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장표 청와대 경제수석(사진)이 최근 펴낸 논문에서 “대기업에만 적용되는 일감몰아주기 등 부당내부거래 규제를 모든 기업으로 확대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노사 간 단체협상에서 임금인상뿐 아니라 하도급과 비정규직 축소 문제를 논의해야 한다는 의견도 제시했다.

홍 수석은 이런 내용을 담은 두 편의 논문을 한국경제발전학회 학술지인 ‘경제발전연구’ 최신호에 게재했다. 이들 논문은 경제수석 발탁 직전인 지난 6월 부경대 경제학부 교수 시절 작성됐다.

홍 수석이 장지상 경북대 경제통상학부 교수와 함께 쓴 ‘수직계열화를 통한 내부거래가 기업의 총요소생산성에 미치는 영향’ 논문은 통계청 데이터를 바탕으로 기업집단의 내부거래와 생산성 간 상관관계를 규명하는 데 주력했다.

논문은 “실증분석 결과 수직계열화된 기업집단의 내부거래에서 거래비용이론을 지지하는 경험적 증거를 찾을 수 없었다”고 결론 내렸다. 거래비용이론은 조직관리가 거래비용이 적게 드는 쪽으로 변화한다는 이론이다. 홍 수석은 첨단기술산업에서 모회사와 관계사 간 매입거래를 분석한 결과 오히려 비용을 늘려 기업의 총요소생산성에 부정적 영향을 미치는 것으로 나타났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수직계열화한 기업에서의 내부거래는 효율성을 증진시키기보다는 부당한 이전가격 설정이나 일감몰아주기 등 형태로 지배주주의 사익 추구를 위한 도구로 활용된다”고 덧붙였다.

이런 결과가 의미하는 정책적 시사점에 대해 홍 수석은 “공정거래법은 대규모 기업집단 소속 기업에 대해선 일감몰아주기 등 부당내부거래를 규제하지만 그 밖의 기업에는 어떤 규제도 하지 않고 있다”며 “대규모 기업집단뿐 아니라 기업집단을 구성한 모든 기업의 부당내부거래를 규제할 필요가 있다”고 설명했다. 이는 대기업 집단의 일감몰아주기 규제를 강화하려는 김상조 공정거래위원장의 정책 방향보다 훨씬 센 것이다.

다른 논문인 ‘기업 차원의 노동소득분배율 결정요인-원·하청 기업과 노조 효과를 중심으로’는 홍 수석이 문영만 부경대 연구교수와 함께 작성했다.

노동소득분배율은 문재인 정부 핵심 슬로건인 ‘소득주도 성장’을 주창한 홍 수석이 오랫동안 천착해온 주제 중 하나다. 홍 수석은 국가나 산업 차원의 노동소득분배율 추이를 분석한 후 “노동소득분배율이 1%포인트 증가하면 총수요는 1.24%포인트 증가한다”고 밝혀 소득주도 성장론의 이론적 토대를 마련했다.

이번 논문에선 처음으로 기업 차원의 노동소득분배율 측정에 나섰다. 논문에 따르면 기업에 대한 노조의 협상력을 의미하는 ‘노조조직률’ 변수는 전반적으로 노동소득분배율을 높이는 반면, 기업의 노조에 대한 협상력을 나타내는 ‘외주가공비율’ 및 ‘비정규직비율’ 변수는 노동소득분배율을 낮추는 것으로 관찰됐다. 또한 원청·대기업의 노동소득분배율은 중소·하청기업에 비해 높았다.

홍 수석 등은 “노동소득분배율을 높이기 위해선 노사 간 단체협상에서 임금인상뿐 아니라 외주하도급과 비정규직 축소도 함께 논의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중소·하청기업에서의 노조조직률을 높이는 한편 원·하청기업 간 납품단가 현실화를 통해 지급 능력을 향상시켜야 한다는 제언도 했다.

오형주 기자 ohj@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