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2년째 권좌에 있는 훈센 캄보디아 총리의 집권 연장 행보를 놓고 미국과 캄보디아 정부의 갈등이 깊어지고 있다. 중국은 캄보디아에서 반미 감정이 심해진 틈을 타 밀착 관계를 강화하고 나섰다. 캄보디아를 이용해 동남아시아에서 미국을 견제하는 한편 이 지역에서 영향력을 확대하기 위한 포석으로 분석된다.

16일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에 따르면 훈센 총리의 독재를 지속적으로 비판해 온 미국은 최근 캄보디아 외교부 국장급 이상 관료와 가족의 미국 비자 발급을 중단했다. 캄보디아 정부가 미국에서 범죄를 일으킨 캄보디아인 1000여 명의 송환을 거부한 데 따른 조치다. 이에 대한 보복으로 훈센 총리는 베트남전쟁 당시 캄보디아에서 숨진 미군 40여 명의 유해 수색을 위한 미국과의 협력을 중지했다.

미국과 캄보디아는 지난해 무역 규모가 30억달러(약 3조3800억원)에 이를 정도로 밀접한 관계를 유지해 왔다. 미국은 캄보디아 수출의 21%를 차지하고, 유럽연합(EU)에 이어 두 번째로 큰 캄보디아 의류 수입국이다. 하지만 정치 상황에 대한 미국의 간섭이 커지면서 캄보디아에선 최근 반미 감정이 확산하고 있다.

이를 틈타 중국은 캄보디아를 파고들고 있다. 캄보디아에 대한 중국의 투자는 지난해 2억달러에서 올해 48억달러로 늘어 캄보디아의 최대 투자국으로 부상했다. 현재 수도 프놈펜에선 중국 기업의 건설 프로젝트가 곳곳에서 진행되고 있다. 한 중국 기업은 캄보디아 해안 개발권의 20%를 확보하기도 했다. 캄보디아는 중국의 도움을 받아 군 현대화를 추진 중이다. 오는 11월엔 중국의 지원을 받아 지어진 캄보디아 최대 규모 수력 발전소가 본격 가동된다.

SCMP는 “캄보디아는 남중국해 영유권을 놓고 미국 및 일부 아세안 국가와 대립하는 중국에 대한 지지를 확고히 하고, 중국은 캄보디아에 경제 지원을 확대하는 등 양국의 밀월 관계가 한층 깊어지고 있다”고 전했다.

베이징=강동균 특파원 kd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