中기업의 美자산 인수 잇따른 퇴짜 염두 둔 발언
중국, 트럼프 방중 앞두고 "美기업 인수 심사 완화해 달라" 요구
다음 달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중국 방문을 앞두고 중국 측이 미국 정부에 중국 기업의 미 기업 인수와 관련된 심사 절차를 완화해 달라고 요청했다.

중국 국제무역촉진위원회의 주미 대표를 맡고 있는 자오쩐거(趙振格)는 19일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와의 인터뷰에서 "우리는 미 정부가 외국인투자위원회(CFIUS)의 심사 기간을 단축하고, 그 절차를 완화해 달라고 요청한다"고 밝혔다.

CFIUS는 외국인 투자가 미국의 국가안보에 위협이 될 수 있는지를 심사해 찬반 의견을 건의하는 기관이다.

재무부와 국토안보부, 국방부를 포함한 17개 정부 부처 고위급 대표들이 참여한다.

자오쩐거 대표는 "트럼프 대통령이 조만간 중국을 방문하고 중국 기업들이 미국을 이상적인 투자처로 여기는 상황에서, 우리는 중국 기업들이 대미 투자를 확대할 수 있도록 지지와 도움을 요청한다"고 말했다.

그의 이 같은 발언은 트럼프 대통령의 취임 후 미국이 자국의 첨단기술 보호에 적극적으로 나서면서, 미국 자산을 인수하려는 중국의 시도가 잇따라 퇴짜를 맞는 상황을 염두에 둔 것이다.

미국의 3차원 지도 정보를 보유한 '히어(HERE) 테크놀로지' 지분을 인수하려는 중국 컨소시엄의 시도는 최근 CFIUS의 승인을 받지 못했다.

히어 테크놀로지는 네덜란드에 본사를 둔 유럽 기업이지만, 시카고에 자산이 있어 미 외국인투자위원회의 승인이 필요하다.

히어 테크놀로지가 보유한 3차원 지도 정보 기술은 무인자동차 생산과 운행에 필수적인 기술로 평가받는다.

대주주는 아우디·BMW 등 유럽 자동차 제조업체들이며, 미 반도체 기업 인텔도 15% 지분을 보유하고 있다.

앞서 지난달 초 미 백악관은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중국계 사모펀드 캐넌브리지의 미국 반도체회사 래티스반도체 인수를 거부했다고 밝혔다.

백악관은 "이 거래는 중국 정부가 지원하고 있어 국가안보에 위험을 초래할 수 있다"면서 "미국의 지식재산이 외국으로 이전될 우려가 있으며, 반도체 공급망은 미 정부에 중요하다"고 밝혔다.

뉴욕 주재 중국 총영사관의 주샨청(周善靑) 참사관은 "우리는 중국 기업들이 이러한 심사에 매우 높은 비율로 걸려드는 상황을 주시하고 있다"며 "CFIUS 심사 때문에 미 기업들이 중국 기업으로의 인수를 주저하는 경우도 종종 발생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