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나나맛 우유, 목욕탕 아닌 KTX서 '빙그레' 웃는 까닭은
#. 어린시절 어머니의 손 잡고 목욕탕을 갈 때엔 늘 함께 하는 '짝꿍'이 있었다. 노오란색 통통한 허리를 자랑하는 바나나맛 우유가 그 주인공. 목욕으로 묵은 때를 벗기고, 쭈굴쭈굴한 손으로 노오란색 바나나맛 우유를 잡으면 미소가 절로 지어졌다. 빨대로 콕 찍어 바나나맛 우유를 들이키면 상쾌한 기분이 밀려왔다. 목욕탕 단짝 친구였던 이 바나나맛 우유가 KTX에서도 인기를 끌고 있다.

추석연휴의 귀경길. KTX에서 가장 많이 팔리는 제품은 뭘까? 빙그레의 바나나맛 우유가 목욕탕 뿐만 아니라 기차에서도 인기가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6일 국회 국토교통위원회 소속 안호영(더불어민주당) 의원이 코레일로부터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빙그레의 바나나맛 우유는 올 상반기 KTX에서 9만2000개, 총 1억2000만원 어치가 팔렸다.

바나나맛 우유의 인기는 2013년부터 본격화됐다. 그 해 75만2000개(8억4000만원)가 팔렸고 2014년에는 66만1000개(8억6000만원)가 판매됐다. 전체적인 수요는 위축됐음에도 1위자리를 놓치지 않았다. 바나나맛 우유는 2015년과 2016년에는 각각 45만2000개(5억9000만원), 29만6000개(3억8000만원)씩 팔려나갔다.

바나나맛 우유가 KTX에서 인기를 끈 비결은 '대표성'이다. 바나나 우유는 국내 바나나 가공유 시장에서 80%의 점유율을 차지할 정도로 자리를 잡고 있다. 1974년 개발된 후 43년간 장수한 것도 대표성의 이유다.

바나나맛 우유는 일반 우유는 물론이고 물이나 커피보다도 훨씬 높은 판매량을 기록했다. KTX에서 많이 팔린 2위 제품은 '천년동안' 생수였다. 지난해 총 5만9000개로 9000만원 어치가 판매됐다.

다음으로는 옥수수수염차(4만8000개·7000만원), 하이트맥주(3만5000개·7000만원), 스타벅스 모카 커피(3만4000여개·1억원) 등이 이름을 올렸다.

한편 바나나맛 우유는 하루 80만개 이상, 연평균 2억5000개 판매되고 있다. 국민 1명이 1년에 5개를 구매하고 있는 셈이다. 2007년 가공유 제품으로는 사상 최초로 연매출 1000억원대를 돌파했다. 지난해엔 1950억원으로 역대 최대 연매출을 달성하기도 했다.

고은빛 한경닷컴 기자 silverlight@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