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주식시장 랠리가 이어지고 있는 가운데 채권시장에도 자금 유입세가 지속되고 있다. 높은 주가와 낮은 채권수익률(높은 채권가격)이 동시에 나타나는 기현상이 이어지고 있다.

마켓워치에 따르면 연초 이후 글로벌 채권에 투자하는 상장지수펀드(ETF)에 유입된 자금이 지난 2일 기준 1000억달러를 돌파했다. 매튜 바톨리니 스테이트스트리트글로벌어드바이저 애널리스트는 “이는 채권 역사상, ETF 역사상 최고 기록”이라며 “연금자산이 늘면서 안전자산에 대한 수요가 꾸준히 증가하고 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투자등급 회사채에 투자하는 ETF(LQD)는 가장 많은 94억달러를 끌어모았다. 20년 이상 미국 국채에 투자하는 ETF(TLT)도 2011년 5월 이후 자금 유입세를 지속했다.
일각에서는 주식시장 랠리가 이어지면서 시장 과열을 우려하는 투자자들이 보다 안전한 자산인 채권을 피난처로 삼고 있다는 주장이 제기된다. 하지만 각국 중앙은행의 양적 완화로 글로벌 시장에 풀린 자금과 역사적인 저금리가 더 큰 이유로 꼽힌다. 뱅크오브아메리카메릴린치는 지난달 보고서를 통해 “낮은 채권 수익률과 높은 주가가 동시에 나타나는 이유는 각국 중앙은행들이 올해만 사들인 자산이 1조9600억달러에 이르기 때문”이라며 “두 번째는 채권가격은 낮은 인플레이션 상황에서 오르고, 주가는 기업 이익이 증가할 때 오르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넘쳐나는 글로벌 수요에 지난달 9일 연 2.04%까지 떨어졌던 미국 10년물 국채 수익률은 미국 중앙은행(Fed)의 대차대조표 축소 계획 발표 이후 2.31%까지(17일 기준) 반등하긴 했지만 여전히 낮은 수준이다. 유럽(독일 10년물 기준 연 0.038%)과 일본(0.069%)의 국채 수익률도 마찬가지다. 다만 Fed가 자산을 계속 줄여가고 유럽중앙은행(ECB)도 현재의 자산 매입 프로그램 규모를 축소하기 시작하면 내년 미국 국채금리는 점진적으로 상승할 전망이다. 릭 리더 블랙록 글로벌 최고투자책임자(CIO)는 Fed의 긴축정책에 대해 “지금 당장은 국채 수익률에 별다른 영향을 끼치지 않겠지만 내년에는 10년물 수익률이 서서히 올라 연 3%에 도달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전문가들은 미국 경제가 연 2%를 웃도는 경기 확장 국면을 지속하면 적정 금리에 대한 Fed와 시장 간 인식 괴리가 축소되는 과정에서 미국 국채금리와 달러화 가치가 점진적인 상승 추세를 보일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허란 기자 wh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