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진핑(習近平) 국가주석의 중국 내 권력집중이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미국 내 권력공백만큼이나 위험하다는 지적이 나왔다.
영국 경제주간지 이코노미스트 최신호는 14일(현지시간) 세계는 미국의 고립주의나 중국의 독재 정권을 바라지 않지만, 불행하게도 자칫 둘 다 경험할지 모른다며 이같이 전했다.
이 보도에 따르면 시 주석은 14억 중국인에 대한 견제받지 않는 권력 집중을 중국 정치의 "새 표준(뉴노멀)"으로 볼지 모르지만 그건 정상적이지 않을 뿐 아니라 위험하기도 하다.
시 주석이 추구하는 '1인 체제'는 결국 중국의 불안정을 가져오기 때문이다.
과거 마오쩌둥(毛澤東)과 그의 문화대혁명 사례에서 볼 수 있듯 1인 체제는 국제사회에서 (그 권력이) 제멋대로 행위를 하는 상황을 초래한다.
이코노미스트는 트럼프 대통령 집권기의 미국이 고립주의를 표방함으로써 후퇴하여 권력공백이 만들어지고 있는 요즘, 시 주석의 1인체제 강화로 인한 부작용에 주목했다.
물론 미국이 여전히 세계 최강국이긴 하나 트럼프 대통령은 최근까지 있었던 미국의 어느 전임자보다 국내에서 권력이 약하고 해외에서도 덜 유능해보이지 않는다.
트럼프 대통령은 특히 미국 영향력의 근간을 이룬 미국적 가치와 동맹을 경시하고 있다.
중국은 그러나 국제무대를 으스대며 활보한다.
시 주석의 장악력은 마오쩌둥 이래 최강이다.
마오 시대의 중국이 혼란스럽고 비참할 정도로 가난했다면 시진핑 시대의 중국은 세계 경제를 주도하는 성장엔진이다. 실제 세계는 시 주석의 이런 행태를 자주 목격하고 있다.
지난 1월 다보스포럼에서 시 주석은 자신이 세계화, 자유무역, 파리기후협약을 앞장서 대변하는 지도자가 되겠다고 세계의 엘리트들에게 약속했다.
세계의 다수 국가가 자본 참여하는 거대 인프라 사업인 일대일로(一帶一路:육상·해상 실크로드)도 하나의 사례라고 할 수 있다.
미국은 2차 세계대전 종전 이후 서유럽 부흥을 위한 대규모 지원 프로젝트인 마셜 플랜 이래 그와 같은 리더십을 보여준 적이 없다.
시 주석이 해외에서 전례 없는 군사력을 펼쳐 보이는 것도 유사한 맥락이다.
지난 7월 동아프리카 지부티에 첫 해외 해군기지를 구축한 것이나 발트 해로 해군을 보내 러시아 함대와 공동 군사훈련을 한 것이 대표적이다.
시 주석은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처럼 세계를 어려움에 빠뜨리는 지도자도 아니다.
민주주의를 뒤엎으려 하거나 서구를 불안정하게 만들려 하지 않는다는 점에서다.
그러나 핵 도발을 하는 북한에 대해선 지나치게 관대하다.
그런 시 주석이지만 중국 국내에선 푸틴 대통령만큼이 러시아 국내에서 하는 것만큼이나 자유를 제한한다.
약간의 정치적 관대함만 허용돼도 자신뿐 아니라 공산당 일당 체제가 부정당할 수 있기 때문이다.
해체된 구소련의 운명이 그를 괴롭히는 것이다.
하지만 국가의 감시 능력을 보강하고 경제 통제를 강화하는 것이 그렇지 않을 경우보다 중국경제의 성장을 제한하고, 중국을 더 숨 막히는 곳으로 만들 것이다.
진보세력들은 시 주석의 직전 지도자였던 후진타오(胡錦濤) 통치 기간 10년을 (자유주의적 개혁 없는) "잃어버린 10년"이라고 한동안 애석해 했다.
그런데 시 주석이 2020년까지 집권한다고 볼 때 그 기간은 15년이 되고 20년을 넘을지도 모른다.
몇몇 낙관론자는 그러나 시 주석의 참모습이 아직 안 드러났다고 주장한다.
이번 제19차 공산당 당 대회에서 권력을 강화한 뒤 본격적으로 사회, 경제적 개혁을 시작할 것이라는 근거에서다.
한편, 이코노미스트지는 이번 기사의 제목을 "시진핑이 도널드 트럼프보다 더 많은 영향력이 있다.
세계는 경계해야 한다"라고 단 뒤 "시 주석이 중국이나 세계를 더 낫게 바꾸리라 기대하지 말라"라는 부제를 추가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