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커 "틸러슨 거세" 비판…북핵해결 옵션에 자충수 둘까 우려

밥 코커(공화·테네시) 미국 상원 외교위원장이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렉스 틸러슨 미국 국무장관의 입지를 좁힘으로써 북핵문제 해결에서 자충수를 두고 있다고 비판 목소리를 높였다.

코커 위원장은 13일(현지시간) 미국 일간 워싱턴포스트(WP) 인터뷰에서 트럼프 대통령을 향해 "자신이 임명한 국무장관을 공개적으로 '거세'(castrate)하면 반드시 두 가지 선택의 길로 빠질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WP는 코커 위원장이 말한 양자택일은 핵무기로 미국을 위협할 능력이 있는 북한에 직면하는 것 또는 북한과 전쟁을 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외교적 해법을 강조하는 국무장관의 권위를 깎아내리면 북핵문제 해결을 위한 미국의 옵션이 제한될 수밖에 없음을 우려한 것이다.

틸러슨 장관은 지난달 30일 중국을 방문해 시진핑(習近平) 국가주석 등을 만난 후 "북한과 2∼3개 채널을 열어두고 있다.

그들과 대화할 수 있고 대화한다"며 북미 간 막후 접촉을 시도하고 있음을 시사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그 다음 날 트위터에 올린 글에서 "훌륭한 국무부 장관인 렉스 틸러슨에게 그가 '리틀 로켓맨'(김정은)과 협상을 시도하느라 시간을 낭비하고 있다고 말했다"고 면박을 줬다.

코커 위원장은 트럼프 대통령의 이 같은 트윗이 "긴장을 고조시키고 매우 무책임하다"고 지적했다.

그는 자신이 실제로 가장 걱정하는 부분은 틸러슨 장관에 대한 '거세', 그에 따라 미국이 극단적 선택의 궁지에 몰리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틸러슨 장관을 둘러싸고는 국무부 안팎에서 존재감이 없다는 시각이 있다.

그러나 코커 위원장은 틸러슨 장관이 중국과의 조용한 외교를 통해 북한 문제 해결을 위한 길을 열고 있다고 높이 평가했다.

코커 위원장은 "우리가 하는 가장 크고, 가장 중요한 외교 활동은 대중국 외교"라며 "이 부분에서 많은 진전을 봤고, 어떤 것들은 놀랄 만하다"고 말했다.

한때 매우 두터운 친분을 자랑하던 트럼프 대통령과 코커 위원장은 최근 틸러슨 국무장관, 북핵해법과 관련한 견해차를 좁히지 못한 채 인신공격에 가까운 설전을 주고받았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9일 트위터 글을 통해 내년 중간선거 불출마와 내년 말 정계 은퇴를 선언한 코커 위원장이 '중간선거 때 도와달라고 구걸했다'고 주장하는 등의 트윗을 날렸다.

이에 코커 위원장은 "백악관이 성인 돌봄센터로 전락해 부끄럽다"고 반격했다.

코커 위원장은 미 일간 뉴욕타임스(NYT) 인터뷰에서 "다른 국가들에 대한 트럼프 대통령의 위협은 3차 세계 대전의 길로 이끌 수 있다"고 공격하기도 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