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의 사드(고고도 미사일방어체계) 배치 보복에 따른 현대·기아자동차 등 국내 완성차 업체의 판매 감소에도 불구하고 자동차 소재기업의 현지 진출이 잇따르고 있다. 뛰어난 기술력을 바탕으로 국내 업체는 물론 현지 완성차 업체로 부품 공급을 확대한다는 목표다.

24일 업계에 따르면 한화그룹의 자동차 소재 자회사인 한화첨단소재는 이달부터 중국 충칭에 차량용 범퍼빔과 범퍼 보강재인 스티프너 등 자동차 경량화 부품을 생산하는 공장을 시범 가동하고 있다. 한화첨단소재는 현대차 충칭공장과 중국 완성차 업체인 창안자동차 등에 납품할 계획이다.

한화첨단소재는 강도는 철과 비슷하면서도 무게는 20~25% 가벼운 ‘강화 열가소성 플라스틱(GMT)’을 소재로 한 범퍼 등을 생산하고 있다. 베이징과 상하이 등 중국 2곳을 비롯해 미국과 유럽 등 세계 8곳에 생산기지를 보유하고 있다. 회사 관계자는 “GMT의 세계시장 점유율은 70%에 달한다”며 “글로벌 완성차 업체로 공급을 확대해 현재 1조원대인 매출을 3조원대로 늘릴 것”이라고 말했다.

코오롱그룹 자동차 소재부문 계열사인 코오롱글로텍도 지난달 중국 충칭에 자동차 시트 제조공장을 세우기 위해 현지법인을 설립했다. 생산 규모는 아직 결정되지 않았지만 이르면 내년 상반기 공장 가동에 들어갈 것으로 예상된다. 코오롱글로텍은 코오롱인더스트리의 자회사로 국내 자동차 시트 원단 시장의 40%를 점유하고 있다. 타이어 보강재로 쓰이는

타이어 코드 등 세계시장 점유율 1위를 차지할 정도로 자동차 소재 분야 강자로 꼽히는 효성도 중국 장쑤성에 에어백 공장 증설을 추진하고 있다. 세계 1위 에어백 직물업체인 GST를 2011년 인수하면서 확보한 공장이다. 효성은 업계 최초로 에어백 원사부터 원단·쿠션까지 수직계열화 체제를 갖췄다. 소재업계 관계자는 “차량용 부품은 한국 제품 여부가 드러나지 않아 사드 보복의 영향을 받지 않는다”며 “중국 업체들의 기술력이 아직 부족해 현지 업체의 수요가 꾸준히 늘고 있다”고 설명했다.

김보형 기자 kph21c@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