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최대 오프라인 유통업체 월마트는 최근 뉴욕 증시에서 가장 뜨거운 종목 중 하나다. 이달 들어 10% 넘게 오르는 등 수직 상승하고 있다. ‘온라인 유통공룡’ 아마존의 공세에 토이저러스 등 오프라인 유통업체들이 줄지어 무너지는 상황에서도 ‘나홀로 선전’ 중이다. 온라인 판매 강화, 비용 절감을 통한 체질 개선이 실적 개선과 주가 상승으로 이어졌다는 분석이다. 외국인 투자자들은 월마트의 ‘반전 스토리’를 이마트에서 찾고 있다. 과감한 적자사업 정리, 온라인몰의 급성장이 월마트와 닮은꼴이라는 이유에서다.
◆아마존·쿠팡에 전쟁 선포

이마트는 지난 13일 유가증권시장에서 2000원(0.91%) 오른 22만1000원에 장을 마쳤다. 모건스탠리 메릴린치 도이치증권 등 외국계 증권사 창구를 중심으로 매수 주문이 들어왔다. 최근 5거래일간 주가 상승률은 7.8%에 달한다.

월마트 주가의 최근 고공행진이 이마트 주가에도 영향을 줬다는 분석이 나온다. 김규리 신한금융투자 연구원은 “월마트의 주가 흐름은 국내 유통업체에도 대입할 수 있다”며 “사업모델이 비슷한 이마트가 가장 먼저 외국인의 관심을 받고 있다”고 말했다.

월마트의 상승세는 온라인 판매 강화가 뒷받침하고 있다. 이 회사는 지난해 온라인 유통업체인 제트닷컴을 인수하고 창업주 마크 로어를 영입해 온라인 판매를 확대하는 데 주력해왔다. 지난 10일에는 연례 투자자 회의를 열고 2019회계연도까지 전자상거래 매출을 40% 늘리겠다고 밝혔다. 아마존과의 전면전을 선포한 셈이다.

월마트 최고재무책임자(CFO)인 브렛 빅스는 “내년에 미국에서는 신규 매장을 20여 개만 낼 계획”이라며 “기존 사업에서는 철저히 비용을 절감하는 한편 신선식품 배송 등 온라인 인프라를 구축하는 데 예산을 집중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날 발표에 월마트 주가는 4.9% 급등했다.

정용진 신세계그룹 부회장도 작년 소셜커머스업체 쿠팡을 상대로 ‘최저가 전쟁’을 선포했다. 이후 이마트의 온라인몰인 ‘이마트몰’은 강점을 갖고 있는 신선식품을 기반으로 급성장하고 있다. 2분기 총매출은 2512억원으로 작년보다 25.5% 늘어났다. 적자폭도 전년 동기 94억원에서 41억원으로 53억원 줄었다.

◆“정부 규제 우려는 과도”

두 업체의 주가 그래프는 지난 몇 년간 비슷한 궤적을 그려왔다. 올해도 나란히 상승세를 타고 있지만 이마트의 주가 상승폭(20.7%)은 월마트(25.3%)에 미치지 못한다. 정부의 대형마트 규제 확대가 하반기 들어 주가의 발목을 잡았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규제 우려가 주가에 이미 반영됐다며 지속적으로 개선되고 있는 펀더멘털(기초체력)에 주목해야 한다고 말한다. 박종대 하나금융투자 연구원은 “이마트몰(온라인몰) 트레이더스(창고형 할인매장) 이마트24(편의점) 노브랜드(자체상표 상품) 등 신사업 호조와 실적 개선세를 감안하면 저점 매수 기회”라고 말했다. 이마트의 주가수익비율(PER·주가/주당순이익)은 13.2배로 월마트(18.6배)보다 낮다.

이마트는 적자를 내던 중국 사업을 정리하고 최근 코스트코코리아 지분과 임대 부동산을 매각하는 등 내실 다지기에 나섰다. 오린아 이베스트투자증권 연구원은 “성장하고 있는 신사업에 투자하기 위한 재원을 마련하려는 것”이라며 “선택과 집중이 이뤄지고 있다”고 말했다.

최만수 기자 bebop@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