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강한 인생] "암 환자 유전체 기반 개인별 맞춤 치료 시대 열릴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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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의 인터뷰-윤승규 서울성모병원 암병원장
항암제에 표적치료제 병합
암 뿌리세포까지 죽이는 치료제 개발하는 게 목표
항암제에 표적치료제 병합
암 뿌리세포까지 죽이는 치료제 개발하는 게 목표
“항암제, 방사선 치료 등을 하면 암세포가 대부분 죽지만 일부 뿌리 세포가 죽지 않고 살아남아 환자를 괴롭힙니다. 이를 암 줄기세포라고 합니다. 10년간 암 재발 등의 원인이 되는 암 줄기세포를 사멸시키는 방법을 연구했습니다. 특정한 유전자를 타깃으로 하는 표적치료제와 기존 항암제를 병합해 암 줄기세포까지 죽일 수 있는 치료제를 개발하는 것이 목표입니다.”
윤승규 서울성모병원 암병원장(소화기내과 교수·58·사진)은 “모든 암 환자에게 똑같은 치료를 하는 시대가 끝날 것”이라며 “앞으로는 환자 유전체에 기반해 맞춤 치료하는 시대가 열릴 것”이라고 말했다.
지난 1일 암병원장에 취임한 윤 교수는 1985년 가톨릭대 의과대학을 졸업했다. 그는 1996년 한국과학재단 국비장학생으로 선정돼 미국 하버드 의대 부속 매사추세츠종합병원에서 난치성 암인 간암 유전자 치료 연구를 시작했다. 이후 국내 개인맞춤 치료를 열기 위해 간암 조기 진단법과 표적치료제를 개발해왔다. 2012년 이상엽 KAIST 교수팀과 함께 간암 줄기세포 표지자인 ‘CD133’을 이용한 가상세포 시스템도 구축했다. 이를 활용해 환자마다 다른 항암제 감수성을 평가하는 연구도 하고 있다. 윤 교수를 간암 치료 명의이자 국내 맞춤형 암 치료 연구 선구자로 꼽는 이유다.
세계보건기구(WHO) 서태평양 지역 간염 협력센터 소장도 맡고 있는 윤 교수는 각종 연구 업적을 임상에 적극 활용하고 있다. 그는 “간암처럼 복잡한 치료를 의사 한 사람이 결정하던 시대는 지났다”고 했다. 간암 치료를 할 때 여러 의사가 모여 치료법을 정하는 다학제 협진 시스템을 구축해 운영하고 있다. 윤 교수를 통해 간암의 특성과 치료법, 예방법 등에 대해 들어봤다.
▶항암제 전달 방식에 관한 연구가 많다.
“제약 분야의 큰 시장 중 하나가 약물 전달 시스템에 관한 것이다. 1주에 세 번 맞던 주사를 2주에 한 번 맞는 것은 굉장히 큰 변화다. 시계 초침 원리를 응용해 소량 항암제를 1주일에 한 번씩 정기적으로 투여하는 메트로놈요법과 구슬을 활용해 항암제를 효과적으로 전달하는 비드삽입색전술 등을 시행했다. 간암은 간 동맥에 직접 주입하기 때문에 항암제 부작용을 줄이는 것이 어렵다. 부작용은 줄이고 효과를 극대화할 수 있는 양의 항암제를 꾸준히 주입하는 것이 중요하다. 두 방식 모두 간 기능을 유지하면서 충분한 항암효과를 내는 방법이다.”
▶간암은 항암제가 많지 않다.
“가장 좋은 치료법은 간이식 수술이다. 항암제를 많이 쓸 수 있는 질환이 아니다. 간경화를 동반해 기능이 나빠진 환자가 많다. 강한 항암제를 쓰면 환자가 빨리 사망할 수 있다. 전신 부작용도 심하다. 이 같은 이유로 국소 투여하는 항암요법이 발달했다. 최근에는 방사성 동위원소를 간 동맥에 주입해 암에 영양분을 공급하는 혈관을 막는 색전술도 활용된다. 다만 가격이 비싸고 폐에 문제가 없다는 것을 확인해야 한다. 항암제가 많지 않지만 다른 암과 달리 혈관에 직접 투여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최근에는 항암제와 유전자 치료를 병합하는 연구를 하고 있다. 항암제 치료, 색전술 등으로 안 죽는 간암 세포는 유전자 치료로 없애는 방법을 연구하고 있다.”
▶재발암에 대한 연구도 많이 했다.
