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넷] "유튜브 쓰지마"… 구글·아마존, AI 스피커 시장서 충돌
구글과 아마존이 인공지능(AI) 스피커를 두고 갈등을 벌이고 있다. 표면적인 이유는 구글이 아마존의 AI 스크린 ‘에코쇼’에서 유튜브를 사용하지 못하도록 막은 것이지만 속내는 조금 복잡하다. AI 시대의 왕좌를 두고 유력 후보 둘이 쟁탈전을 벌이는 상황이다. 하드웨어, 소프트웨어, 콘텐츠 등 사업 영역 경계가 무너지면서 두 회사 간 충돌이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구글, 아마존 AI 스크린서 유튜브 차단

구글은 지난달 26일부터 아마존의 AI 스크린 ‘에코쇼’(사진)에서 유튜브 재생을 차단했다. 에코쇼는 아마존의 AI 스피커 에코 시리즈의 하나로 화면이 장착됐다. AI 비서인 ‘알렉사’에 “요리법 좀 알려줘” “뮤직비디오 틀어줘” 등을 요청하면 소리와 영상을 동시에 재생한다. 에코쇼는 소리만 나오는 AI 스피커와 달리 화면으로 다양한 영상을 볼 수 있어 가격도 다른 기기보다 비싼 229.99달러로 책정됐지만 인기가 높았다.

구글의 유튜브 차단 조치를 두고 두 회사는 상대방을 비판하고 나섰다. 아마존은 “구글이 이번 조치를 내놨다”며 “기술적 이유에서 나온 것이 아니다”고 구글을 탓했다. 구글은 “아마존과 함께 양사 플랫폼을 통해 고객 만족을 실현하려고 오랜 기간 협상해왔으나 아마존이 에코쇼에서 유튜브 서비스 규정을 위반했다”고 주장했다.

아마존은 이달 들어 에코쇼 가격을 199.99달러로 30달러 낮춰 판매하고 있다. 지난 6월 내놓은 신제품 가격을 4개월 만에 내린 것은 이례적이란 평가다. 미국의 정보기술(IT) 전문 매체 더버지는 “아마존은 구글과 화해하기 어렵다는 판단을 내린 것 같다”며 “가격 인하라는 카드로 에코쇼 판매를 끌어올리려는 것”이라고 분석했다. 아마존은 언제까지 가격 인하를 계속할지 밝히지 않았다.

◆AI 시대 왕좌 두고 정면충돌

두 회사는 AI 플랫폼 시장에서 치열한 경쟁을 벌이고 있다. 구글은 AI 비서인 구글 어시스턴트, AI 스피커인 구글홈을 갖추고 아마존의 알렉사, 에코에 대응하고 있다. 구글도 에코쇼처럼 터치스크린을 장착한 신제품 개발에 나선 것으로 알려졌다. 테크크런치에 따르면 구글은 ‘맨해튼’이란 코드네임이 붙은 스마트 스크린을 개발 중이다.

테크크런치는 내부 소식통을 인용해 “맨해튼은 7인치로 에코쇼와 비슷한 크기며 유튜브와 구글 어시스턴트, 구글 포토, 화상 통화 기능 등이 탑재될 것”이라며 “다른 스마트 홈 기기를 컨트롤할 수 있는 스마트 허브 역할도 담당하게 된다”고 전했다.

이어 “맨해튼에 유튜브 서비스가 포함됨으로써 구글이 에코쇼에 유튜브 서비스를 중단한 진짜 이유가 명확해졌다”며 “경쟁자인 에코쇼에 세계 최고의 동영상 서비스 유튜브를 제공하지 않음으로써 자사 기기의 우월성을 확보하려는 전략”이라고 덧붙였다. 맨해튼은 올해 말이나 내년 초 출시될 것으로 알려졌다.

아마존도 반격을 준비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CNBC방송은 “아마존은 자사 비디오 사업을 유튜브 대항마로 키우고자 관련 업계와 회동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아마존과 구글이 이처럼 힘겨루기를 하는 것은 겹치는 사업 분야가 늘어나면서 둘의 관계가 점차 동지에서 적으로 변화하고 있기 때문이다. 최근 몇 년 동안 아마존이 세계 최대 클라우드 서비스 아마존웹서비스(AWS)를 발판 삼아 소프트웨어, 하드웨어, 콘텐츠 등 다양한 영역으로 확장하면서 두 회사의 정면 대결이 불가피해졌다.

이승우 기자 leeswo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