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계·산업 대출 잔액 증가분의 절반 이상 부동산에 몰려
"부동산 급락하면 시스템 위기로 번져… 점진적으로 안정화해야"

금융팀 = 저금리 기조가 이어지면서 많은 돈이 풀리고 있지만, 절반 이상이 부동산 자금에 흘러가는 모습이다.

24일 한국은행 경제통계시스템에 따르면 지난 2분기 가계대출 잔액은 1천313조3천545억원을 기록했다.

지난해 2분기(1천191조6천376억원)와 비교하면 121조7천169억원 늘어난 수준이다.

이 중 예금취급기관의 주택담보대출 잔액과 주택금융공사의 주택담보대출 잔액을 합한 값은 693조2천143억원으로 1년 전과 비교해 64조8천85억원 증가했다.

전체 가계대출 증가분(121조7천169억원)의 절반 이상인 53.3%가 부동산 시장으로 흘러들어 간 것이다.

여기에 보험사나 여신전문기관의 주택담보대출까지 더하면 전체 가계대출에서 주택으로 흘러간 비율은 더 높아진다.

이런 모습은 가계 뿐 아니라 산업 대출에서도 마찬가지다.

지난 2분기 예금취급기관의 산업별 대출금 잔액의 합은 1천15조9천921억원으로 지난해 2분기보다 45조3천51억원(4.7%) 늘어났다.

이 중 부동산 및 임대업의 대출 잔액은 187조4천541억원으로 1년 전과 비교해 23조4천106억원(14.3%) 증가했다.

전체 산업 대출 잔액 증가분의 절반 이상(51.7%)이 부동산 및 임대업으로 흘러간 셈이다.

반면 제조업의 대출 잔액은 331조7천101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1조3천190억원(0.4%) 늘어나는 데 그쳤다.

부동산 및 임대업 대출 잔액 증가분이 제조업의 18배에 달하고, 증가율로 따지면 36배 가량 차이 나는 것이다.

이처럼 부동산으로 자금이 쏠리면서 부동산 가격도 크게 뛰고 있다.

한국은행과 통계청 국민 대차대조표 통계를 보면 지난해 말 기준으로 주택 시가총액은 3천732조222억원으로 집계됐다.

2015년 말 3천511조9천867억원에서 1년 동안 220조355억원, 6.3% 늘어난 규모다.

지난해 소비자 물가 상승률(1.0%)은 물론 명목 국내총생산(GDP) 증가율(4.7%) 보다도 높은 수준이다.

특히 최근 부동산 가격 상승을 이끄는 재건축 아파트의 시가총액은 더 빠르게 늘고 있다.

부동산114에 따르면 지난 상반기 기준 전국의 재건축 추진 아파트의 시가총액은 156조2천289억원으로, 1년 전(136조9천677억원) 보다 19조2천612억원(14.1%) 증가했다.

부동산 시장이 과열되자 정부도 8·2부동산 대책 등을 내놓으며 주택담보대출 조이기에 나서고 있다.

또 조만간 가계부채 대책을 추가로 내놓을 예정이다.

그러나 무작정 부동산 조이기에만 나서기도 어렵다.

전체 부채나 가계 자산에서 부동산이 각각 차지하는 비중이 크다 보니 부동산이 급락하면 전체 경제 시스템이 무너질 수 있기 때문이다.

신한은행이 전국 만 20∼64세 취업자 대상 설문조사를 토대로 작성한 '2017 보통사람 금융생활 보고서'에 따르면 가계 자산에서 부동산이 차지하는 비중은 평균 74%였다.

주원 현대경제연구원 경제연구실장은 "2008년 금융위기 때처럼 부동산 시장이 급락하면 부동산에 묶여 있던 대출들이 문제가 되면서 시스템 리스크로 이어질 수 있다"고 경고했다.

그는 "부동산 가격을 점진적으로 안정화하면서 가계부채를 줄여야 한다"며 "현재 정부 대책이 얼마나 효과를 낼 수 있을지는 더 지켜봐야 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서울=연합뉴스) laecorp@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