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주에서 첫 외부일정 착수한 특조위 미대사관-미국무부간 문서 제공 요청

광주에서 첫 외부일정에 들어간 국방부 5·18 특별조사위원회가 5·18민주화운동 기록관을 통해 올해 초 리퍼트 주한미국대사가 전달한 미국 정부 5·18 관련 문서 제공을 요청해 그 배경이 주목된다.

5·18 특조위 소속 조사관은 13일 기록관에서 열린 5·18단체와의 면담이 끝난 후 '미 대사관(리퍼트)과 미 국무부와의 전문 일체 제공요망'이라고 적힌 쪽지를 기록관 측에 전달했다.

이는 이건리 국방부 5·18 특조위원장이 "시민, 5·18단체, 언론에서 위원회에 적극적으로 참여해 자료, 의견, 의혹이 있다면 제시해달라"고 당부한 것처럼 조사를 위한 기본 자료확보 차원의 요청으로 볼 수 있다.

특조위가 요청한 문서는 올해 1월 18일 광주를 방문한 마크 리퍼트 전 주한미국대사가 제공한 미국 정부가 기밀 해제 5·18 관련 문서 89건이다.

이 문서는 1980년 5월 당시 미 대사관 측이 수집한 정보와 12·12 쿠데타를 주도한 신군부 세력이 미국 정부에 제공한 정보를 바탕으로 작성됐다.

5·18 관련 정보, 고(故) 김대중 전 대통령 재판 동향, 당시 정치동향 및 사회상황 등이 일부 담겼다.

1980년 5월 2일부터 같은 해 12월 23일까지 작성된 문서는 미 대사관이 본국에 보고하거나 자체 보관해 오던 것이었다.

자료를 받은 5·18 재단은 대사관이 전달한 문건 89건 가운데 88건은 기존에 확보한 기록물과 같은 것으로 확인했고, 기존에 없던 자료 1건은 5·18과 직접 관련이 없는 내용으로 파악했다.

다만 기존 자료 88건에 삭제된 부분이 많아 미 대사관으로부터 전달받은 자료 분석을 통해 삭제된 내용을 일부 채우기도 했다.

특히 문건 중 하나인 5·18 당시 광주에서 작성된 '광주 소요에 대한 체류자의 설명' 영문 일지에는 항쟁 상황을 5월부터 날짜별로 정리돼 있다.

주한 미 대사관은 일지를 1980년 6월 10일 기밀전문으로 본국에 타전하며 "지금까지 우리가 본 보고서 중 가장 균형 잡힌 기록이자 분석"이라고 평가, 신중하게 다뤄주기를 요청하기도 했다.

또 문서에는 1980년 5월 미국 정부의 인권외교 포기가 광주에서 일어난 시민학살을 초래했다는 주장을 뒷받침하는 정황도 일부 나왔다.

특조위는 이 같은 행보는 군이 가지고 있는 각종 자료와 비밀 문건을 절차를 걸쳐 검토하고, 군 자료 외에도 민간 자료도 폭넓게 확보해 검토하려는 의지로 풀이된다.

5·18 민주화운동기록관 관계자는 "특조위에서 제공 요청한 자료는 5·18기념재단에서 가지고 있는 문건으로 요청을 전달하겠다"고 밝혔다.

(광주연합뉴스) 박철홍 기자 pch80@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