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B증권, 베트남 마리타임증권 인수…미국·홍콩 이어 동남아 공략 거점 마련
KB증권이 베트남 현지 증권사 마리타임증권을 인수했다. 미국(뉴욕)과 홍콩에 이어 동남아시아 시장 공략을 위한 거점을 마련했다.

26일 투자은행(IB)업계에 따르면 KB증권은 최근 베트남 마리타임증권 인수를 위한 주식매매계약(SPA)을 체결했다. 인수 대상 지분은 레딘응옥 이사회 의장 등 주요 주주 8명의 보유 지분(70.85%)을 포함해 100%에 약간 못 미치는 규모다.

인수금액은 400억원가량이다. IB업계 관계자는 “KB증권은 베트남 금융당국에 대주주 변경 인가를 신청하고 기다리는 중”이라며 “인가에는 2~3개월이 소요될 것”이라고 말했다.

마리타임증권은 2008년 베트남 하노이에 설립된 중소형 증권사다. 지난해 말 기준 총자산은 약 312억원, 자기자본은 약 242억원이다. 베트남 현지 79개 증권사 가운데 자산 기준 27위, 자기자본 기준 24위에 올라 있다. 자기자본이익률(ROE)은 5.75%다.

지난해 매출 약 79억원, 순이익 약 11억원을 올렸다. 올해 상반기에는 매출 약 33억원, 순이익 약 8억원을 기록했다. 대주주가 사업 포트폴리오 조정에 나서면서 매물로 나온 가운데 베트남 진출을 추진해 온 KB증권과 이해관계가 맞아떨어져 지분을 매각하기로 한 것이라는 게 증권업계의 설명이다. 전병조 KB증권 사장은 지난 1월 기자간담회에서 베트남 증권사 인수 추진 의사를 밝혔다.

KB증권은 마리타임증권을 인수한 뒤 정보기술(IT) 투자를 통해 브로커리지 부문을 강화한다는 계획이다. 이어 인수합병(M&A)과 주식발행(ECM), 채권발행(DCM) 등 IB 전 부문의 역량도 키워나간다는 전략을 세웠다.

KB증권이 가세하면서 베트남에 진출한 국내 증권사는 네 곳으로 늘어났다. 미래에셋대우는 10년 전인 2007년 베트남 법인을 세웠다. NH투자증권은 옛 우리투자증권 시절(2009년) 베트남 증권사 CBV 지분 49%를 인수하며 거점을 마련했다. 연내 추가 지분을 취득해 경영권을 인수하기로 현지 주주들과 합의하고 후속 작업을 진행하고 있다. 한국투자증권은 2010년 현지 증권사 EPS증권 지분 49%를 인수하며 합작법인 KIS베트남을 설립한 뒤 지분율을 98.7%로 끌어 올렸다.

국내 증권사들이 앞다퉈 베트남 시장에 진출하는 것은 높은 성장 잠재력 때문이라는 분석이다. 한 증권사 관계자는 “베트남은 인구의 60% 이상이 30세 이하일 정도로 풍부한 경제활동 인구를 앞세워 빠르게 성장하고 있다”며 “2014년 이후 매년 국내총생산(GDP) 성장률이 6%대를 넘는 등 고속 성장하면서 자본시장의 성장 잠재력도 덩달아 높아지고 있다”고 설명했다.

베트남 정부가 경제 성장을 위해 우호적인 정책을 펼치는 것도 매력 포인트로 꼽힌다. 외국인 지분 한도 상향 조정, 투자 절차 간소화, 파생상품 시장 개방 등 다양한 개방 정책을 추진하고 있다.

김병근 기자 bk11@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