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범죄도시' 윤계상의 이중생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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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범죄도시' 조직폭력배 보스 장첸 역 윤계상
"이미지 머무르는 것, 배우로서 위험한 일…장발 휘날리며 악역 도전했죠"
"이미지 머무르는 것, 배우로서 위험한 일…장발 휘날리며 악역 도전했죠"
배우 윤계상은 올여름을 슬리퍼 하나로 났다고 한다. 영화 홍보를 위한 인터뷰 날에 그는 '범죄도시'라는 글자가 커다랗게 그려진 티셔츠를 입고 머쓱하게 웃는다. 소탈한 차림새에서 꾸밈없는 인간성이 묻어났다.
"제작사 대표님이 지하철에서 홍보 티셔츠를 입고 다니시더라고요. 제가 열심히 안 할 수 없죠. 사실 똑같은 옷이 여덟 벌씩 있어요. 같은 옷을 입고 다닌지 꽤 됐어요. 사람들은 그만 좀 빨아 입어라 하는데, 모두 다른 옷이죠. 옷 선택에 대한 걱정거리가 없어지니 편하더라고요. 되게 이상한데 그렇게 사는 게 좋아요."
영화 '범죄도시'의 개봉을 앞두고 지난 26일 서울 종로구 삼청동 카페에서 윤계상을 만났다. 그는 인간 윤계상은 배우 윤계상 혹은 god의 윤계상과는 전혀 다르다고 강조했다.
"일상과 연기, 두 반려견 감사, 해요의 아빠 역할을 완전히 나눴어요. 자아를 많이 만들어 놨더니 지치지 않더라고요. 홍보와 무대인사를 하고 있는데 '이런 영화를 연휴에 걸어 언제 해보겠어, 피곤하지 않아'라는 생각이 들어요. 집에 가면 강아지 똥 치우고 있고, 이렇게 나눠 사는 것이 현명하다고 생각해요."
윤계상은 좋은 사람이 되고 싶다고 했다. 물론 쉽지 않겠지만 다른 사람에게 좋은 영향을 줄 수 있는 사람이 되는 것이 목표다.
"요즘은 자기 살기도 바쁜 시대잖아요. 내 걱정에 내가 파묻히기도 하는데, 나를 챙기고 남을 위한다는 것은 정말 어려운 일 같아요. 저는 한마디라도 좋은 말을 건넬 수 있는 사람이 되고 싶어요. 이번에 호흡을 맞춘 진선규란 배우가 그래요. 굉장히 얌전하고 젠틀하면서도 말 한마디 한마디 뱉을 때마다 상대를 배려하죠. 그 마음이 상대에게 느껴지면서 치유가 되는 느낌입니다." '배우 윤계상'에 대해 그는 "몰입감이 세고 성실하다"라고 자평했다. "스스로 성실하다고 말하기는 쉽지 않아요. 하하. 하지만 집요하게 끝장을 보는 성격이라고 장담합니다. 고집이 있기 때문에 집중해서 연기하죠."
지난해 드라마 '굿와이프'로 젠틀한 매력을 뽐냈던 윤계상은 2015년 '극적인 하룻밤' 이후로 오랜만에 스크린에 복귀했다. '좋은사람'을 목표로 삼는 그에게 아이러니 하게도 악역에 도전하게 됐다.
윤계상이 출연한 '범죄도시'는 2004년 하얼빈에서 넘어와 순식간에 대한민국을 공포로 몰아넣은 신흥범죄조직과 악랄한 보스 장첸 일당을 일망타진한 괴물 형사 마석도과 강력반 형사들의 조폭소탕작전을 그렸다.
그는 머리부터 발끝까지 극악무도하고 무자비한 신흥범죄조직 보스로 분해 괴물 형사 마석도 역의 마동석과 날 선 연기대결을 펼쳤다. 장발을 질끈 묶고 피 튀기는 칼부림 연기를 마다하지 않았다. 장첸은 배우 윤계상의 이면을 발견하는 계기가 됐다.
"'전설의 고향'을 많이 봤던 세대입니다. 남자가 머리가 길면 정서가 의심 되고 공포감이 생기더라고요. '보통사람은 아니다'라는 의도를 보여주고 싶었어요. 전사없이 관객이 예상할 수 없도록 사투리를 쓰지만 중국 이름이죠. 여느 '조폭' 캐릭터들과 차별화가 된 것 같아요."
윤계상은 첫 악역이라고 해서 마음가짐을 특별히 달리 하진 않았다고 고백했다. 그는 "하나부터 열까지 순차적으로 잘 굴러갔다"라며 "수염도, 머리도, 저와 감독님이 상상한 캐릭터가 접점이 많아 좋았다"라고 만족감을 드러냈다.
