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회장은 1942년 9월 ‘마지막 개성상인’이라 불리는 고(故) 이회림 창업주의 여섯 자녀 중 장남으로 태어나 경기고와 연세대를 졸업하고 미국 아이오와 주립대 경영대학원에서 경제학을 수학했다.
그는 1970년 경영 위기에 봉착한 동양화학(현 OCI)에 전무이사로 입사해 경영 정상화 노력으로 단기간에 위기를 극복한 이후 1979년 사장, 1996년 회장으로 취임해 최근까지 회사 경영을 총괄해왔다. 해외유학 시절 쌓은 폭넓은 인적 네트워크와 글로벌 비즈니스 감각을 살려 여러 해외 파트너사와 전략적 파트너십을 맺고 신사업을 발굴하는 데 탁월한 역량을 발휘했다.
이 회장은 2006년에는 태양전지의 핵심 소재인 폴리실리콘의 사업화를 결정하고 2008년부터 상업생산을 시작해 신재생 에너지 영역으로 사업을 확대했다. 그로부터 3년 만에 OCI를 ‘글로벌 톱 3’ 폴리실리콘 제조사로 올려놓았다. 2009년에는 사명을 OCI로 바꾼 뒤 ‘그린에너지와 화학 산업의 세계적 리더 기업’이라는 비전을 선포하면서, 화학 기업에서 에너지 기업으로의 변신을 추구했다.
이 회장은 인천 송도학원의 송도 중·고등학교를 운영하고 송암문화재단을 통해 다문화가정 자녀들에 대해 장학지원도 하는 등 사회공헌활동에도 앞장섰다. 2004년부터 한국 경영자총협회 회장으로 추대돼 2010년까지 3연임을 했다. 1978년부터 1993년까지 15년 동안 대한빙상경기연맹 회장을 역임하며 빙상 스포츠의 불모지였던 한국을 빙상 강국으로 도약시키는 데도 기여했다.
백우석 OCI 부회장은 고인에 대해 “창업 초기부터 경영에 참여해 OCI를 재계 24위의 기업으로 키웠고, 해외의 많은 기업가와 교류하면서 한국 화학산업과 경제를 성장시킬 방안을 제시해왔다”며 “일흔을 훨씬 넘긴 연세에도 최근까지 아침 일찍 출근해 회사 경영을 직접 지휘했는데 갑자기 우리 곁을 떠나게 돼 안타깝다”고 말했다.
이 회장의 유족으로는 부인 김경자 여사와 장남 이우현 OCI 사장, 차남 이우정 넥솔론 관리인, 장녀 이지현 OCI미술관 부관장이 있다. 이복영 삼광글라스 회장과 이화영 유니드 회장이 동생이다.
이 회장 빈소는 서울 신촌 세브란스병원 장례식장에 마련됐으며 오는 25일 오전 8시 영결식 후 경기도 동두천시 소재 예래원 공원 묘지에 안장될 예정이다. 조문은 22일부터 가능하다.
김진성 기자 jskim1028@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