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olumn of the week] 왜 미국은 세제개혁이 필요한가?
-
기사 스크랩
-
공유
-
댓글
-
클린뷰
-
프린트
트럼프의 세제개혁이 성공하면 미국 경제성장률은 연 3%대로 ↑
"부자 감세"비판의 세가지 오류
(1) 근로자 소득 상승 효과 무시
(2) 법인세 부담 60%는 근로자 몫
(3)구체적 계획 나오기도 전에…
글렌 허바드 < 컬럼비아대 경영대 학장 >
"부자 감세"비판의 세가지 오류
(1) 근로자 소득 상승 효과 무시
(2) 법인세 부담 60%는 근로자 몫
(3)구체적 계획 나오기도 전에…
글렌 허바드 < 컬럼비아대 경영대 학장 >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현명하게 세제개혁 이슈를 제기했다. 세제개혁이 성공하면 미국의 연간 경제성장률은 3% 수준까지 높아질 것이다. 수백만 명에 달하는 미국인 소득도 늘어나는 효과가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하지만 세제개혁이 경제 성장에 가져다주는 이런 긍정적인 효과들에 대한 논의는 부족한 편이다. 비판가들은 세제개혁이 야기할 수 있는 부정적 효과들만 부각시키고 있다.
나는 25년 전에 재무부를 떠났다. 당시 내 책상 뒤에 있는 칠판에는 ‘세원(稅源)은 넓히고, 세율(稅率)은 낮춰라’란 문구가 선명하게 쓰여 있었다. 그것은 1986년 도입된 세제개혁법안의 핵심을 압축적으로 표현한 것이었다. 당시 로널드 레이건 대통령은 법인세율과 소득세율을 인하하면서 세원을 확대했다. 경제 주체들에게는 희소식이었지만 세제개혁의 실행 과정은 쉽지 않았다. 트럼프 대통령의 야심찬 세제개혁안 역시 상황이 크게 다르지 않은 것 같다.
‘세원을 확대하고, 세율을 낮춰라’는 세제개혁 방법론에 대한 것이다. 그것 자체가 세제개혁의 목적은 아니다. 세제개혁의 기본 목적은 투자를 활성화하고, 생산성과 임금을 높임으로써 경제적 후생을 증대하는 것이다. 비판론자들은 1986년의 세제개혁법안이 가져온 긍정적인 결과들을 의도적으로 무시하고 있다. 그러면서 트럼프 대통령의 세제개혁이 초래할 재정수입 감소와 소득분배구조 악화 등에 대해 부당한 비판을 가하고 있다.
트럼프의 세제개혁안은 세 가지 중요한 경제적 변화를 인정하는 것에 기반을 두고 있다. 첫째, 기업 유치를 위한 글로벌 경쟁이 갈수록 격화되고 있다. 미국은 세계에서 법인세율이 높은 나라 중 하나여서 글로벌 기업 유치 경쟁에서 뒤처지고 있다. 미국의 법인세율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평균보다 10%포인트 정도 높다. 이처럼 높은 법인세율 때문에 기업들은 미국 내에서 투자하고 생산하고 고용하기를 꺼리고 있다.
둘째, 법인세 부담 대부분은 기업 오너(주주)들이 지는 것이 아니라 근로자가 진다. 높은 법인세 부담은 기업의 투자 의욕을 꺾고, 이는 결국 임금 인상 정체로 이어지기 때문이다.
셋째, 비(非)기업 부문의 기업 활동 규모가 커지고 중요해졌다. 높은 법인세율은 비기업 부문의 투자와 고용을 위축시킨다. 세제개혁을 얘기하면서 비기업 부문을 고려하지 않는 것은 설득력이 떨어진다. 법인세 개혁의 지지자들은 예전부터 비기업 부문에 미치는 파급 효과를 강조해왔다.
하지만 트럼프의 세제개혁 계획은 1986년의 세제개혁법안과 마찬가지로 중대한 도전에 직면해 있다. 법인세율과 소득세율을 인하하더라도 연방 재정의 구조적인 적자를 유발하지 않을 것이란 점을 설득해야 한다. 또 세율 인하가 부자를 위한 감세가 아니라는 점도 확실하게 입증해야 한다.