그는 스스로 '지질한 역 전문'이라고 말했다. 영화 '비스티 보이즈'와 같이 지질하거나 힘이 없어보이는 듯한 순한 이미지가 악역 변신에 도움이 됐다고 털어놨다.
"장첸은 악랄하고 건장한 남자에 남성미를 뿜어내야 하기 때문에 기존 이미지와 상당한 거리감이 있습니다. 가수도 신인이 가장 돋보이는 것처럼 새로운 것을 했을 때 파급력이 센 것 같아요. 배우로서 이미지가 머물러 있는 것이 제일 위험하다고 생각하거든요. 그게 싫어서 매번 다른 역할을 하려고 합니다." 고단한 점들은 다른 촬영들과 같았지만 그저 열심히 할 수 있었다. 그리고 즐겼다. 함께 호흡을 맞춘 동료들 덕이다.
"상대 배우와 노는 재미를 느꼈습니다. 진선규, 김성규부터 작은 캐릭터를 연기한 배우까지 너무너무 잘했어요. 박지환도 동생이라는 것이 믿기지 않지만 재미를 한껏 살려줬죠. 마동석 형님은 이미 에너지가 터진 사람이고요. 리허설 한 번 허투루 한 적이 없어요. 기싸움 전혀 없는 완벽한 연기를 리허설부터 했죠. 기가 막히게 합이 좋은 팀입니다."
윤계상은 데뷔작부터 '범죄도시'까지 만난 모든 이들이 다 '은인'이라고 했다. "저 같은 사람에게 악역을 준다는 것도 업계에선 쉽지 않은 결정이죠. 증명된 배우를 쓰는 게 안전하니까요. 제작자들은 책임을 져야 하니까 더 어려웠을텐데, 저를 믿어준다는 점에서 더 열심히 해야 한다고 생각했습니다."
최근 진행된 언론 시사회 후 '범죄도시'는 달콤한 호평 세례를 받고 있다. 일반시사의 반응도 뜨겁다. 그는 작품에 대한 이같은 평가에 좋은 기색을 감추지 못했다.
"어렸을 때부터 시간이 걸릴 뿐이지 노력하면 결국 이루어진다는 믿음이 있어요. 그때그때 잘 견뎌온 것이 있지만 지나고 나니 나와 비슷한 길을 걷고 있는 사람들에게 '결국 때가 있고, 스스로 고생한 만큼 결실이 있을 거'란 말을 해주고 싶어요. 사람들은 노력의 대가로 성공의 틀을 생각하고선 실패했다고 합니다. 사람마다 다르게 올 수 있으니 마음의 문을 열고 꼭 확인했으면 좋겠어요."
김예랑 한경닷컴 기자 yesrang@hankyung.com
기사제보 및 보도자료 newsinfo@hankyung.com
"제작사 대표님이 지하철에서 홍보 티셔츠를 입고 다니시더라고요. 제가 열심히 안 할 수 없죠. 사실 똑같은 옷이 여덟 벌씩 있어요. 같은 옷을 입고 다닌지 꽤 됐어요. 사람들은 그만 좀 빨아 입어라 하는데, 모두 다른 옷이죠. 옷 선택에 대한 걱정거리가 없어지니 편하더라고요. 되게 이상한데 그렇게 사는 게 좋아요."
영화 '범죄도시'의 개봉을 앞두고 지난 26일 서울 종로구 삼청동 카페에서 윤계상을 만났다. 그는 인간 윤계상은 배우 윤계상 혹은 god의 윤계상과는 전혀 다르다고 강조했다.
"일상과 연기, 두 반려견 감사, 해요의 아빠 역할을 완전히 나눴어요. 자아를 많이 만들어 놨더니 지치지 않더라고요. 홍보와 무대인사를 하고 있는데 '이런 영화를 연휴에 걸어 언제 해보겠어, 피곤하지 않아'라는 생각이 들어요. 집에 가면 강아지 똥 치우고 있고, 이렇게 나눠 사는 것이 현명하다고 생각해요."
윤계상은 좋은 사람이 되고 싶다고 했다. 물론 쉽지 않겠지만 다른 사람에게 좋은 영향을 줄 수 있는 사람이 되는 것이 목표다.
"요즘은 자기 살기도 바쁜 시대잖아요. 내 걱정에 내가 파묻히기도 하는데, 나를 챙기고 남을 위한다는 것은 정말 어려운 일 같아요. 저는 한마디라도 좋은 말을 건넬 수 있는 사람이 되고 싶어요. 이번에 호흡을 맞춘 진선규란 배우가 그래요. 굉장히 얌전하고 젠틀하면서도 말 한마디 한마디 뱉을 때마다 상대를 배려하죠. 그 마음이 상대에게 느껴지면서 치유가 되는 느낌입니다." '배우 윤계상'에 대해 그는 "몰입감이 세고 성실하다"라고 자평했다. "스스로 성실하다고 말하기는 쉽지 않아요. 하하. 하지만 집요하게 끝장을 보는 성격이라고 장담합니다. 고집이 있기 때문에 집중해서 연기하죠."
