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연구진이 치매 증상이 나타나기 전 건강할 때 혈액으로 알츠하이머병을 조기에 진단하는 획기적 진단 방법을 개발했다. 지금까지 나온 어떤 예측 기술보다 조기에 병을 예측하고 예방할 수 있는 길이 열렸다.
건강할 때 혈액 검사만으로 치매 조기 예측한다
치매예측기술국책연구단 소속인 묵인희·이동영 서울대 의대 교수 연구진은 치매 증상이 아직 나타나지 않은 건강한 사람의 혈액에 포함된 단백질인 베타아밀로이드를 측정해 최대 88%의 정확도로 치매를 조기에 예측하는 진단 기술을 개발했다고 23일 발표했다.

묵 교수는 “치매 증상을 보이기 이전인 정상 단계부터 알츠하이머병을 예측할 수 있다는 점에서 기존 진단 기술과 크게 차별화된다”고 설명했다.

알츠하이머병은 뇌에 베타아밀로이드 단백질이 15~20년에 걸쳐 장기적으로 쌓이면서 걸리는 대표적 치매 원인 질환으로 전체 치매의 70%가 이 경우에 해당한다. 뇌가 손상되기 전 진단하면 병의 진행 속도를 늦출 수 있다.

알츠하이머병의 발병 시기를 5년만 늦춰도 사회적 비용이 40%가량 준다는 보고도 있다. 이 질환은 주로 검사료가 건당 150만원에 이르는 아밀로이드 PET(양전자방출단층촬영) 장비로 예측하는 방법밖에 없었다. 과학자들은 최근 혈액에 포함된 베타아밀로이드의 농도가 알츠하이머병에 관련됐을 것으로 보고 이를 활용한 조기 진단 방법을 개발해왔다. 하지만 혈액에 포함된 베타아밀로이드가 다른 단백질과 결합하면서 정확한 농도를 알아내기 어려웠다.

연구진은 혈액 속 베타아밀로이드를 안정시켜 정확한 농도를 측정하는 방법을 알아냈다.

연구진은 이와 함께 베타아밀로이드가 뇌에 들러붙는지 여부를 가늠할 수 있는 새로운 바이오마커도 발굴했다. 이 진단 기술은 혈액 1mL만 있어도 몇 시간 만에 알츠하이머병에 걸릴 위험을 88% 정확도로 예측할 수 있다. 기존 혈액 검사와 함께 시행하면 정확도가 91%까지 올라간다.

연구진은 치매 진단전문 벤처회사 메디프론디비티에 기술 이전을 마치고 실제 환자에게 적용할 진단키트를 개발하고 있다.

이 교수는 “최근 베타아밀로이드를 겨냥한 알츠하이머병 치료제 개발이 연이어 실패한 것은 실험 대상군의 병 진행 상황을 정확히 파악하지 못했기 때문”이라며 “새 기술을 활용하면 치매 치료제 시험 성공률도 크게 끌어올릴 것으로 기대된다”고 말했다.

연구진은 이 결과를 국제학술지인 ‘알츠하이머 리서치 앤드 테라피’ 최신호에 소개했다. 또 지난 11일 국내 특허 등록을 마치고 미국과 일본에 특허를 출원했다.

박근태 기자 kunta@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