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항 감만부두에서 맹독성 붉은불개미 떼가 최근 발견됨으로써 항만을 통한 외래 유해생물 유입 우려가 현실화했다.
특히 컨테이너는 아무런 검사도 없이 무방비로 반입되고 있어 대책 마련이 시급하다고 트레일러 기사 등 항만산업 종사자들은 지적한다. 12일 트레일러 기사들에 따르면 외국에서 들어온 빈 컨테이너의 문을 열어보면 각종 벌레가 돌아다니는 일이 적지 않다고 한다.
기사들은 외국에서 선박을 통해 국내 항만에 들어온 빈 컨테이너의 문을 가장 먼저 연다.
국내 화주에게 가져다주기 전에 내부 상태를 살펴야 하기 때문이다.
기사 A씨는 최근 부산항만공사가 운영하는 사회관계망 서비스인 'BPA와 행복트럭'에 올린 글에서 '배정받은 빈 컨테이너 안에서 엄지손가락만한 바퀴벌레 3마리를 발견해 살충제를 뿌려 죽였다"고 밝혔다.
그는 다른 빈 컨테이너에서는 사마귀도 봤다고 전했다.
B씨는 대형 거미를, C씨는 바퀴벌레 비슷한 여러 마리의 벌레를 발견했다고 밝혔다.
다른 기사 한 명은 "믿기지 않겠지만 전갈이 내부에 있었다"고 주장했다.
기사들은 "컨테이너 안의 벌레가 커서 눈에 띄면 살충제를 뿌려서 잡지만 개미처럼 작은 벌레들은 못 볼 수도 있다"며 "내부에 있던 흙덩이, 나뭇조각, 상자 부스러기 등의 쓰레기를 빗자루로 쓸어낼 때 같이 땅에 떨어지거나 트레일러를 타고 부두 밖으로 이동할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현재 부산항을 비롯한 국내 항만에 도착하는 빈 컨테이너는 아무런 검사를 거치지 않고 그대로 부두 내 야적장에 쌓인다.
선사들이 내외부를 검사해 청소와 수리를 해서 깨끗한 상태로 트레일러에 실어 화주에게 보낼 의무가 있지만 이를 지키지 않는다.
이 때문에 부두에서 컨테이너를 배정받은 트레일러 기사들이 가장 먼저 문을 열어 내부가 지저분하면 빗자루로 쓸고 걸레질을 해서 화주에게 가져다주는 실정이다.
기사들이 외래 해충 등에 관한 아무런 지식이 없다 보니 벌레를 발견해도 신고하지 않는다.
환경부나 농림축산식품부 등 관계 당국의 교육도 전혀 없다.
농림축산식품부 산하 검역본부는 식물과 원목 등을 중심으로 유해생물 유입 여부를 살필 뿐 컨테이너는 사실상 검사대상에서 빠져 있다.
컨테이너를 통한 해충 등의 유입에 무방비로 노출된 셈이다.
컨테이너를 통한 외래 해충 유입은 일본에서도 확인됐다.
지난 5월 고베항에서 처음 붉은불개미가 발견된 것을 계기로 일본 정부가 68개 항만을 대상으로 조사했더니 도쿄항으로 유입한 붉은불개미는 중국 광둥성 싼산항에서 처음 배에 실려 홍콩항에서 환적된 컨테이너 안에서 발견됐다.
오카야마항에서는 중국과 한국 등지에 서 온 빈 컨테이너 내부에서 200여마리를 발견했다.
기사들은 컨테이너 내부를 살피거나 청소하는 과정에서 건강을 해치지 않을까 걱정한다.
그들이 처음 문을 열고 들어가서 살피고 청소하는 컨테이너가 무슨 화물을 담았던 것인지 전혀 알 수가 없기 때문이다.
C씨는 "외국에서 무슨 화물을 담았는지, 어떤 해로운 물질이 남아있는지도 모르는 상태에서 기사들이 컨테이너 속에 맨몸으로 들어간다"며 "방호복 입은 전문인력이 검사하고 청소해서 기사들에게 주는 게 당연하다"고 주장했다.
한 운송사 간부는 "컨테이너 관련 정보는 선사만 안다"며 "국내에 들어오기 전 외국에서 어떤 화물을 담았는지 등에 관한 정보를 터미널과 운송사에 제공하도록 의무화해야 한다"고 요구했다.
그는 "해충 유입을 막는 것은 물론이고 트레일러 기사들의 안전을 위해서라도 이제는 정부가 외국에서 들어오는 빈 컨테이너 내부에 어떤 위험이 있는지 제대로 조사해서 필요한 조치를 해야 한다"며 "위험성이 드러나면 국내 반입 후 전량 소독하거나 외국에서 출발하기 전에 검역절차를 마쳤다는 증명을 하는 경우에만 반입을 허용하는 등 대책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부산연합뉴스) 이영희 기자 lyh9502@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