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국무부 주도로 북한을 외교적으로 고립시키는 압박 전략이 성과를 내고 있는 것으로 분석됐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20여 개국이 북한과의 정치·경제·군사 관계를 단절 또는 축소했다고 8일(현지시간) 보도했다. 렉스 틸러슨 미 국무장관이 올초부터 북한과 거래하는 모든 나라의 거래 상세 목록을 작성해 북한과의 관계를 끊거나 축소할 것을 양자 회담 또는 협상을 통해 권고하거나 요구해온 결과라는 것이다.

멕시코 페루 스페인 쿠웨이트 등은 북한 외교관이 외교행낭으로 밀수품이나 무기 부품 등을 거래한다는 사실을 통보받고 북한 외교관들을 추방했다. 지난 1일에는 이탈리아가 똑같은 조치로 미국의 북한 고립화 외교 대열에 동참했다.

미 국무부가 작성한 나라별 대(對)북한 관계 목록은 북한이 해당국에 공관을 갖고 있는지에서부터 △북한 선박 출입 현황 △북한 노동자 취업 여부 △상거래 현황 △군사적 협력 등의 정보까지 망라한 것으로 알려졌다.

독일은 지난 5월 북한 대사관이 베를린 중심가에서 호스텔로 임대업을 하고 있다는 정보를 받고 영업활동 중단 조치를 내렸다. 피지 정부는 북한이 허가도 받지 않은 채 선박 12척을 피지 선적으로 등록해 운항 중인 사실을 통보받고 등록을 취소시켰다. WSJ는 국무부가 한국과는 주 단위로, 일본과는 월 단위로 관련 정보를 공유해왔다고 보도했다.

다만 이 같은 외교적 고립 작전으로 북한이 핵·미사일 개발과 도발을 포기할지에 대해선 의견이 갈린다. 미 정보당국은 북한 정권이 핵 프로그램을 ‘생존 보증수표’로 간주하고 있기 때문에 절대 포기하지 않을 것이라는 결론을 내렸다고 WSJ는 전했다.

밥 코커 미 상원 외교위원장(공화당)도 지난달 28일 대북제재 관련 청문회에서 “틸러슨 장관의 대북제재 노력에 경의를 표하지만 아무리 강한 제재도 김정은 정권의 핵 프로그램을 중단시키지 못할 것이라는 미 정보당국의 결론에 동의한다”고 말했다.

반면 같은 날 청문회에 출석한 수전 손턴 국무부 동아시아태평양담당 차관보 대행은 “틸러슨 장관이 상당한 진전을 이루고 있다고 생각한다”며 “중국이 변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코커 위원장은 지난 8일에는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대통령직을 ‘리얼리티쇼’처럼 생각하면서 다른 나라들에 무모한 위협을 일삼고 있어 미국을 “제3차 세계대전의 길”로 이끌 위험이 있다고 비판했다.

그는 뉴욕타임스와의 인터뷰에서 “백악관에선 단 하루도 트럼프 대통령을 말리는 상황이 벌어지지 않는 날이 없는 것을 나는 사실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워싱턴=박수진 특파원 psj@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