지난해 드라마 '굿와이프'로 젠틀한 매력을 뽐냈던 윤계상은 2015년 '극적인 하룻밤' 이후로 오랜만에 스크린에 복귀했다. '좋은사람'을 목표로 삼는 그에게 아이러니 하게도 악역에 도전하게 됐다.
윤계상이 출연한 '범죄도시'는 2004년 하얼빈에서 넘어와 순식간에 대한민국을 공포로 몰아넣은 신흥범죄조직과 악랄한 보스 장첸 일당을 일망타진한 괴물 형사 마석도과 강력반 형사들의 조폭소탕작전을 그렸다.
그는 머리부터 발끝까지 극악무도하고 무자비한 신흥범죄조직 보스로 분해 괴물 형사 마석도 역의 마동석과 날 선 연기대결을 펼쳤다. 장발을 질끈 묶고 피 튀기는 칼부림 연기를 마다하지 않았다. 장첸은 배우 윤계상의 이면을 발견하는 계기가 됐다.
"'전설의 고향'을 많이 봤던 세대입니다. 남자가 머리가 길면 정서가 의심 되고 공포감이 생기더라고요. '보통사람은 아니다'라는 의도를 보여주고 싶었어요. 전사없이 관객이 예상할 수 없도록 사투리를 쓰지만 중국 이름이죠. 여느 '조폭' 캐릭터들과 차별화가 된 것 같아요."
윤계상은 첫 악역이라고 해서 마음가짐을 특별히 달리 하진 않았다고 고백했다. 그는 "하나부터 열까지 순차적으로 잘 굴러갔다"라며 "수염도, 머리도, 저와 감독님이 상상한 캐릭터가 접점이 많아 좋았다"라고 만족감을 드러냈다.
그는 스스로 '지질한 역 전문'이라고 말했다. 영화 '비스티 보이즈'와 같이 지질하거나 힘이 없어보이는 듯한 순한 이미지가 악역 변신에 도움이 됐다고 털어놨다.
"장첸은 악랄하고 건장한 남자에 남성미를 뿜어내야 하기 때문에 기존 이미지와 상당한 거리감이 있습니다. 가수도 신인이 가장 돋보이는 것처럼 새로운 것을 했을 때 파급력이 센 것 같아요. 배우로서 이미지가 머물러 있는 것이 제일 위험하다고 생각하거든요. 그게 싫어서 매번 다른 역할을 하려고 합니다." 고단한 점들은 다른 촬영들과 같았지만 그저 열심히 할 수 있었다. 그리고 즐겼다. 함께 호흡을 맞춘 동료들 덕이다.
"상대 배우와 노는 재미를 느꼈습니다. 진선규, 김성규부터 작은 캐릭터를 연기한 배우까지 너무너무 잘했어요. 박지환도 동생이라는 것이 믿기지 않지만 재미를 한껏 살려줬죠. 마동석 형님은 이미 에너지가 터진 사람이고요. 리허설 한 번 허투루 한 적이 없어요. 기싸움 전혀 없는 완벽한 연기를 리허설부터 했죠. 기가 막히게 합이 좋은 팀입니다."
윤계상은 데뷔작부터 '범죄도시'까지 만난 모든 이들이 다 '은인'이라고 했다. "저 같은 사람에게 악역을 준다는 것도 업계에선 쉽지 않은 결정이죠. 증명된 배우를 쓰는 게 안전하니까요. 제작자들은 책임을 져야 하니까 더 어려웠을텐데, 저를 믿어준다는 점에서 더 열심히 해야 한다고 생각했습니다."
최근 진행된 언론 시사회 후 '범죄도시'는 달콤한 호평 세례를 받고 있다. 일반시사의 반응도 뜨겁다. 그는 작품에 대한 이같은 평가에 좋은 기색을 감추지 못했다.
"어렸을 때부터 시간이 걸릴 뿐이지 노력하면 결국 이루어진다는 믿음이 있어요. 그때그때 잘 견뎌온 것이 있지만 지나고 나니 나와 비슷한 길을 걷고 있는 사람들에게 '결국 때가 있고, 스스로 고생한 만큼 결실이 있을 거'란 말을 해주고 싶어요. 사람들은 노력의 대가로 성공의 틀을 생각하고선 실패했다고 합니다. 사람마다 다르게 올 수 있으니 마음의 문을 열고 꼭 확인했으면 좋겠어요."
김예랑 한경닷컴 기자 yesrang@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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