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영정보 공시의무 없는 유한회사 많아…거액 로열티 유출 논란

국내에 진출해 있는 주요 외국계 기업들이 해외본사에 순이익의 50% 이상을 배당하고 있지만, 매출액 대비 기부금 비중은 극히 미미한 것으로 조사됐다.

외국계 기업들은 국내에서 막대한 이익을 챙기고도 투자에는 인색한 것으로 나타났다.

◇ 외국계 기업, 순익 51% 배당…기부는 매출의 0.06%

22일 기업 경영성과 평가사이트 CEO스코어가 국내에 진출한 매출 1천억 원 이상 유통·생활용품·식음료·자동차 업종 외국계 기업 101개사를 조사한 결과, 지난해 평균 배당성향은 51.4%로 집계됐다.

반면 500대 기업 중 외국계 기업을 제외한 같은 업종 국내 기업 121개사의 평균 배당성향은 이보다 크게 낮은 29.0%에 머물렀다.

배당성향이란 기업이 당기순이익 중 주주에게 배당금으로 얼마나 지급했는지 보여주는 비율이다.

배당성향이 높으면 주주들에게 그만큼 많은 이익이 돌아간다.

그러나 일부 합작법인을 제외하면 대부분 외국계 기업은 해외본사가 100% 배당금을 가져가기 때문에 '국부 유출' 논란도 있다.

외국계 기업은 후한 배당에 비해 기부와 투자에는 박했다.

기부금이 공개된 외국계 기업 78개사의 2016년 매출액 대비 기부금 비중은 0.06%로 국내 기업 85개사의 0.13%의 절반 수준에도 못 미쳤다.

매출액 대비 투자 비중은 외국계 99개사 2.7%, 국내 90개사 8.1%였다.

외국계의 매출대비 투자 비중이 국내 기업들의 3분의 1에 불과했다.

외국계 기업 한국법인은 해외본사 배당성향은 높고, 투자 비중은 작았다.

해외본사의 평균 배당성향은 37.3%, 매출대비 투자 비중은 8.9%였다.

이 조사에는 루이뷔통, 구찌, 샤넬, 애플, 마이크로소프트, 구글 등 외부 감사 대상이 아닌 유한회사들은 포함되지 않았다.

일부 외국계 기업은 해외 대주주 배당 등을 공개하지 않기 위한 '꼼수'로 유한회사 형태로 운영한다는 지적을 받아왔다.

이러한 기업들을 포함하면 해외로 흘러나가는 외국계 기업의 배당금 등은 훨씬 커질 것으로 분석된다.

박주근 CEO스코어 대표는 "우리나라가 외국 기업을 유치하기 위해 굉장한 혜택을 주고 있는데, 이에 따른 국내 기업 '역차별'이 존재한다"며 "많은 외국계 기업들이 국내에 들어와서 각종 규제를 받지 않고 영업하면서도 기부, 고용, 투자 등 사회적 역할은 미약하다는 점을 되짚어볼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규제사각 외국계] 순익 절반 이상 본사로…기부는 '찔끔'
◇ 순익의 13배 본사에 배당…매출 1조 기업, 기부금 '비공개'

외국계 기업 중 배당성향이 가장 높은 곳은 볼보자동차코리아로 1천264.8%에 달했다.

지난해 당기순이익이 2억5천300만 원 규모였는데, 배당금은 32억 원이었다.

순이익의 13배 가까운 금액을 본사에 배당한 것이다.

위스키 업체인 프랑스계 페르노리카코리아와 영국계 디아지오코리아의 지난해 배당성향은 각각 317.9%, 236.5%로, 각각 순익의 3배, 2배 이상이었다.

이 외에도 코리아후드써비스(196.1%), 다임러트럭코리아(188.6%), 롯데아사히주류(168.7%), 페라가모코리아(158.5%), 콘티넨탈오토모티브시스템(149.4%), 아디다스코리아(140.1%), 동일드방레(137.2%), 이베이코리아(135.6%), 재규어랜드로버코리아(123.8%), 에드링턴코리아(114.2%), 스와치그룹코리아(114.2%), 한국로렉스(110.2%), BMW코리아(101.0%) 등도 순이익보다 많은 금액을 배당했다.

분석 대상 101곳 가운데 배당성향이 100% 이상인, 즉 순익 이상 배당한 기업이 20곳(19.8%)이었다.

매출액 대비 기부금 비중은 전반적으로 매우 작았다.

포르쉐코리아, 동서유지, 발렌티노코리아, 비케이알, 보테가베네타코리아, 르크루제코리아, 한국닛산, 고세코리아 등의 기부금은 '제로(0)'였다.

분석 대상 78곳 중 매출대비 기부금 비중이 0.1% 이하인 곳이 66곳으로 무려 84.6%나 됐다.

아예 기부금을 공개하지 않은 곳도 다수다.

유니클로를 운영하는 FRL코리아는 지난해 매출이 1조1천822억 원 규모였지만 감사보고서상 기부금은 '공란'이었다.

그 외 볼보자동차코리아, 불가리코리아, 몽클레르신세계, 베르사체코리아, 자라리테일코리아, 아우디폭스바겐코리아, 리바이스트라우스코리아 등 많은 외국계 기업이 기부금을 공개하지 않았다.

배당금 외에 로열티 등 명목으로 해외로 빠져나가는 금액도 막대하다.

아디다스코리아는 독일 본사로 로열티에 해당하는 상표 사용료와 국제 마케팅비 명목으로 각각 매출의 10%, 4%를 지급하고 있다.

아이다스코리아의 지난해 상표사용료와 국제마케팅비는 각각 약 969억 원, 419억 원이었다.

스타벅스커피코리아도 매출의 5% 정도를 로열티로 지급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해 매출이 1조 원을 돌파했으니 로열티가 500억 원 수준으로 추정된다.

유니클로의 지난해 로열티는 248억 원이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