우선 연방 재정 문제부터 시작해 보자. 세제개혁안에는 세율 인하만 있는게 아니다. 세원을 확대하는 내용도 포함돼 있다. 1986년의 세제개혁법안도 마찬가지였다. 현재 세계 각국은 법인세율 인하를 위해 소비에 대해 높은 세금을 매기는 추세다. 공화당 하원 의원들은 법인세 인하에 필요한 세수 확보를 위해 소비세 인상을 주장하고 있다. 트럼프의 세제개혁안은 법인세율을 낮추는 대신 개인에 대한 소득공제 혜택을 축소하고자 한다. 연방정부뿐 아니라 주정부에서 제공하는 소득공제 혜택도 포함된다. 세제개혁으로 인한 재정 수입 감소를 막으려면 법인세 인하에 따른 경제 활성화 효과도 면밀하게 계산할 필요가 있다. 공화당 하원 의원들이 앨런 아우어바흐 UC버클리 교수와 로렌스 코트리코프 보스턴대 교수에게 의뢰한 연구용역에 따르면 트럼프의 세제개혁으로 근로자 임금은 8%가량 상승할 것으로 예상됐다. 2005년 부시 대통령의 세제개혁자문패널은 세제개혁이 미국의 국내총생산(GDP)을 수년간 5%가량 증대시키는 효과를 발휘할 것이라고 예측한 바 있다. 세제개혁이 매우 큰 효과를 발휘할 것이란 얘기다. 그런데도 비판론자들은 세제개혁이 경제 성장을 촉진하는 데는 아무 효과가 없을 것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이제 소득분배 문제에 대해 얘기해보자. ‘부자를 위한 감세’라는 주장은 최소한 세 가지 오류를 내포하고 있다. 첫째, 세제개혁이 일반 근로자들의 임금과 소득에 미치는 긍정적인 효과를 무시하고 있다. 세제의 변화가 소득분배에 미치는 영향을 분석하는 전통적인 연구들은 임금 상승에 미치는 영향에 주목하지 않는다. 둘째, 높은 법인세 부담의 60%가량은 근로자가 지게 된다는 점을 고려하지 못하고 있다. 이는 내 연구 결과를 통해 입증된 것이다. 셋째, 불확실한 가정에 근거하고 있다. 트럼프의 세제개혁안은 고소득자에 대한 누진세율을 어떻게 할지, 개인들의 소득공제는 어느 수준까지 제한할지 등에 대한 구체적인 계획을 아직까지 제시하지 않았다. 그럼에도 비판론자들은 트럼프의 세제개혁안이 ‘부자를 위한 감세’라고 비판하고 있다.
이익집단들은 세제개혁으로 자신들이 피해를 볼 것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전국부동산중개인협회는 연방 및 주정부 차원의 소득공제 축소가 부동산 가격을 하락시키고, 이로 인해 주택 소유자들의 이익이 침해될 것이라는 것을 입증하기 위한 연구 용역을 발주했다. 하지만 그 연구는 세제개혁이 임금과 경제성장률에 미치는 영향은 전혀 고려하지 않고 있다.
이제 이런 모호한 비판을 거둘 때다. 세제개혁과 관련한 부차적인 문제에 대한 논쟁은 중단해야 한다. 핵심 질문은 ‘세제개혁이 과연 구조적인 저성장 상태에 빠진 미국 경제에 활력을 불어넣을 수 있을 것인가’로 모아져야 한다. 그 대답은 ‘그렇다’이다.
The Wall Street Journal 한경 독점 제휴
원제=Why America Needs Tax Reform
정리=김동윤 기자 oasis93@hankyung.com
글렌 허바드 < 컬럼비아대 경영대 학장 >
나는 25년 전에 재무부를 떠났다. 당시 내 책상 뒤에 있는 칠판에는 ‘세원(稅源)은 넓히고, 세율(稅率)은 낮춰라’란 문구가 선명하게 쓰여 있었다. 그것은 1986년 도입된 세제개혁법안의 핵심을 압축적으로 표현한 것이었다. 당시 로널드 레이건 대통령은 법인세율과 소득세율을 인하하면서 세원을 확대했다. 경제 주체들에게는 희소식이었지만 세제개혁의 실행 과정은 쉽지 않았다. 트럼프 대통령의 야심찬 세제개혁안 역시 상황이 크게 다르지 않은 것 같다.
‘세원을 확대하고, 세율을 낮춰라’는 세제개혁 방법론에 대한 것이다. 그것 자체가 세제개혁의 목적은 아니다. 세제개혁의 기본 목적은 투자를 활성화하고, 생산성과 임금을 높임으로써 경제적 후생을 증대하는 것이다. 비판론자들은 1986년의 세제개혁법안이 가져온 긍정적인 결과들을 의도적으로 무시하고 있다. 그러면서 트럼프 대통령의 세제개혁이 초래할 재정수입 감소와 소득분배구조 악화 등에 대해 부당한 비판을 가하고 있다.
트럼프의 세제개혁안은 세 가지 중요한 경제적 변화를 인정하는 것에 기반을 두고 있다. 첫째, 기업 유치를 위한 글로벌 경쟁이 갈수록 격화되고 있다. 미국은 세계에서 법인세율이 높은 나라 중 하나여서 글로벌 기업 유치 경쟁에서 뒤처지고 있다. 미국의 법인세율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평균보다 10%포인트 정도 높다. 이처럼 높은 법인세율 때문에 기업들은 미국 내에서 투자하고 생산하고 고용하기를 꺼리고 있다.
