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산그룹 계열사 전반에서 수익성이 회복되고 있지만 채무부담 등을 고려한 신용도는 각 계열사 별로 온도차가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두산중공업과 두산건설은 신용등급 하향조정 가능성이 커지고 있는 반면 두산인프라코어와 두산엔진은 자회사 두산밥캣의 주식을 활용해 차입금을 줄여나갈 여지가 있어 신용도를 끌어올릴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나이스신용평가는 최근 개최한 세미나에서 정부의 탈원전, 탈석탄 에너지 정책의 영향으로 두산중공업의 주요사업인 발전부문의 불확실성이 확대되고 있다며 신용등급 하향 조정 가능성이 커졌다고 분석했다. 이수민 나이스신용평가 수석연구원은 “신고리 5, 6호기 공사가 중단되면 수주잔고가 약 1조6000억원가량 줄어들 전망”이라며 “두산중공업이 올해 신규수주 목표액을 올초 10조6000억원에서 최근 8조2000억원으로 약 2조4000억원 줄였다”고 말했다. 최근 계열사 지원과 가스터빈 개발 등에 자금을 투입하면서 총차입금은 4조원을 넘어서 총차입금/상각전영업이익(EBITDA)가 10배를 상회할 정도 채무부담이 커졌다. 두산중공업의 신용등급은 ‘A-(부정적)’이다.

두산건설은 주택경기가 둔화될 가능성이 높은데다 최대주주인 두산중공업의 지원 여력 및 가능성이 이전보다 약화돼 신용도를 올리는 데 부정적이라고 평가했다. 올 상반기 기준 영업이익/금융비용이 0.7배로 영업이익으로 금융비용을 충당하기 어렵다.

“지난해와 올해 자산 매각 등으로 유동성을 확보했지만 내년부터 신주인수권부사채(BW) 조기상환이 이어지고 연간 금융비용과 운전자금을 충당하기 위해서는 계열사 지원이 일정부분 요구된다”고 이 연구원은 판단했다. 두산건설의 신용등급은 ‘BB+(부정적)’으로 투기등급이다.

반면 두산인프라코어는 영업수익성이 회복됐고 자회사인 두산밥캣의 지분을 경영권을 제외하고 19%가량 매각할 경우 차입금 부담을 덜 수 있을 전망이다. 이에 따라 현재 ‘BBB(부정적)’인 신용등급의 제고 가능성이 높다고 예상했다. 두산엔진도 두산밥캣의 지분을 감안하면 차입금 부담은 그리 크지 않은 수준이며 영업수익성 회복이 지속될 경우 신용도 제고가 가능할 것으로 내다봤다.

서기열 기자 philo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