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인은 휴지·빨대·카드 순…남자 화장실이 더 많이 막혀

지하철 화장실에서 볼일을 보고 물을 내렸는데, 변기가 역류해 당황한 경험이 한 번쯤은 있을 것이다.

2호선 홍대입구역 화장실을 이용한다면 물을 내리기 전에 불필요한 물건을 넣지는 않았는지 조심하는 것이 좋겠다.

22일 서울교통공사가 지난달 서울 지하철 1∼4호선 화장실 변기 막힘 현상을 집계한 결과 2호선 홍대입구역과 3호선 교대역이 각각 55건으로 가장 많았다.

이어 4호선 혜화역 50건, 2호선 역삼역 45건, 4호선 창동역 43건, 2호선 시청역 37건, 3·4호선 충무로역 36건, 4호선 쌍문역 35건, 1호선 종각역 34건, 2호선 구의역 32건 등이 뒤따랐다.

홍대입구역은 7월에도 37건으로 1위, 8월에는 42건으로 2위를 각각 차지해 서울 시내에서 가장 '물 내리기 무서운 지하철 화장실'이라는 불명예를 안았다.

공사 관계자는 "홍대입구역은 서울 시내 지하철역 가운데 승객이 가장 많이 오가는 역 중 하나"라며 "인근에 유흥가가 발달한 데다가 역사 이용 승객도 많아서 그렇지 않을까 추정된다"고 말했다.

서울시가 집계한 '2016 서울 대중교통 이용 현황'에 따르면 홍대입구역은 지난해 하루 7만6천여 명이 승차하고, 8만1천여 명이 하차해 승하차 인원 기준으로 강남역에 이어 2위를 차지한 바 있다.

반면 2호선 왕십리·교대·문래·이대·용답·도림천역, 3호선 고속터미널·지축·녹번·잠원역 등은 지난달 단 한 건도 변기가 막히지 않았다.

화장실 변기가 막히는 사유, 즉 이용자가 변기에 넣은 물건의 종류는 그야말로 각양각색이었다.

공사가 8∼9월 지하철 1∼4호선 화장실 변기 막힘 원인을 조사했더니 '휴지'가 109건으로 가장 많았다.

이어 '빨대' 32건, '카드' 26건, '플라스틱 뚜껑' 20건, '생리대' 17건 등이 뒤따랐다.

그 뒤를 이어 '나무젓가락' 13건, '비닐' 11건, '나무막대기'와 '종이컵'이 각각 10건으로 집계됐다.

그저 '대변' 때문에 변기가 막힌 경우는 7건에 불과했다.

지하철 화장실을 남녀로 나눠 살펴보면 남자 화장실 변기가 여자 화장실보다 상대적으로 더 빈번하게 막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올해 7∼9월 1∼4호선 지하철역 122곳에서 변기 막힘은 총 3천145건이 일어났는데, 이 가운데 남자 화장실이 1천715건이었다.

여자 화장실은 1천430건에 그쳤다.

이 같은 추이는 옛 서울도시철도공사가 운영한 5∼8호선도 마찬가지여서, 2014∼2016년 이 구간 157개 역 화장실 164곳에서 일어난 변기 막힘 현상 1만1천682건 가운데 남자 화장실이 6천464건으로 절반을 넘겼다.

지하철역 변기 막힘이 새삼 주목받는 이유는 공사가 지난달부터 1∼4호선 모든 지하철역 화장실에서 휴지통을 없앴기 때문이다.

공사는 이를 통해 악취를 없애고, 화장실 청결을 유지해 더욱 쾌적한 화장실을 선보일 수 있으리라 기대하고 있다.

다만, 세면대 옆에는 일반 쓰레기통을 두고, 여자 화장실에는 위생용품 수거함을 비치했다.

공사 관계자는 "앞서 2014∼2015년 단계적으로 5∼8호선 화장실에서 휴지통을 없앴을 때 처음에는 변기 막힘이 많이 늘어났지만, 시간이 흐르자 이전 수준으로 돌아왔다"며 "이번에 도입한 1∼4호선도 몇 개월 지나면 시민들이 익숙해져 변기 막힘이 줄어들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