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견에 우는 질환' 뇌전증… 갑자기 정신 잃거나 안면발작 땐 의심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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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지현 기자의 생생헬스
뇌전증 원인과 예방법
뇌 속 회로가 망가지는 질환
선천성 기형·분만과정서 뇌 손상
뇌졸중·치매 걸렸을 때도 발병
근육수축 등 다양한 증상 나타나
환자 60~70% 약물로 치료 가능
일부는 수술이나 전기자극 치료
발작 땐 주변 사람들 도움 필요
편견 없애는 사회적 노력 병행을
뇌전증 원인과 예방법
뇌 속 회로가 망가지는 질환
선천성 기형·분만과정서 뇌 손상
뇌졸중·치매 걸렸을 때도 발병
근육수축 등 다양한 증상 나타나
환자 60~70% 약물로 치료 가능
일부는 수술이나 전기자극 치료
발작 땐 주변 사람들 도움 필요
편견 없애는 사회적 노력 병행을
뇌전증은 치매, 파킨슨병, 뇌졸중과 함께 대표적인 신경계 질환이다. 한 해 치료받는 국내 환자만 13만 명 정도로 비교적 많은 편이다. 하지만 신경계 질환에 대한 편견 때문에 치료를 제대로 받지 못하는 환자도 많다. 의학적 지식이 부족하던 과거에는 뇌전증 환자를 정신병자, 귀신 들린 사람 등으로 낙인 찍는 일도 흔했다. 질환에 대한 인식이 높아지고 치료법이 개발되면서 뇌전증은 적절한 치료를 받으면 고혈압이나 당뇨처럼 정상 생활을 할 수 있는 질환이 됐다. 편견 때문에 더 괴로운 질환, 뇌전증의 증상과 치료법 등에 대해 알아봤다.
이상 뇌파로 발작 생기는 질환
사람의 뇌에 있는 수억 개의 뇌세포는 컴퓨터 전기회로와 비슷하다. 일정한 전기적 신호를 주고받으며 상호 협조적인 상태를 유지해야 한다. 다양한 원인 때문에 뇌가 손상되면 뇌세포가 이상한 뇌파를 생성해낸다. 평정을 유지해야 할 사람이 발작적인 흥분 상태로 빠지는 것이다. 이때 보이는 증상을 뇌전증 발작이라고 부른다. 뇌전증은 과거 간질로 불렸다. 그러나 질환에 대한 부정적 이미지가 컸다. 이를 바꾸기 위해 이름을 뇌전증으로 변경했다.
뇌전증은 적절한 치료를 받으면 고혈압, 당뇨처럼 정상적인 생활이 가능한 질환이다. 약물이나 수술로 잘 치료하면 완치될 수 있다. 질환이 없는 사람과 똑같이 생활할 수도 있다. 하지만 여전히 질환에 대한 이해가 부족해 차별받는 환자가 많다. 직장 내 편견도 흔하다. 뇌전증 환자가 가벼운 경련발작을 하거나 뇌전증을 진단받은 사실이 알려지면 실직하거나 연인과 헤어지는 일도 많다. 뇌전증 환자에게 질환보다 무서운 게 편견이라는 말이 나오는 배경이다.
뇌 질환, 사고 등 뇌 손상이 원인
뇌전증은 뇌 질환이나 사고로 뇌가 손상됐을 때 주로 생긴다. 출생 후 영유아기 때는 분만 손상, 뇌의 발달이상, 선천성 기형, 중추신경계 감염 등으로 생긴다. 성인이 되면 뇌졸중, 치매, 외상, 뇌종양, 중추신경계 감염 등이 원인이다. 뇌졸중 후 뇌전증은 노인 뇌전증 환자의 가장 흔한 원인 중 하나다.
뇌전증 발작은 다양하게 나타난다. 크게 부분발작과 전신발작으로 구분한다. 부분발작은 의식이 있을 때 나타나는 발작이다. 한쪽 손이나 팔을 까딱거리거나 입꼬리가 당겨지는 운동발작, 얼굴과 팔다리 한쪽에 이상감각이 나타나는 감각발작 등이 있다. 가슴이 두근거리고 털이 곤두서거나 땀을 흘리는 자율신경발작, 갑자기 예전 기억이 떠오르거나 과거의 물건 장소 등이 친숙하게 느껴지는 정신발작 등도 많다. 갑자기 어딘가를 멍하게 쳐다보거나 입맛을 다시고 물건을 만지작거리는 등 의미 없는 행동을 반복하는 것도 발작 증상이다.
