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은, 공격임박 판단해 선제공격 나설수도"
"심각하게 생각안할 듯" 반론도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북핵 위협에 대해 잇달아 수수께끼 같은 발언을 쏟아내는 것이 김정은 북한 노동당 위원장을 '오판'에 빠트릴 수 있다고 미 전문가가 9일(현지시간) 경고했다.

미 일간 USA투데이에 따르면 미국 내 저명한 미사일 전문가인 제프리 루이스 미들버리 국제학연구소 비확산연구센터 연구원은 베일에 가려진 트럼프의 위협이 김정은의 계산 착오를 불러올 가능성을 높일 수 있다면서 이렇게 진단했다.

루이스 연구원은 "그(김정은)가 미국의 공격이 임박했다는 두려움을 가진다면, 선제 타격을 명령할지도 모른다"면서 "그건 정말 나쁜 신호다. 그다음에 오는 빈칸은 사람들이 알아서 채울 것"이라고 말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최근 군 수뇌부와 북한·이란 문제 등을 논의한 직후 "(지금은) 폭풍 전 고요"라고 말한 데 이어 트위터를 통해 대북 대화·협상 무용론을 거듭 개진하면서 "단 한 가지는 효과가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트럼프 대통령은 '폭풍 전 고요'와 '단 한 가지'의 구체적인 내용을 밝히지 않아 그의 언급을 둘러싼 해석이 분분한 상태다.

루이스 연구원은 트럼프 대통령의 언급이 북한의 핵무기와 미사일 프로그램을 중단시키기 위한 군사적 행동을 언급한 것 같지만, 그 발언 자체는 '엄포'에 가깝게 보인다고 해석했다.

루이스 연구원은 "트럼프 대통령의 발언은 문법적으로 분석할 수 없다"면서 이렇게 말했다.

트럼프 대통령의 트윗은 모호하지만, 트럼프 행정부 관리들은 대북 정책에 혼선이 없다는 사실을 강조하고 있다고 USA투데이는 전했다.

허버트 맥매스터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은 북한에 대한 대통령의 발언이 그 강도만 세졌을 뿐 과거 대통령들의 언급과 비슷하다면서 "현재 어떤 점에서도 명확성이 부족하다고 생각하지 않는다"고 밝힌 바 있다.

맥매스터 보좌관과 북핵 문제를 다루는 고위 관료들은 '협상을 우선순위에 두면서 군사행동도 실행 가능한 옵션으로 남겨둔다'는 기조를 비교적 일관되게 유지하고 있다는 것이다.

그러나 정치권에서는 렉스 틸러슨 미 국무부 장관에게 북한과의 대화가 '시간 낭비'라고 면박을 준 트럼프 대통령의 트윗에서 알 수 있듯이 대통령과 보좌진 사이에 분명히 엇박자가 나고 있음을 지적했다.

크리스 머피 상원의원(민주·코네티컷)은 "우리에게는 국무부와 국방부에서 나오는 하나의 외교정책이 있고, 다른 하나의 정책은 대통령의 트위터 피드에서 나온다"고 말했다.

일부 비평가는 김정은 위원장이 트럼프 대통령의 언급을 잘못 이해하진 않을 것이라는 분석을 내놓기도 했다.

마이클 매든 존스홉킨스스쿨 한미연구소 연구원은 "김정은은 북한의 앞선 두 지도자보다 훨씬 정교하다"면서 "트럼프의 수사를 잘못 계산하지는 않을 거라고 본다. 그는 트럼프의 트윗을 너무 심각하게 받아들이지 않아도 된다는 것을 알고 있다"고 말했다.

(로스앤젤레스연합뉴스) 옥철 특파원 oakchul@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