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디아 고 "클럽·스윙·캐디까지 다 바꿔…샷 감, 전성기의 80% 회복했죠"
“좀 쌀쌀하긴 했지만 샷감은 괜찮았어요. 전성기 때의 80%까지는 올라온 것 같습니다.”

뉴질랜드 동포 리디아 고(20·한국명 고보경·사진)는 올 시즌 가장 많은 변화를 겪은 골퍼다. 클럽을 교체했고 스윙을 바꿨으며 캐디를 새로 영입했다. 대대적인 변화 속에 성적은 부진했다. 85주나 지켜낸 세계 랭킹 1위는 현재 8위까지 곤두박질쳤다.

그랬던 리디아 고가 달라졌다. 하반기 들어 우승경쟁에 다시 가세하는 등 상승세다. 지난 10일 막을 내린 미국여자프로골프(LPGA)투어 인디 위민 인 테크 챔피언십에서 준우승을 차지했다. 이후 메이저 대회인 에비앙 챔피언십에선 3위에 올랐다.

12일 인천 영종도 스카이72GC에서 개막한 LPGA투어 KEB하나은행챔피언십도 상승세를 이어갈 호기다. 그는 “올해 우승이 없어 변화에 적응하지 못한 게 아니냐는 우려의 목소리가 나오는 것을 알고 있다”며 “하지만 클럽과 스윙을 바꾼 것에 대단히 만족한다. 이제 자신감만 더 충전하면 좋은 결과를 낼 수 있다”고 밝은 표정으로 말했다. 4일 일찌감치 한국에 들어온 리디아 고는 10일 후원사인 PXG코리아 론칭 1주년 기념행사에도 참석하는 등 바쁜 일정을 소화했다. 그는 “클럽 교체 후 탄도가 높아져 공의 체공시간이 늘어났다”며 “바꾼 스윙을 통해 일관성도 좋아진 것 같다”고 말했다.

새로 장착한 비장의 무기는 웨지다. 지난달 18일 프랑스에서 열린 에비앙챔피언십 마지막 날 15번홀(파5)에서 잡아낸 이글도 그림 같은 웨지샷 덕분이다. 리디아 고는 “내가 꼽은 ‘올해의 샷’”이라며 “샷에 자신감을 얻은 계기가 됐다”고 강조했다.

한꺼번에 많은 변화를 시도한 것은 ‘오랫동안 할 수 있는 골프를 완성하기 위해서’란다. 리디아 고는 “내가 선택한 변화에 만족하며 후회한 적은 한 번도 없다”며 “골프가 생각대로 되는 운동은 아니지만 자신감을 갖고 경기에 임하면 좋은 결과가 있을 것이라 믿는다”고 말했다. 리디아 고는 이날 버디 5개, 보기 1개를 묶어 4언더파 68타를 쳤다. 공동 9위. 보기 없이 버디 6개를 쓸어담은 박성현(24·KEB하나은행)이 6언더파 66타로 선두에 올랐다. 김민선(22·CJ오쇼핑), 이민지(21·KEB하나은행)가 박성현과 어깨를 나란히 했다. 이날 대회장엔 5772명의 갤러리가 모여 역대 최다 관중을 동원한 것으로 기록됐다.

영종도=이관우/최진석 기자 iskra@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