전신발작 증상이 생기면 초기에 갑자기 정신을 잃고 호흡곤란, 청색증, 근육 수축 등이 나타난다. 전신이 뻣뻣해지다가 나중에 팔다리를 씰룩거리면서 떠는 증상이 생긴다. 갑자기 행동을 멈추고 어딘가를 응시하거나 고개를 떨어뜨리는 증상이 5~10초 정도 지속되는 소발작도 있다. 근육 수축이 불규칙해 깜짝 놀라는 듯한 반응을 보이고 근육 긴장이 풀려 길을 걷다 갑자기 넘어지기도 한다.
뇌졸중 후 뇌전증도 흔해
원인이 밝혀진 뇌전증 환자의 20% 정도는 뇌에 외상을 입은 뒤 생긴 뇌전증이다. 환자 상당수는 외상을 입은 뒤 반복적인 경련 증상을 경험한다. 환자의 80%가 외상 후 1년 안에 첫 번째 경련을 경험한다. 90%는 2년 내에 경험한다. 급성 뇌졸중 증상으로 경련이 나타날 가능성도 있고 뇌졸중 치료 중 만성적 합병증으로 경련이 생기기도 한다.
뇌전증은 환자의 발작 증상을 토대로 진단한다. 뇌전증은 대부분 돌발적으로 나타나며 지속 시간도 1~2분에서 길어야 5분 이내다. 전조증상 유무와 형태, 발작 양상, 발작 후 증상, 두통, 수면 등의 정보가 필요하다. 고열, 뇌염, 약물 남용 등으로도 뇌 발작이 생길 가능성이 있다. 이들 요인이 없이 장기간 반복적으로 발작이 생기면 뇌전증으로 진단한다. 진단 기준은 대개 24시간 간격을 두고 두 번 이상 발작이 생길 때다.
발작파가 생기는지를 보기 위해 뇌파 검사를 하기도 한다. 미세한 뇌 손상 여부를 알려면 뇌 자기공명영상(MRI) 검사를 해야 한다. 뇌전증을 진단할 때 뇌파 검사가 중요하지만 뇌전증파가 나오지 않는다고 뇌전증이 아니라고 단정할 수는 없다. 발작 상태가 아니면 뇌파는 대부분 정상이기 때문이다.
환자 대부분 약물로 치료 가능
뇌졸중 후 뇌전증은 대부분 약물로 치료한다. 약물로 발작이 완전히 조절되면 2~4년 정도 항경련제를 복용해야 한다. 환자 60~70%가 약물로 발작을 조절할 수 있다. 수술로도 치료가 가능하다. 치료 설계를 하려면 약물저항성 여부부터 확인해야 한다. 2년 동안 최소 두 가지 이상 약물을 충분히 투여한 뒤 재발하면 약물저항성이 있는 것으로 판단한다. 이때 수술치료를 한다.
조성래 유성선병원 뇌졸중센터 신경과장은 “수술치료가 불가능한 환자는 감각 및 운동을 조절하는 미주신경이나 대뇌 깊은 부위에 전기 자극을 가하는 치료를 하기도 한다”고 했다.
그는 “약물치료에 반응하는 60~70%를 제외한 나머지 환자가 모두 수술치료 대상은 아니다”며 “수술은 뇌전증 원인이 어디 있느냐에 따라 결과가 다르다”고 했다. 대표적 부분발작인 측두엽 뇌전증은 수술 성공률이 65~85% 정도다. 그 외 부분발작 수술 성공률은 40~60%다.
뇌전증 환자는 생활리듬이 일정하지 않거나 큰 피로를 느끼는 등 컨디션이 나빠지면 발작이 생길 가능성이 있다. 컨디션을 조절하는 것이 중요하다. 발작을 일으킬 때 가족, 동료 등 주변 사람이 초기 대처를 잘해야 한다. 발작이 생기면 몸이 경직되고 근육이 부분적으로 수축되는 증상이 나타난다. 환자를 안전한 곳에 눕히고 고개를 돌려준 뒤 넥타이나 벨트 등을 느슨하게 해줘야 한다. 인공호흡을 하거나 환자의 입에 먹을 것 등을 넣는 행위는 삼가야 한다. 주위에 딱딱하거나 날카롭거나 뜨거운 물체를 치우고 머리 아래 방석이나 부드러운 담요 등을 놓아 발작 중 머리를 다치지 않도록 해야 한다. 필요하다면 119로 연락해 도움을 청해야 한다.
