캐슬린 김이 예술의전당 연습실에서 오페라 ‘리골레토’의 질다 역을 연기하고 있다. 국립오페라단 제공
캐슬린 김이 예술의전당 연습실에서 오페라 ‘리골레토’의 질다 역을 연기하고 있다. 국립오페라단 제공
미국 뉴욕 메트로폴리탄 오페라극장은 세계 성악가들의 ‘꿈의 무대’다. 메트 오페라는 입성도 어렵지만 전속 가수 체제가 아니기 때문에 ‘메트 간판스타’라고 하더라도 다음 시즌에 출연할 수 있다는 보장이 없다. 특히 동양인에겐 장벽이 높은 무대다. 그런데 2007년 이후 메트 오페라에서 매 시즌 활동하는 한국인 소프라노가 있다. ‘콜로라투라 소프라노’(화려한 고음과 기교를 선보이는 소프라노)로서 세계적인 명성을 얻고 있는 캐슬린 김(본명 김지현)이다. 지난 5월 슈트라우스의 ‘장미의 기사’ 소피 역까지 11년 동안 메트 오페라 총 10편에 64회 출연했다. 한국인 성악가로선 ‘메트의 안방마님’ 홍혜경에 이어 두 번째로 많은 출연 횟수다.

캐슬린 김이 베르디의 ‘리골레토’로 3년 만에 국내 오페라 무대에 선다. 오는 19~22일 서울 예술의전당 오페라극장 무대에 오르는 국립오페라단 제작 공연에서 여주인공 질다 역을 맡았다. 지난 13일 예술의전당 연습실에서 만난 그는 “질다는 굉장히 감정의 폭이 넓은 캐릭터로 여린 여성의 마음을 담고 있다”며 “격정적인 감정의 변화를 잘 표현해내는 데 집중할 것”이라고 말했다.

서울예고를 거쳐 뉴욕 맨해튼음대와 대학원을 나온 캐슬린 김은 2007년 ‘피가로의 결혼’의 바르바리나 역으로 메트 무대에 데뷔했다. 2분 남짓 출연하는 작은 역이었지만 강한 인상을 남겼다. 이후 ‘호프만의 이야기’의 자동인형 올림피아 역을 거쳐 ‘낙소스 섬의 아리아드네’의 체르비네타, 현대오페라 ‘닉슨 인 차이나’의 마오쩌둥 부인 장칭 등을 꿰차며 메트 오페라의 주역으로 자리매김했다.

“최대한 과장되지 않게 연기하려고 노력해요. 오직 가사에만 집중합니다. 그래서인지 다른 사람보다 편한 연기를 선보인다고들 하더라고요.”

‘리골레토’의 질다 역을 맡은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이 작품은 세상에 대한 저항심으로 가득 찬 광대 리골레토에게 닥친 잔인한 운명을 그린다. 리골레토의 딸인 질다는 처음엔 마냥 어리게만 보인다. 하지만 이후 바람둥이 만토바 공작의 유혹에 빠져 사랑의 감정을 깨닫기도 하고, 스스로 죽음을 선택하기도 한다.

“이번 공연에선 극 초반에 원작보다 네 살가량 어린 12세로 설정돼 있어요. 리골레토의 과잉보호를 받은 캐릭터로 그려집니다. 하지만 감정 변화를 겪으면서 성장하고, 이후 죽음까지 자발적으로 선택하는 극단적인 변화를 겪게 돼요. 왜 이런 변화를 겪는지 그 이면에 담긴 얘기를 최대한 연기에 녹여 전달하고 싶습니다.”

그는 2015년 9월부터 한양대 음대 교수로 활동하고 있다. 이번 공연의 소개 영상이 국립오페라단 페이스북을 통해 공개되자 학생들의 응원 댓글이 쏟아지기도 했다.

“오페라 가수와 교수직을 병행하며 정신없이 달려오기만 한 것 같아요. 앞으론 학생들에게 많은 도움을 주는 데 좀 더 집중할 것입니다. 꼭 하고 싶은 작품만 소화하며 최대한 삶의 균형을 맞춰나갈 계획입니다.”

김희경 기자 hkkim@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