“간암은 간경화에서 생긴 암이기 때문에 재발이 많다. 이식 외에는 완치가 없다. 재발 원인은 어떤 것이고, 기전은 뭔지, 왜 빨리 재발하는지에 대해 연구하고 있다. 재발을 막기 위해 어떤 방법을 활용해야 하는지도 고민거리다. 다른 암은 수술한 뒤 보조 항암치료를 하지만 간암은 수술 후 보조 항암치료가 거의 없다. 이를 보완해 수술 후 세포치료로 면역 기능을 높여 재발을 줄이는 방법을 연구하고 있다.”
▶간암을 예방하려면 어떻게 해야 하나.
“1980년 이전에는 국내 30~40대 사망 원인 1위가 B형 간염이었다. 1990년대 에이즈 연구를 하다가 간염 치료제가 개발됐다. 1983년에는 백신도 개발됐다. 한국은 백신 프로그램 덕분에 B형 간염을 줄이는 데 성공한 나라 중 하나다. 간염에 걸리지 않았을 때 백신을 맞는 것이 중요하다. 이미 간염이 생긴 사람은 항바이러스 제제를 잘 써서 만성간염이 활동성으로 진행되지 않도록 조절해야 한다. 이보다 진행한 간경화 환자는 암을 조기 발견하도록 검사를 잘 해야 한다. 암이 생기면 초기에 근치술로 치료해야 한다. 간암 고위험군은 6개월에 한 번 이상 검진해야 한다.”
▶생활습관은 얼마나 영향을 주나.
“간암의 가장 큰 원인은 B형 간염이고, C형 간염, 알코올이 뒤를 잇는다. 하지만 간염 환자가 젊을 때부터 술을 많이 마시면 암 발생과 진행이 빠르다. 일반적으로 간염 환자가 만성간염, 간경변, 간암으로 진행되는 데 50~60년 정도 소요된다. 하지만 최근에는 40대 전후에 간암 말기로 병원을 찾는 환자가 많다. 간염이 있는데 직업상 술을 많이 마시는 사람들이다. 간암 환자 중에는 1주일에 다섯 번 이상 마시는 사람이 많다. 여성은 남성보다 알코올로 인해 간 손상이 더 심하다. 이 같은 이유로 미국에서는 간염 환자는 술을 한 잔도 먹지 말라고 권고한다. 비알코올성 지방간도 중요한 간암 원인이다. 지방간은 비만 고지혈증 당뇨 등과 연관이 있다. 체중조절, 운동, 다이어트 등이 중요하다.”
▶간암 증상은 어떤 것이 있나.
“초기에는 거의 없다. 말기가 되면 체중이 줄고 피로감도 심해지고 샤워하다 배에 덩어리가 만져져 병원에 오기도 한다. 눈이 노래지고 피부색이 까맣게 돼서 병원을 오는 환자도 있다. 말기가 되기 전에는 증상이 없기 때문에 주기적으로 검진받는 것이 중요하다.”
이지현 기자 bluesky@hankyung.com
윤승규 서울성모병원 암병원장(소화기내과 교수·58·사진)은 “모든 암 환자에게 똑같은 치료를 하는 시대가 끝날 것”이라며 “앞으로는 환자 유전체에 기반해 맞춤 치료하는 시대가 열릴 것”이라고 말했다.
지난 1일 암병원장에 취임한 윤 교수는 1985년 가톨릭대 의과대학을 졸업했다. 그는 1996년 한국과학재단 국비장학생으로 선정돼 미국 하버드 의대 부속 매사추세츠종합병원에서 난치성 암인 간암 유전자 치료 연구를 시작했다. 이후 국내 개인맞춤 치료를 열기 위해 간암 조기 진단법과 표적치료제를 개발해왔다. 2012년 이상엽 KAIST 교수팀과 함께 간암 줄기세포 표지자인 ‘CD133’을 이용한 가상세포 시스템도 구축했다. 이를 활용해 환자마다 다른 항암제 감수성을 평가하는 연구도 하고 있다. 윤 교수를 간암 치료 명의이자 국내 맞춤형 암 치료 연구 선구자로 꼽는 이유다.
세계보건기구(WHO) 서태평양 지역 간염 협력센터 소장도 맡고 있는 윤 교수는 각종 연구 업적을 임상에 적극 활용하고 있다. 그는 “간암처럼 복잡한 치료를 의사 한 사람이 결정하던 시대는 지났다”고 했다. 간암 치료를 할 때 여러 의사가 모여 치료법을 정하는 다학제 협진 시스템을 구축해 운영하고 있다. 윤 교수를 통해 간암의 특성과 치료법, 예방법 등에 대해 들어봤다.
▶항암제 전달 방식에 관한 연구가 많다.