뇌전증에 대한 편견을 없애는 사회적 노력도 필요하다. 홍승봉 대한뇌전증학회장(삼성서울병원 신경과 교수)은 “뇌전증은 단지 뇌신경의 손상 등으로 신경이 일시적으로 놀라는 현상”이라며 “놀라는 신경 부위에 따라 손발을 떨기도 하고 의식을 잠시 잃기도 하지만 대부분 항경련제를 투여하면 당뇨 고혈압처럼 잘 치료된다”고 했다. 그는 “1년 이상 무증상인 뇌전증 환자는 60세 이상 운전자나 20대 운전자보다 교통사고 위험도 낮다”고 했다.
이지현 기자 bluesky@hankyung.com
사람의 뇌에 있는 수억 개의 뇌세포는 컴퓨터 전기회로와 비슷하다. 일정한 전기적 신호를 주고받으며 상호 협조적인 상태를 유지해야 한다. 다양한 원인 때문에 뇌가 손상되면 뇌세포가 이상한 뇌파를 생성해낸다. 평정을 유지해야 할 사람이 발작적인 흥분 상태로 빠지는 것이다. 이때 보이는 증상을 뇌전증 발작이라고 부른다. 뇌전증은 과거 간질로 불렸다. 그러나 질환에 대한 부정적 이미지가 컸다. 이를 바꾸기 위해 이름을 뇌전증으로 변경했다.
뇌전증은 적절한 치료를 받으면 고혈압, 당뇨처럼 정상적인 생활이 가능한 질환이다. 약물이나 수술로 잘 치료하면 완치될 수 있다. 질환이 없는 사람과 똑같이 생활할 수도 있다. 하지만 여전히 질환에 대한 이해가 부족해 차별받는 환자가 많다. 직장 내 편견도 흔하다. 뇌전증 환자가 가벼운 경련발작을 하거나 뇌전증을 진단받은 사실이 알려지면 실직하거나 연인과 헤어지는 일도 많다. 뇌전증 환자에게 질환보다 무서운 게 편견이라는 말이 나오는 배경이다.
뇌 질환, 사고 등 뇌 손상이 원인
뇌전증은 뇌 질환이나 사고로 뇌가 손상됐을 때 주로 생긴다. 출생 후 영유아기 때는 분만 손상, 뇌의 발달이상, 선천성 기형, 중추신경계 감염 등으로 생긴다. 성인이 되면 뇌졸중, 치매, 외상, 뇌종양, 중추신경계 감염 등이 원인이다. 뇌졸중 후 뇌전증은 노인 뇌전증 환자의 가장 흔한 원인 중 하나다.
뇌전증 발작은 다양하게 나타난다. 크게 부분발작과 전신발작으로 구분한다. 부분발작은 의식이 있을 때 나타나는 발작이다. 한쪽 손이나 팔을 까딱거리거나 입꼬리가 당겨지는 운동발작, 얼굴과 팔다리 한쪽에 이상감각이 나타나는 감각발작 등이 있다. 가슴이 두근거리고 털이 곤두서거나 땀을 흘리는 자율신경발작, 갑자기 예전 기억이 떠오르거나 과거의 물건 장소 등이 친숙하게 느껴지는 정신발작 등도 많다. 갑자기 어딘가를 멍하게 쳐다보거나 입맛을 다시고 물건을 만지작거리는 등 의미 없는 행동을 반복하는 것도 발작 증상이다.
전신발작 증상이 생기면 초기에 갑자기 정신을 잃고 호흡곤란, 청색증, 근육 수축 등이 나타난다. 전신이 뻣뻣해지다가 나중에 팔다리를 씰룩거리면서 떠는 증상이 생긴다. 갑자기 행동을 멈추고 어딘가를 응시하거나 고개를 떨어뜨리는 증상이 5~10초 정도 지속되는 소발작도 있다. 근육 수축이 불규칙해 깜짝 놀라는 듯한 반응을 보이고 근육 긴장이 풀려 길을 걷다 갑자기 넘어지기도 한다.
