 반복적으로 정정 또는 취소하는 경우 시장질서의 교란을 가져올 수 있다. 동일한 주식에 대해 매수주문과 매도주문을 동시에 제출하여 자신이 매도(매수)한 주식을 매수(매도)하는 경우 가장매매에 해당하고, 타인과 짜고 동일한 종목에 대해 매수주문과 매도주문을 동시에 하는 경우 통정매매에 해당한다. 시세조종의 목적을 가지고 이와 같은 가장매매 또는 통정매매를 범하였다면 엄한 형사처벌을 피할 수 없을 것이고, 가사 시세조종의 목적이 없었다 하더라도 시장질서 교란행위로 보아 과징금을 부과받을 수 있으므로 위와 같은 행위들을 삼가야 할 것이다.
[김도형 변호사의 금융·보험 바르게 알기(6)] 외국인도 시장질서 교란하는 행위를 하면 거액 과징금 피하지 못하는 이유는?
김도형 < 법무법인 바른 변호사 >

학력

고려대학교 법과대학 졸업

고려대학교 대학원 법학과 졸업(행정법 석사)

미국 서던캘리포니아대학교(USC) 로스쿨 졸업(LL.M.)

서울지방변호사회 증권금융연수 제7기 수료

서울대학교 금융법무과정 제7기 수료

경력

제44회 사법시험 합격

사법연수원 제34기 수료

고려대학교 법학전문대학원 겸임교수

서울지방변호사회 증권금융연수원 강사

한국금융연수원 교재집필 위원(리스실무)

대한변호사협회 입법평가위원회, 스타트업 · 규제혁신 특별위원회 위원

한국석유공사 계약심의위원

법무부 해외진출 중소기업 법률자문단 자문위원

한국증권법학회 이사

법무법인(유한) 바른 구성원 변호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