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이비 종교 빠지는 이유? 사회가 약자를 보호하지 못해서죠"
'구해줘' 작가 "시청자도 답답함을 능동적으로 견뎌줘 감사"
"시청자들도 상미와 촌놈 4인방처럼 답답함을 능동적으로 견뎌주신 것 같아요.

고맙습니다.

"
종영을 하루 앞둔 OCN 주말극 '구해줘'의 정이도(40) 작가는 최근 서울 상암동에서 가진 인터뷰에서 '보기 괴로운 내용인데도 시청률이 꾸준히 잘 나왔다'는 말에 이같이 답했다.

사이비 종교의 민낯을 고스란히 비춘 '구해줘'는 후반부까지도 '사이다' 한 모금을 쉽게 주지 않았다.

현실에서도 사이비 종교의 수장이 죽거나 구속돼도 그 조직은 쉽게 무너지지 않듯 '구해줘'는 사이비 종교의 폐쇄적이면서도 견고한 벽을 그대로 그렸다.

정 작가는 "피해자들 이야기를 들어보면, 드라마보다 더 끔찍하면 끔찍했지 절대 덜하지 않다"며 "극도 답답함의 연속이었지만 현실에 밑바탕을 뒀기에 개연성이 없지는 않았다고 생각한다"고 설명했다.

친딸 상미(서예지 분)를 구선원에 바친 주호(정해균) 역시 반은 실화다.

정 작가는 "두 딸을 사이비 교주에게 바쳤다는 어머니 이야기를 듣고 가슴이 아팠다"고 말했다.

그는 그러면서도 구선원은 한 가지 종교만을 모델로 하지 않았다고 강조했다.

그는 "한 가지 종교만 담으면 선입견을 줄 수 있어 가능한 한 여러 사례를 모았다"고 말했다.

유행어가 된 '될지어다'도 현실에서는 주로 '아멘'을 쓰지만, 그런 우려에 창조한 말이라고 정 작가는 설명했다.
'구해줘' 작가 "시청자도 답답함을 능동적으로 견뎌줘 감사"
연극 극본을 쓰다가 '구해줘'로 드라마 작가로 데뷔한 정 작가는 배우들에 대한 극찬도 아끼지 않았다.

"조성하 씨는 계속 제게 '영부가 더 악랄해야 한다'고 했어요.

영부가 더 강해야 4인방이 상미를 구출해내려는 의미가 더 강해진다면서요.

백발 염색도 조성하 씨 아이디어예요.

"
정 작가는 서예지에 대해서도 "화제가 된 방언 연기만 해도 제가 그저 '엘렐렐레'라고 지문에 써놓았을 뿐인데 그 이상을 연기해줬다.

상미 역할은 예지 씨 말고는 상상할 수 없다"고 강조했다.

그는 또 "워낙 성실했던 주인공 상환 역의 옥택연 씨, 남자들의 로망이 담긴 동철 역의 우도환 씨도 참 잘해줬다.

특히 도환 씨는 신인인데도 캐릭터에 대한 고민이 남달랐다"고 덧붙였다.
'구해줘' 작가 "시청자도 답답함을 능동적으로 견뎌줘 감사"
'구해줘'에서는 중년 배우들의 열연도 화제가 됐다.

상미의 부모를 연기한 정해균과 윤유선, 구선원 집사 역의 조재윤과 박지영은 극의 현실감을 끔찍하리만큼 높이는 데 큰 역할을 했다.

정 작가는 "중견 배우들도 처음 해보는 역할이라며 초반에는 낯설어했는데 역시 각자 중심을 잘 잡아주셨다"며 "특히 윤유선 씨와 박지영 씨는 서로 다른 모성을 잘 표현해주셨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집필할 때 집중한 부분도 처음에는 나약하게만 보였던 여성들이 후반으로 갈수록 능동적으로 문제를 해결하고 극복하는 모습"이라고 부연했다.
'구해줘' 작가 "시청자도 답답함을 능동적으로 견뎌줘 감사"
마지막으로 정 작가에게 왜 사람들이 사이비 종교에 빠지고, 또 헤어나오지 못한다고 생각하는지 물었다.

"사회가 상처받은 약자들을 제대로 보호하지 못하기 때문이죠. 결국 약자들은 신앙에 기대게 되고, 사이비 단체들은 그들을 잘 이용합니다.

일단 입문하면 가족까지도 협박하니 빠져나오기 어렵죠. 선한 마음을 이용하는 거예요.

'구해줘'가 우리가 주변을 좀 돌아보는 계기가 되면 좋겠습니다.

"


(서울연합뉴스) 이정현 기자 lisa@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