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셸 캉드쉬 전 국제통화기금(IMF) 총재(얼굴)가 “한국이 외환위기 때처럼 유동성 부족에 시달릴 가능성은 매우 낮다”며 “하지만 10년 안에 심각한 양상의 시스템 위기에 빠질 우려가 있다”고 경고했다. 캉드쉬는 외환위기 당시 IMF 수장을 맡아 한국에 대한 구제금융 지원을 총괄했다.

그는 외환위기 20년을 맞아 10일 한국경제신문과 인터뷰를 하고 “한국의 급속한 고령화, 미진한 기업 구조조정, 노동시장 왜곡 등이 뇌관으로 작용할 가능성이 있다”며 이같이 말했다.

캉드쉬 전 총재는 “한국이 외환위기를 성공적으로 극복하면서 기대 이상의 거시경제 성과를 낸 측면은 부인할 수 없는 사실”이라며 “그럼에도 여전히 금융과 노동 시장에서는 개혁 성과가 미진하다”고 지적했다. 특히 “노동 시장 왜곡이 심화되면서 청년 실업과 불평등이 가중되고 있다”며 “노동 유연성을 높이기 위한 개혁이 이뤄져야 한다”고 덧붙였다. 이어 “외환위기 이후 김대중 정부를 비롯한 이전 정부들이 부단한 개혁으로 한국을 극적으로 바꿔놨듯이 현 정부도 과거 정부의 개혁 기조를 이어받아야 한다”고도 했다.

그는 “2012년 이후 한국의 성장 잠재력이 낮아지고 있는 것도 위험 요인”이라며 “1997년 당시와 같은 방식의 외환위기가 일어날 가능성은 낮지만 성장 잠재력을 높일 수 있는 구조개혁을 방치하면 10년 안에 구조적인 문제에 직면할 우려가 있다”고 말했다.

캉드쉬 전 총재는 1987년부터 2000년까지 13년간 IMF를 이끈 최장수 수장이다. 1997년 한국을 비롯한 아시아 국가의 외환위기 당시 고강도 구제금융 프로그램을 시행하면서 이들 나라 국민으로부터 ‘그림 리퍼(grim reaper·저승사자)’라는 별명을 얻었다.

고경봉 기자 kgb@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