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승혁(오른쪽)이 24일 인천 잭니클라우스GC 코리아에서 열린 한국프로골프(KPGA) 투어 제네시스 챔피언십에서 우승한 뒤 대회장인 정의선 현대자동차 부회장의 축하를 받으며 트로피에 입맞추고 있다.  /KPGA 제공
김승혁(오른쪽)이 24일 인천 잭니클라우스GC 코리아에서 열린 한국프로골프(KPGA) 투어 제네시스 챔피언십에서 우승한 뒤 대회장인 정의선 현대자동차 부회장의 축하를 받으며 트로피에 입맞추고 있다. /KPGA 제공
김승혁(31)이 압도적인 스코어 차로 우승컵을 안았다. 인천 잭니클라우스GC 코리아 어반·링크스코스(파72·7366야드)에서 24일 열린 한국프로골프(KPGA) 투어 제네시스 챔피언십(총상금 15억원) 최종 4라운드에서 8타차 단독 선두로 출발한 김승혁은 공동 2위 노승열(26·나이키골프)과 조민규(29)의 추격을 허락하지 않았다. KPGA 역대 최다 상금이 걸린 이번 대회에서 김승혁은 ‘미국프로골프(PGA) 투어급’으로 세팅된 어려운 코스에서 한·미·일 투어에서 활동하는 선수들을 제치고 최종합계 18언더파 270타로 우승했다. 그는 1라운드에서 8언더파 64타의 코스 레코드로 단독 선두에 오른 뒤 나흘 내내 선두 자리를 내주지 않은 와이어투와이어 우승을 달성했다. KPGA 투어 역사상 처음으로 시즌 상금 6억원 고지도 넘었다.

압도적인 승리

김승혁은 이날 경기에 앞서 “1타만 줄여 18언더파를 만들면 좋겠다”고 말했다. 결과는 그대로였다. 그는 1번홀(파4)부터 1m짜리 버디를 잡으며 기분 좋게 출발했다. 공동 2위를 달리던 조민규와 노승열은 같은 홀에서 보기를 범하며 10타차로 벌어졌다.

한층 더 또렷해진 우승을 의식해서일까. 김승혁은 4번홀(파4)에서 티샷을 왼쪽 워터해저드로 보내며 보기를 기록했다. 5번홀(파3)에서도 티샷이 흔들리고 3m짜리 파 퍼팅을 놓치면서 보기를 적어냈다. 조민규가 3번홀(파5)과 7번홀(파5)에서 1타씩을 줄여 김승혁을 6타차까지 추격했다.

하지만 추격은 여기까지였다. 김승혁은 7번홀(파5)에서 버디를 낚은 데 이어 8번홀(파3)에서 티샷을 홀 1m에 갖다 붙이며 다시 8타차로 달아났다. 11번홀(파4)에서도 조민규가 먼저 버디를 잡자, 김승혁은 흔들리지 않고 버디 퍼팅에 성공하며 타수를 유지했다. 김승혁은 이후 타수를 줄이지 못하고 18번홀(파5)에서 버디 대신 1타를 잃으며 11년 만의 10타차 우승 달성에는 실패했다.

전날 13번홀(파3) 홀인원을 앞세워 공동 2위까지 올랐던 조민규가 10언더파 278타로 공동 2위를 차지했다. 투어 통산 10승의 강경남(34·남해건설)도 이날 하루에만 7타를 줄이며 재미동포 한승수(31)와 공동 2위로 마감했다. 오는 11월 입대하는 노승열은 이날 버디 6개와 보기 4개, 더블보기 1개로 이븐파 72타를 치며 최종합계 9언더파 279타로 공동 5위에 올랐다.

딸 ‘승리’에게 바치는 우승

김승혁은 지난 6월 데상트코리아 먼싱웨어 매치플레이 우승 이후 시즌 2승째를 챙겼다. 통산 4승째다. 김승혁은 우승상금 3억원을 거머쥐며 장이근(2승·4억9000만원)을 제치고 상금순위 1위(6억3000만원)로 뛰어올랐다. 그는 2014년 자신이 세웠던 시즌 최다 상금(5억8914만원) 기록도 갈아치우며 KPGA 투어 사상 처음 6억원을 돌파했다. 다음달 국내에서 처음 열리는 PGA 투어 정규대회 CJ컵과 내년 제네시스오픈 출전권도 획득했다.

2주 전 딸을 얻은 김승혁은 이날 우승으로 두 배의 기쁨을 누렸다. 김승혁은 “딸의 태명이 ‘승리’였는데 딸의 출산과 함께 이렇게 우승을 하게 돼 너무나 기쁘다”고 말했다. 그는 “생애 첫 와이어투와이어 우승을 앞두고 매 라운드 압박감이 심했다”며 “이번 우승은 나 자신과의 싸움에서 이긴 선물”이라고 말했다.

“최경주 보자” 대회장 2만7000여 명 ‘북적’

올 시즌 처음 열린 제네시스 챔피언십은 나흘간 2만7000여 명의 갤러리를 동원하며 흥행에 성공했다. 역대 최다 상금 규모로 주목받은 이번 대회에는 ‘큰형님’ 최경주(47·SK텔레콤)와 양용은(46), 일본프로골프(JGTO) 상금랭킹 1위 김찬(27), PGA 투어에서 활동하는 노승열, 김민휘 등 한·미·일 투어 강자들이 한데 모였다. 잭니클라우스GC 코리아도 코스를 세계 대회 수준으로 끌어올렸다. 2015년 이곳에서 열린 프레지던트컵보다 전장을 160야드 더 길게 설정했다. 그린과 페어웨이, 러프 잔디길이 등도 ‘PGA급’으로 맞췄다. 제네시스 관계자는 “제네시스 챔피언십은 한국 남자골프를 부흥하는 동시에 제네시스 브랜드와 고객의 품격을 높여주는 계기가 됐다”며 “이번 대회가 한국 남자골프의 새로운 부활을 알리는 신호탄이 되길 기대한다”고 말했다.

최진석 기자 iskra@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