둘째, 법인세 부담 대부분은 기업 오너(주주)들이 지는 것이 아니라 근로자가 진다. 높은 법인세 부담은 기업의 투자 의욕을 꺾고, 이는 결국 임금 인상 정체로 이어지기 때문이다.
셋째, 비(非)기업 부문의 기업 활동 규모가 커지고 중요해졌다. 높은 법인세율은 비기업 부문의 투자와 고용을 위축시킨다. 세제개혁을 얘기하면서 비기업 부문을 고려하지 않는 것은 설득력이 떨어진다. 법인세 개혁의 지지자들은 예전부터 비기업 부문에 미치는 파급 효과를 강조해왔다.
하지만 트럼프의 세제개혁 계획은 1986년의 세제개혁법안과 마찬가지로 중대한 도전에 직면해 있다. 법인세율과 소득세율을 인하하더라도 연방 재정의 구조적인 적자를 유발하지 않을 것이란 점을 설득해야 한다. 또 세율 인하가 부자를 위한 감세가 아니라는 점도 확실하게 입증해야 한다.
우선 연방 재정 문제부터 시작해 보자. 세제개혁안에는 세율 인하만 있는게 아니다. 세원을 확대하는 내용도 포함돼 있다. 1986년의 세제개혁법안도 마찬가지였다. 현재 세계 각국은 법인세율 인하를 위해 소비에 대해 높은 세금을 매기는 추세다. 공화당 하원 의원들은 법인세 인하에 필요한 세수 확보를 위해 소비세 인상을 주장하고 있다. 트럼프의 세제개혁안은 법인세율을 낮추는 대신 개인에 대한 소득공제 혜택을 축소하고자 한다. 연방정부뿐 아니라 주정부에서 제공하는 소득공제 혜택도 포함된다. 세제개혁으로 인한 재정 수입 감소를 막으려면 법인세 인하에 따른 경제 활성화 효과도 면밀하게 계산할 필요가 있다. 공화당 하원 의원들이 앨런 아우어바흐 UC버클리 교수와 로렌스 코트리코프 보스턴대 교수에게 의뢰한 연구용역에 따르면 트럼프의 세제개혁으로 근로자 임금은 8%가량 상승할 것으로 예상됐다. 2005년 부시 대통령의 세제개혁자문패널은 세제개혁이 미국의 국내총생산(GDP)을 수년간 5%가량 증대시키는 효과를 발휘할 것이라고 예측한 바 있다. 세제개혁이 매우 큰 효과를 발휘할 것이란 얘기다. 그런데도 비판론자들은 세제개혁이 경제 성장을 촉진하는 데는 아무 효과가 없을 것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이제 소득분배 문제에 대해 얘기해보자. ‘부자를 위한 감세’라는 주장은 최소한 세 가지 오류를 내포하고 있다. 첫째, 세제개혁이 일반 근로자들의 임금과 소득에 미치는 긍정적인 효과를 무시하고 있다. 세제의 변화가 소득분배에 미치는 영향을 분석하는 전통적인 연구들은 임금 상승에 미치는 영향에 주목하지 않는다. 둘째, 높은 법인세 부담의 60%가량은 근로자가 지게 된다는 점을 고려하지 못하고 있다. 이는 내 연구 결과를 통해 입증된 것이다. 셋째, 불확실한 가정에 근거하고 있다. 트럼프의 세제개혁안은 고소득자에 대한 누진세율을 어떻게 할지, 개인들의 소득공제는 어느 수준까지 제한할지 등에 대한 구체적인 계획을 아직까지 제시하지 않았다. 그럼에도 비판론자들은 트럼프의 세제개혁안이 ‘부자를 위한 감세’라고 비판하고 있다.
이익집단들은 세제개혁으로 자신들이 피해를 볼 것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전국부동산중개인협회는 연방 및 주정부 차원의 소득공제 축소가 부동산 가격을 하락시키고, 이로 인해 주택 소유자들의 이익이 침해될 것이라는 것을 입증하기 위한 연구 용역을 발주했다. 하지만 그 연구는 세제개혁이 임금과 경제성장률에 미치는 영향은 전혀 고려하지 않고 있다.
이제 이런 모호한 비판을 거둘 때다. 세제개혁과 관련한 부차적인 문제에 대한 논쟁은 중단해야 한다. 핵심 질문은 ‘세제개혁이 과연 구조적인 저성장 상태에 빠진 미국 경제에 활력을 불어넣을 수 있을 것인가’로 모아져야 한다. 그 대답은 ‘그렇다’이다.
The Wall Street Journal 한경 독점 제휴
원제=Why America Needs Tax Reform
정리=김동윤 기자 oasis93@hankyung.com
글렌 허바드 < 컬럼비아대 경영대 학장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