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네시스 대상’ 포인트 선두권에 있는 최진호(왼쪽부터)·이정환·이형준·김승혁  /한경DB
‘제네시스 대상’ 포인트 선두권에 있는 최진호(왼쪽부터)·이정환·이형준·김승혁 /한경DB
올 시즌 한국프로골프(KPGA) 투어 19개 대회 중 17개 대회가 마무리됐다. 시즌 막바지로 접어들면서 선수들의 경쟁은 더욱 치열해지고 있다. 상금 1억원, 럭셔리 브랜드 제네시스의 고급 세단, 유러피언프로골프(EPGA) 투어 시드 등 ‘잭팟’ 수준의 부상이 걸린 ‘제네시스 대상’ 때문이다.

제네시스 대상은 한 시즌 가장 성실하게 대회에 참가해 좋은 성적을 거둔 선수가 차지하는 ‘올해의 선수상’이다. 가장 유력한 후보는 제네시스 대상 포인트 1위 최진호(33·현대제철), 그 뒤를 바짝 쫓고 있는 2위 이정환(26·PXG)이다. 남은 2개 대회 성적에 따라 주인공이 달라질 수 있다.

◆EPGA·PGA 해외 무대 ‘활짝’

KPGA 투어는 올 들어 17개 대회에서 16명의 챔피언이 등장해 ‘춘추전국시대’ 양상이다. 많은 선수가 제네시스 대상을 두고 혈전을 벌이는 이유다. 지난해 신설된 제네시스 대상은 한국 남자골프 사상 첫 ‘투어 포인트 상금제도’다. 매년 시즌이 끝나는 시점에 대상 포인트 상위 10명에게 총 3억원의 보너스 상금을 지급한다. 가장 높은 포인트를 기록한 1위에게는 상금 1억원과 제네시스 세단을 부상으로 준다. 2위부터 10위까지는 2억원을 차등 지급한다.

2015년 11월 출범한 현대자동차의 럭셔리 브랜드 제네시스는 침체기에 있던 한국 남자골프 부흥을 위해 이듬해부터 발 벗고 나섰다.

현대차 관계자는 “여자골프와 달리 남자투어 선수들은 상금으로 생계를 이어가기 힘들다는 점에 주목했다”며 “선수들의 투어 환경을 개선함과 동시에 마지막까지 최선을 다해 경쟁할 수 있도록 보너스 상금제도를 만들었다”고 설명했다.

제네시스 대상 포인트는 KPGA 정규투어 모든 대회에 가산점 없이 일괄 적용된다. 1위 1000점, 2위 600점, 3위 520점, 4위 450점, 5위가 390점을 얻는다. 60위는 10점을 받는다.

올해 제네시스 대상 수상자에게 주는 혜택이 더욱 커졌다. 지난해에는 상금, 부상과 함께 현대차가 미국프로골프(PGA) 투어에서 주최하는 대회 초청권을 줬다. 올해는 EPGA 투어로 직행할 수 있는 시드도 부여하기로 했다. 제네시스 대상 수상자를 제외한 제네시스 포인트 상위 3명은 EPGA 투어 Q스쿨 1차전을 면제받고 2차전부터 치를 수 있다. EPGA는 PGA 투어 입성을 위한 가장 좋은 전진기지다.

제네시스 대상 수상자에게는 PGA 투어 대회에서 뛸 기회도 준다. 제네시스 대상 포인트 상위 3명은 오는 19일부터 제주도 나인브릿지GC에서 열리는 국내 첫 PGA 투어 정규대회인 CJ컵 출전권을 얻는다. 지난주 막을 내린 카이도 제주오픈 대회까지를 기준으로 1, 2, 3위에 오른 최진호와 이정환, 이형준(25·JDX)이 이 티켓을 거머쥐었다.

◆최진호 굳히기? 이정환 뒤집기?

KPGA 투어는 2개 대회밖에 남지 않았지만 제네시스 대상 포인트 1위 경쟁은 예측을 불허하는 접전이다. 지난 제주오픈에서 준우승을 차지한 최진호가 600점을 추가하면서 4606점으로 이정환을 제치고 1위로 올라섰다. 최진호는 지난해 제네시스 대상 수상자로 2연패를 노리고 있다. 이정환은 2위로 밀려나긴 했지만 4480점으로 최진호와 126점 차이다. 남은 2개 대회 결과에 따라 얼마든지 순위가 바뀔 수 있다.

두 선수 모두 EPGA 투어 시드가 걸린 제네시스 대상에 대한 욕심을 숨기지 않았다. 최진호는 “유럽 무대에 진출하는 건 큰 혜택”이라며 “제네시스 대상 2연패를 위해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3위 이형준(4171점)과 지난달 제네시스챔피언십에서 우승해 내년 PGA 투어 대회인 제네시스오픈 출전권을 확보한 김승혁도 4위(3925점)에 올라 제네시스 대상 가시권에 있다.

1~4위는 모두 올 시즌 우승 경험이 있는 선수들이지만 5~7위는 우승이 없다. 그만큼 매 경기 꾸준히 상위권에 이름을 올리면서 포인트를 챙겨왔다는 얘기다.

원형중 골프채널 해설위원은 “제네시스 대상 포인트는 메이저 대회와 일반 대회 구분 없이 똑같은 포인트를 준다”며 “우승이 없더라도 많은 대회에 참가해 꾸준히 좋은 성적을 거둔다면 많은 제네시스 대상 포인트를 확보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남은 2개 대회는 오는 26일 막을 올리는 현대해상 최경주 인비테이셔널(총상금 7억5000만원), 11월2일 열리는 8차 카이도시리즈 투어챔피언십(총상금 10억원)이다.

최진석 기자 iskra@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