닷새째 오르며 전날 74.71bp로 마감한 뒤 소폭 하락
외국인 국채현물 대량 순매도…매도주체 템플턴 가능성


한반도를 둘러싼 지정학적 위험이 고조되며 부도 위험 지표인 한국 신용부도스와프(CDS) 프리미엄이 닷새 연속 올라 19개월여 만에 최고치를 기록했다.

27일 금융정보제공업체 마르키트(Markit)와 연합인포맥스에 따르면 한국 CDS 프리미엄은 전날 74.71bp(1bp=0.01%p)로 마감하며 1.60bp(2.18%) 올랐다.

마르키트가 27일 오후 6시30분께 발표한 이날 잠정 종가 역시 74.02bp로 전날보다 0.69bp 하락하기는 했으나 지난해 2월11일(78.86bp) 이후 19개월여 만에 가장 높은 수치다.

5년 만기 외국환평형기금채권에 붙는 CDS는 채권을 발행한 국가·기업이 부도났을 때 손실을 보상하는 파생상품이다.

CDS 프리미엄이 높아졌다는 것은 국가·기업의 신용도가 낮아져 채권 발행 때 비용이 많이 든다는 뜻이고, 낮아졌다는 것은 그 반대 의미다.

다시 말해 CDS 프리미엄이 높아지는 것은 해당 국가·기업의 부도 위험이 커졌다는 뜻이다.

한국 CDS 프리미엄의 지속적인 상승은 최근 뉴욕 유엔 총회를 계기로 미국화 북한의 설전이 이어지며 한반도를 둘러싼 긴장이 고조된 영향으로 풀이된다.

실제 간밤에도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은 "북한에 대한 군사옵션을 완전히 준비했다"고 언급하는 등 양측의 갈등이 해소될 조짐이 보이지 않고 있다.

이에 한국 CDS 프리미엄은 지난 20일 종가가 전날보다 3.23bp(4.94%) 오른 68.63bp를 기록한 이래 5거래일 연속 오르며 닷새 만에 9.31bp(14.24%) 상승했다.

지난달 초에도 미국과 북한의 대치로 한반도 위험이 커지면서 한국 CDS 프리미엄이 5거래일 연속(8∼14일) 오른 바 있다.

채권시장에서 외국인이 국채 현물을 대량 순매도한 것도 같은 맥락에서 이해된다.

하나금융투자와 하이투자증권 등에 따르면 외국인은 전날 채권시장에서 원화 채권 현물을 2조원어치 순매도한 데 이어 이날도 8천억원 정도를 순매도했다.

전날 외국인이 순매도한 대표적 종목을 추려보면 잔존만기가 5∼6년 남은 국고10년 비지표물 13-6(5천900억원), 17-4(5천억원), 15-9(4천억원), 13-2(1천500억원), 5년물 지표물인 17-4(5천억원), 5년 비지표 15-9(4천억원) 등이다.

이미선 하나금융투자 연구원은 이 가운데 10년 비지표물 매도의 주체는 국내 채권시장 '큰손'인 미국 프랭클린 템플턴 펀드로 추정했다.

이 연구원은 "템플턴은 지난 6월27∼28일에도 약 2조원의 채권을 순매도한 이후 7월7∼12일 다시 2조원 가량 순매수한 것으로 추정된다"며 "전날 매도된 10년 비지표물 대부분이 지난 7월 초 템플턴이 매수했던 종목이라는 점에서도 이번 매도주체는 템플턴 펀드일 가능성이 크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그는 "분기 말을 맞아 포지션을 정리한 뒤 10월 중 다소 높아질 환율을 기대하며 추석 이후 재투자할 것"이라고 예상했다.

이 연구원은 "다만 5년 지표물 17-4는 템플턴이 보유하던 종목이 아니어서 우려로 남는 부분"이라며 "만약 원화 채권에 지속해서 투자했던 중국, 스위스 등 중앙은행의 매도라면 약세가 장기화할 가능성이 있어 확인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서향미 하이투자증권 연구원도 "한반도의 지정학적 위험이 커진 가운데 (국채 매도가) 외국인의 포트폴리오 조정인지 이탈인지 확신하기 어려운 상황이어서 국내 기관도 섣불리 저가 매수에 나서지 못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서울연합뉴스) 유현민 기자 hyunmin623@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