샹떼PC방
샹떼PC방
현대산업개발 마케팅팀은 최근 서울 용산의 한 PC카페에서 팀 회식을 했다. 팀을 둘로 나눠 슈팅게임인 서든어택을 팀 대항으로 했다. 이들은 두 시간가량 게임을 즐긴 뒤 근처 호프집으로 자리를 옮겨 맥주를 마시고 헤어졌다. 이 팀의 한 직원은 “같은 팀으로 게임을 즐기다 보니 결속력이 강해진 것 같다”며 “폭탄주를 연거푸 마시다 만취해 돌아가는 기존 회식보다 낫다”고 말했다.

백화점업계에서는 스타크래프트 토너먼트가 열리고 있다. 주로 “어느 백화점의 누가 스타크래프트를 잘한다더라”고 소개받으면 맞붙는 식이다. 한 백화점의 김모 과장은 “게임 경기가 잡히면 평일에 3시간, 주말에는 5시간 정도 PC카페에서 연습한다”며 “일반 PC방은 담배 냄새가 나서 잘 안 찾는데 PC카페는 깔끔해서 좋다”고 말했다.

PC카페가 직장인들의 ‘게임 놀이터’로 뜨고 있다. 1990년대 처음 생긴 PC방은 원래 학생들이 방과 후 게임을 즐기는 장소였다. 2000년대 초 ‘스타크래프트’ 열풍이 불면서 본격적으로 전국에 PC방이 퍼져나갔다.
놀숲플러스
놀숲플러스
요즘엔 PC방이 한 단계 진화했다. 커피 전문점처럼 인테리어를 바꾸고, 다양한 음료와 음식 메뉴를 즐길 수 있는 PC카페가 생겨나고 있다. 이들 업체는 요금이 일반 PC방보다 약간 비싼 대신 깔끔한 분위기를 내세운다. 돈가스와 햄버거 등 음식도 판매한다. 게임을 즐기면서 음식을 먹을 수 있도록 키보드 위에 올리는 쟁반에 음식을 가져다준다. 요금은 한 시간에 1000~3000원 수준이고, 배틀그라운드 등 유료 게임을 하면 추가요금이 붙는다. 회원가입을 하면 요금을 할인해주는 곳도 많다.

담배냄새 대신 커피향이 향긋…요즘 직장인 여기서 논다
PC카페가 떠오른 배경에는 게임에 빠진 직장인들이 있다. 학창 시절 PC방에서 스타크래프트, 서든어택, 리니지, 바람의나라 등 게임을 하던 이들이 어른이 된 뒤 다시 게임을 즐기기 시작했다. 한 정보기술(IT)업계 관계자는 “직장인은 음식과 음료를 많이 주문하기 때문에 PC방의 주요 이용객이었던 학생보다 씀씀이가 크다”고 말했다.

오피스 상권인 종로, 강남, 용산 등에 주로 PC카페가 많은 이유다. 시간당 요금이 1200원인 서울의 한 PC카페에서 게임 5시간을 즐기고 볶음밥과 아이스 아메리카노, 감자칩을 주문하면 요금이 1만6000원가량 나온다. 지난달 블리자드가 ‘스타크래프트 리마스터’를 출시하면서 회식으로 게임을 즐기는 직장인이 부쩍 늘었다고 한 PC카페 운영자는 전했다. 토종 PC 제조업체인 주연테크는 최근 100억원을 PC카페 사업에 투자하겠다고 발표하기도 했다.

식품업체들은 PC카페 먹거리 사업에 뛰어들고 있다. 제너시스BBQ는 작년부터 BBQ e카페를 프랜차이즈로 운영하고 있다. PC방 안에 숍인숍 형태로 입점해 치킨, 떡볶이, 핫도그, 파스타 등을 판매한다.