“제약 분야의 큰 시장 중 하나가 약물 전달 시스템에 관한 것이다. 1주에 세 번 맞던 주사를 2주에 한 번 맞는 것은 굉장히 큰 변화다. 시계 초침 원리를 응용해 소량 항암제를 1주일에 한 번씩 정기적으로 투여하는 메트로놈요법과 구슬을 활용해 항암제를 효과적으로 전달하는 비드삽입색전술 등을 시행했다. 간암은 간 동맥에 직접 주입하기 때문에 항암제 부작용을 줄이는 것이 어렵다. 부작용은 줄이고 효과를 극대화할 수 있는 양의 항암제를 꾸준히 주입하는 것이 중요하다. 두 방식 모두 간 기능을 유지하면서 충분한 항암효과를 내는 방법이다.”
▶간암은 항암제가 많지 않다.
“가장 좋은 치료법은 간이식 수술이다. 항암제를 많이 쓸 수 있는 질환이 아니다. 간경화를 동반해 기능이 나빠진 환자가 많다. 강한 항암제를 쓰면 환자가 빨리 사망할 수 있다. 전신 부작용도 심하다. 이 같은 이유로 국소 투여하는 항암요법이 발달했다. 최근에는 방사성 동위원소를 간 동맥에 주입해 암에 영양분을 공급하는 혈관을 막는 색전술도 활용된다. 다만 가격이 비싸고 폐에 문제가 없다는 것을 확인해야 한다. 항암제가 많지 않지만 다른 암과 달리 혈관에 직접 투여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최근에는 항암제와 유전자 치료를 병합하는 연구를 하고 있다. 항암제 치료, 색전술 등으로 안 죽는 간암 세포는 유전자 치료로 없애는 방법을 연구하고 있다.”
▶재발암에 대한 연구도 많이 했다.
“간암은 간경화에서 생긴 암이기 때문에 재발이 많다. 이식 외에는 완치가 없다. 재발 원인은 어떤 것이고, 기전은 뭔지, 왜 빨리 재발하는지에 대해 연구하고 있다. 재발을 막기 위해 어떤 방법을 활용해야 하는지도 고민거리다. 다른 암은 수술한 뒤 보조 항암치료를 하지만 간암은 수술 후 보조 항암치료가 거의 없다. 이를 보완해 수술 후 세포치료로 면역 기능을 높여 재발을 줄이는 방법을 연구하고 있다.”
▶간암을 예방하려면 어떻게 해야 하나.
“1980년 이전에는 국내 30~40대 사망 원인 1위가 B형 간염이었다. 1990년대 에이즈 연구를 하다가 간염 치료제가 개발됐다. 1983년에는 백신도 개발됐다. 한국은 백신 프로그램 덕분에 B형 간염을 줄이는 데 성공한 나라 중 하나다. 간염에 걸리지 않았을 때 백신을 맞는 것이 중요하다. 이미 간염이 생긴 사람은 항바이러스 제제를 잘 써서 만성간염이 활동성으로 진행되지 않도록 조절해야 한다. 이보다 진행한 간경화 환자는 암을 조기 발견하도록 검사를 잘 해야 한다. 암이 생기면 초기에 근치술로 치료해야 한다. 간암 고위험군은 6개월에 한 번 이상 검진해야 한다.”
▶생활습관은 얼마나 영향을 주나.
“간암의 가장 큰 원인은 B형 간염이고, C형 간염, 알코올이 뒤를 잇는다. 하지만 간염 환자가 젊을 때부터 술을 많이 마시면 암 발생과 진행이 빠르다. 일반적으로 간염 환자가 만성간염, 간경변, 간암으로 진행되는 데 50~60년 정도 소요된다. 하지만 최근에는 40대 전후에 간암 말기로 병원을 찾는 환자가 많다. 간염이 있는데 직업상 술을 많이 마시는 사람들이다. 간암 환자 중에는 1주일에 다섯 번 이상 마시는 사람이 많다. 여성은 남성보다 알코올로 인해 간 손상이 더 심하다. 이 같은 이유로 미국에서는 간염 환자는 술을 한 잔도 먹지 말라고 권고한다. 비알코올성 지방간도 중요한 간암 원인이다. 지방간은 비만 고지혈증 당뇨 등과 연관이 있다. 체중조절, 운동, 다이어트 등이 중요하다.”
▶간암 증상은 어떤 것이 있나.
“초기에는 거의 없다. 말기가 되면 체중이 줄고 피로감도 심해지고 샤워하다 배에 덩어리가 만져져 병원에 오기도 한다. 눈이 노래지고 피부색이 까맣게 돼서 병원을 오는 환자도 있다. 말기가 되기 전에는 증상이 없기 때문에 주기적으로 검진받는 것이 중요하다.”
이지현 기자 bluesk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