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기업 돈으로 관제시위 배후관리 의혹…국정원도 개입 정황
박근혜 정부가 대기업 자금으로 보수단체를 친정부 시위에 동원했다는 '화이트리스트' 의혹과 관련해 검찰이 12일 허현준(49) 전 청와대 국민소통비서관실 행정관을 피의자 신분으로 소환했다.

허 전 행정관은 박근혜 정부 청와대가 전국경제인연합(전경련)을 비롯해 여러 대기업과 접촉해 친정부 시위를 주도하던 보수 성향 단체들에 지원금을 주도록 요구하는 과정에 핵심 실행자 역할을 한 의혹을 받는다.

그는 박근혜 정부 청와대에 근무하기에 앞서 뉴라이트 계열 보수단체인 시대정신 사무국장을 지냈다.

허 전 행정관은 검찰청에 도착해 기자들과 만나 "시민사회단체와 소통하고 단체들을 활성화하는 게 소속 비서관실 업무였다"며 "대기업에 자금 지원을 압박한 적이 없고, 다만 전경련에 어려운 민간단체를 도와주는 게 좋겠다는 의견을 전달한 적은 있다"라며 관련 의혹을 부인했다.

화이트리스트 의혹을 수사 중인 서울중앙지검 특수3부(양석조 부장검사)는 허 전 행정관을 상대로 대기업을 동원해 보수단체에 자금 지원을 연계한 경위와 관제시위 의혹 등을 캐물을 방침이다.

검찰은 대기업과 보수단체 등을 상대로 한 관련자 조사를 토대로 직권남용 권리행사방해 등 혐의로 허 전 행정관의 구속영장을 청구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검찰은 앞서 11일 화이트리스트 의혹과 관련해 국가정보원의 개입 정황을 포착하고 이헌수 전 국정원 기획조정실장의 자택과 퇴직경찰관 모임인 대한민국재향경우회 사무실 등 보수단체 여러 곳을 압수수색해 컴퓨터 하드 디스크와 문서 등을 확보했다.

검찰은 국정원 간부 등이 직접 대기업을 압박해 특정 단체에 거액의 돈을 제공하게 한 정황을 파악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에 따라 화이트리스트 의혹의 주요 피의자인 허 전 행정관 외에도 조윤선 전 정무수석이나 김기춘 전 대통령 비서실장 등 '윗선'과 박근혜 정부 국정원 수뇌부로까지 수사가 확대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서울연합뉴스) 이지헌 이보배 기자 pan@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