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주열 한국은행 총재(사진)가 지금의 물가상승률(2017년 연간 1.9% 추정)이 한은의 물가안정목표(2%)에 다소 못 미치더라도 경기 상황에 따라 기준금리를 인상할 가능성이 있다는 뜻을 내비쳤다.

이 총재는 지난달 29일 인천 한은 인재개발원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현재 물가 수준이 낮더라도 중기적으로 경기 회복세가 지속되면 통화정책 완화 정도의 조정을 검토하겠다”고 말했다.

이날 이 총재는 재닛 옐런 미국 중앙은행(Fed) 의장의 발언을 인용했다. “옐런 의장은 ‘정책금리를 인상해나가지 않으면 언젠가는 물가가 상승하고 금융 안정이 저해될 가능성이 있는 만큼 물가안정 목표를 정해놓고 목표에 도달할 때까지 완화 정책을 이어가겠다는 생각은 적절하지 않을 수 있다’고 했다”며 “이 말에 공감한다”고 설명했다. 다만 “불확실한 대외 여건이 여전히 이어지고 있다”며 기준금리 인상과 관련해선 여전히 신중한 의견을 내비쳤다.

통화정책에 북한 핵실험과 미사일 발사 등 지정학적 위험이 주요 고려 대상이라고도 했다. 그는 “지정학적 위험이 고조되면 금융시장의 변동성은 더 커지고 경제주체 심리도 위축될 가능성이 있다”며 “그럴 경우 실물 경제에 부정적 영향이 예상된다”고 전망했다.

그러나 지정학적 위험에 따른 자금 유출 우려에 대해서는 “외국인투자자의 경계심이 커진 것은 사실이지만 본격적으로 국내 채권을 매도하는 움직임은 파악되지 않고 있다”며 “중앙은행이나 국부펀드 같은 중장기적 시계를 가진 기관도 자금 유출 움직임을 보이지 않고 있다”고 답했다.

가계부채 동향과 관련해선 “이미 분양된 아파트에 대한 집단대출이 이뤄지고 있고 신용대출이 함께 늘어나 여전히 예년보다 높은 증가세가 나타나고 있다”며 “정부가 곧 발표할 가계부채관리 종합대책 효과를 주의 깊게 지켜봐야 한다”고 말했다.

오는 10일로 만기를 맞는 한·중 통화스와프 협상에 대해선 구체적인 언급을 피했다. 한은은 3500억위안 규모 한·중 통화스와프 연장 여부를 두고 중국 인민은행과 협의하고 있다. 이 총재는 “가급적 빨리 결론을 내고 싶고 중국 인민은행도 그에 대한 입장이 다르지 않다”고 말했다.

김은정 기자 kej@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