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망스튜디오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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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5년 3인조 보컬그룹 엠투엠 합류, 2013년 듀오 제이투엠 결성, 2016년 솔로 가수 파이로 재데뷔…. 가수 정환(사진)이 지난 12년간 가져본 이름들이다. 쉼 없이 노래했는데 ‘정환’이라는 가수는 언제나 무명이었다. 그런 정환이 tvN ‘수상한 가수’(연출 민철기)를 만나 ‘닭발’이라는 새 이름을 얻었다. ‘수상한 가수’는 무대 위 인기 스타가 무대 뒤 숨은 실력자의 복제가수로 빙의해 다른 팀과 대결하는 음악 프로그램이다. 이 프로그램 최초로 4연승을 거둔 정환을 서울 서교동의 한 카페에서 만났다.

“객석을 볼 수 없는 무대 뒤의 방에서 노래를 부르다 관객들의 감탄과 함성을 들었습니다. 그때 생각했죠. ‘나의 가수 인생이 헛되지 않았구나’ 하고요.”

그전까지 정환은 자신의 가수 인생이 허망하다고 여겼다. 그의 말대로 엠투엠은 추억 속 그룹이 됐고, 제이투엠은 다들 잘 모르는 이름이다. 솔로 활동은 그냥 좋아서 했을 뿐 히트곡도 없고, 얼굴도 알리지 못했다. 정환이 가수를 그만두고 군에 입대하기로 한 이유다. 입대 전 새 출발을 위해 친구와 함께 수원에 식당도 차렸다. 닭발을 주메뉴로 판매하는 곳이다.

“원래 가수를 그만두려고 닭발 가게를 차렸거든요. ‘수상한 가수’ 제작진에게 연락을 받은 것은 그 뒤였습니다. 처음에는 가벼운 마음이었어요. 입대 전 좋은 추억도 쌓고 잘되면 가게 홍보도 하고요. 그렇게 출연한 ‘수상한 가수’가 제 인생을 바꿨습니다.”

정환의 호소력 짙은 음색과 빼어난 가창력이 드디어 빛을 봤다. 복제가수 홍석천과 정환은 경연 무대를 한 번 끝낼 때마다 대기실에서 눈물을 쏟아냈다. 그만큼 진심을 다해 몰입했다. 4연승의 비결이다.

“가수로서 처음으로 인정과 칭찬을 받았습니다. ‘수상한 가수’는 제 인생의 터닝 포인트예요. 민철기 PD와 작가들을 비롯한 제작진께 정말 고맙습니다.”

정환은 22일 오후 6시 새 싱글 ‘끝도 없이 사랑해’를 기습 발표했다. ‘닭발’이 아니라 진짜 ‘정환’의 이름으로 칭찬받을 차례다. 하지만 그는 오는 28일 논산훈련소로 입대한다. 4주간의 기초군사훈련을 마친 뒤 사회복무요원(공익근무요원)으로 근무할 예정이다. 아쉽지 않냐고 묻자 그는 “올해 내 나이가 서른”이라며 “빨리 갔다 와야 한다”며 이렇게 말했다.

“데뷔 이래 쉼 없이 일했는데 이게 제 팔자인가봐요. 군 복무 얼른 마치고 가수 정환으로 다시 찾아뵙겠습니다.”

손예지 한경텐아시아 기자 yejie@tenasi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