이 밖에 아이센스F&C, 토스피아 등 업체들이 숍인숍 형태로 PC카페 음식매장을 운영한다. 업계 관계자는 “식사 메뉴를 판매하면 자연스레 체류시간이 길어지는 효과도 있다”고 말했다.
VR플러스
VR플러스
3년차 직장인 김민지 씨는 우연히 들른 가상현실(VR)카페에서 호러체험을 한 뒤 주말마다 VR카페에 간다. 뒤에서, 공중에서 예고 없이 나타나는 좀비 때문에 기겁을 하고 “다시는 안 가겠다”고 다짐했지만 그때의 생생한 느낌이 자꾸 떠오르기 때문이다. 김씨는 남자친구와 영화관 대신 VR카페에 가서 레이싱 게임, 총쏘기 게임 등을 즐긴다. 그는 “남자친구도 PC방 게임보다 생동감 있고 스릴 있다며 VR카페를 좋아하게 됐다”며 “시내 곳곳에 VR카페가 생긴 데다 가격도 비싸지 않아 가장 선호하는 데이트 코스”라고 말했다.

브리즈
브리즈
VR기기로 생생한 게임을 즐길 수 있는 VR카페가 인기를 끌고 있다. 노래방처럼 시간 단위로 돈을 내고 다양한 VR게임을 즐길 수 있다. VR게임의 가장 큰 매력은 VR헤드셋을 쓰기만 하면 가상현실 공간에서 오감을 자극하는 생생한 체험을 할 수 있다는 것. 컴퓨터와 3차원(3D) 기술을 기반으로 게임, 영화, 스포츠 등 다양한 콘텐츠를 현실처럼 만들어낸다. 게임에서 부딪히거나 떨어질 때 소리를 지르거나 넘어지는 사람도 상당수다. 좀비가 나오는 호러게임은 울음을 터뜨리거나 중간에 포기하는 사람도 많다. VR카페를 자주 간다는 직장인 홍재광 씨는 “게임하지 않는 시간에도 같이 간 친구들이 헤드셋을 쓰고 벌벌 떠는 모습을 보는 재미가 쏠쏠하다”고 말했다.

주연YJM이 운영하는 VR카페 브리즈(VRIZ)에선 총을 쏴서 로봇 등을 물리치는 로우데이터, 레이싱 게임인 카트체이서, 고층 난간에서 도넛을 가져오는 고소공포증 게임 플랜크 등이 가장 인기다. 노래방처럼 시간당 방을 빌려서(1시간에 1만8000원) 한 공간에서 여러 게임을 이용할 수 있다. 초등학생 아들 때문에 VR카페를 종종 찾는다는 주부 박미진 씨는 “실제 화면도 아니고 만화 속 영상에서 도넛을 줍는 게임을 하면서 무섭다고 난리치는 사람들이 이해가 안 됐는데 헤드셋을 쓰고 고층 난간에 있는 도넛을 보자 발끝이 찌릿찌릿해 움직일 수 없었다”고 말했다.
VR플러스
VR플러스
VR플러스 VR파크 등 대부분의 VR카페는 체험기기(어트랙션)를 구비해 놓고 있다. 테마파크에서 자유이용권으로 놀이기구를 타듯 체험기기를 옮겨가면서 게임할 수 있다. 다섯 가지 게임기기를 체험할 수 있는 ‘빅5 이용권’, 특정 시간 동안 이용할 수 있는 100분(1만5000원), 60분(1만원) 이용권 등이 일반적이다. 호기심에 체험을 했다가 마니아가 되는 사람들도 있고, 친구 커플 직장 동호회 가족 단위로도 많이 방문하는 추세다.

국내에 VR카페가 생긴 것은 작년 하반기부터다. 정부가 안전관리 기준과 소방법 등 VR카페 설립에 걸림돌이 된 20여 가지 규제를 풀어주면서 VR플러스가 작년 10월 서울 강남에 첫 매장을 냈다. PC제조업체인 주연테크(주연YJM)와 문구업체 바른손 등도 VR카페 시장에 뛰어들었다. VR산업협회에 따르면 지난 7월 말 기준 정식으로 등록된 VR카페는 48곳이다.
담배냄새 대신 커피향이 향긋…요즘 직장인 여기서 논다
이수빈/이유정 기자 lsb@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