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간 8000억원이 넘는 교통 범칙금과 과태료 징수액을 교통안전 관련사업에 써야 한다는 주장이 보험업계에서 제기되고 있다. 단속을 강화해 징수액을 늘리기보다 교통안전시설 확충 등에 투자하는 게 더 효과적으로 교통사고를 줄일 수 있다는 취지에서다.

13일 보험업계에 따르면 손해보험회사들을 중심으로 교통 범칙금과 과태료 징수액을 특별회계로 운용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지금은 교통 범칙금 및 과태료 징수액의 20%가량은 응급의료기금으로 쓰이고 나머지는 일반회계로 편입되고 있다. 이에 대해 손보사들은 징벌적 벌금을 교통사고 예방에 투자하는 게 사고를 더 줄이는 효과가 있다고 지적한다. 손보업계 관계자는 “선진국에선 범칙금을 교통안전사업에 쓰도록 규정한 제도가 정착돼 있다”고 설명했다. 대표적인 게 이탈리아다. 이탈리아는 지난해 1조6000억원 규모의 교통 범칙금을 교통안전 관련 연구·홍보 등에 썼다. 프랑스도 1조1000억원가량의 교통 범칙금을 무인단속과 면허 관리 등에 쓴다. 일본은 지난해 징수한 6100억원의 교통 범칙금을 교통안전 시설 투자에 사용했다. 반면 우리나라는 매년 교통 범칙금과 과태료 징수액이 늘고 있지만 교통안전 시설에 대한 투자는 부족하다. 경찰청에 따르면 2012년 5500억원이던 징수 규모는 지난해 8053억원으로 늘었지만, 정부의 ‘지역교통안전환경개선사업’ 예산은 2013년 911억원에서 올해 124억원으로 급감했다.

우리나라도 1993년부터 2006년까지 자동차교통관리개선특별회계법을 운영한 적이 있다. 교통 범칙금과 과태료를 교통관리 시설 등에 쓰도록 규정한 것이다. 2003년부터 2006년까지는 교통 범칙금과 과태료를 전액 교통안전사업에 투자했다.

교통 범칙금과 과태료를 교통안전사업에 쓰자는 목소리가 커지자 김관영 국민의당 의원은 이 같은 내용을 담은 ‘도로교통안전특별회계법’ 제정안을 지난 7월 발의했다. 김 의원 측은 “일반회계에서 교통안전 관련 사업 예산을 편성한 결과 상대적으로 도로 개선이나 교통안전시설 설치·관리 사업 등에 충분한 재원이 확보되지 못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박신영 기자 nyuso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