뇌졸중 후 뇌전증도 흔해
원인이 밝혀진 뇌전증 환자의 20% 정도는 뇌에 외상을 입은 뒤 생긴 뇌전증이다. 환자 상당수는 외상을 입은 뒤 반복적인 경련 증상을 경험한다. 환자의 80%가 외상 후 1년 안에 첫 번째 경련을 경험한다. 90%는 2년 내에 경험한다. 급성 뇌졸중 증상으로 경련이 나타날 가능성도 있고 뇌졸중 치료 중 만성적 합병증으로 경련이 생기기도 한다.
뇌전증은 환자의 발작 증상을 토대로 진단한다. 뇌전증은 대부분 돌발적으로 나타나며 지속 시간도 1~2분에서 길어야 5분 이내다. 전조증상 유무와 형태, 발작 양상, 발작 후 증상, 두통, 수면 등의 정보가 필요하다. 고열, 뇌염, 약물 남용 등으로도 뇌 발작이 생길 가능성이 있다. 이들 요인이 없이 장기간 반복적으로 발작이 생기면 뇌전증으로 진단한다. 진단 기준은 대개 24시간 간격을 두고 두 번 이상 발작이 생길 때다.
발작파가 생기는지를 보기 위해 뇌파 검사를 하기도 한다. 미세한 뇌 손상 여부를 알려면 뇌 자기공명영상(MRI) 검사를 해야 한다. 뇌전증을 진단할 때 뇌파 검사가 중요하지만 뇌전증파가 나오지 않는다고 뇌전증이 아니라고 단정할 수는 없다. 발작 상태가 아니면 뇌파는 대부분 정상이기 때문이다.
환자 대부분 약물로 치료 가능
뇌졸중 후 뇌전증은 대부분 약물로 치료한다. 약물로 발작이 완전히 조절되면 2~4년 정도 항경련제를 복용해야 한다. 환자 60~70%가 약물로 발작을 조절할 수 있다. 수술로도 치료가 가능하다. 치료 설계를 하려면 약물저항성 여부부터 확인해야 한다. 2년 동안 최소 두 가지 이상 약물을 충분히 투여한 뒤 재발하면 약물저항성이 있는 것으로 판단한다. 이때 수술치료를 한다.
조성래 유성선병원 뇌졸중센터 신경과장은 “수술치료가 불가능한 환자는 감각 및 운동을 조절하는 미주신경이나 대뇌 깊은 부위에 전기 자극을 가하는 치료를 하기도 한다”고 했다.
그는 “약물치료에 반응하는 60~70%를 제외한 나머지 환자가 모두 수술치료 대상은 아니다”며 “수술은 뇌전증 원인이 어디 있느냐에 따라 결과가 다르다”고 했다. 대표적 부분발작인 측두엽 뇌전증은 수술 성공률이 65~85% 정도다. 그 외 부분발작 수술 성공률은 40~60%다.
뇌전증 환자는 생활리듬이 일정하지 않거나 큰 피로를 느끼는 등 컨디션이 나빠지면 발작이 생길 가능성이 있다. 컨디션을 조절하는 것이 중요하다. 발작을 일으킬 때 가족, 동료 등 주변 사람이 초기 대처를 잘해야 한다. 발작이 생기면 몸이 경직되고 근육이 부분적으로 수축되는 증상이 나타난다. 환자를 안전한 곳에 눕히고 고개를 돌려준 뒤 넥타이나 벨트 등을 느슨하게 해줘야 한다. 인공호흡을 하거나 환자의 입에 먹을 것 등을 넣는 행위는 삼가야 한다. 주위에 딱딱하거나 날카롭거나 뜨거운 물체를 치우고 머리 아래 방석이나 부드러운 담요 등을 놓아 발작 중 머리를 다치지 않도록 해야 한다. 필요하다면 119로 연락해 도움을 청해야 한다.
뇌전증에 대한 편견을 없애는 사회적 노력도 필요하다. 홍승봉 대한뇌전증학회장(삼성서울병원 신경과 교수)은 “뇌전증은 단지 뇌신경의 손상 등으로 신경이 일시적으로 놀라는 현상”이라며 “놀라는 신경 부위에 따라 손발을 떨기도 하고 의식을 잠시 잃기도 하지만 대부분 항경련제를 투여하면 당뇨 고혈압처럼 잘 치료된다”고 했다. 그는 “1년 이상 무증상인 뇌전증 환자는 60세 이상 운전자나 20대 운전자보다 교통사고 위험도 낮다”고 했다.
이지현 기자 bluesk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