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년쯤 국면전환 시도 이뤄질 가능성" 견해도 나와

외교·안보 분야 전문가들은 11일(현지시간) 채택된 유엔 안보리 대북제재 결의(2375호)를 이해관계가 상이한 미·중 양국이 '중간지점'을 찾은 결과로 해석했다.

일부 전문가들은 북한의 6차 핵실험에 대해 두 강대국이 '파국'을 피하는 타협안을 도출한 점에 주목하며 현재의 제재·압박 국면을 대화 국면으로 전환하기 위한 모색이 내년쯤 이뤄질 수 있을 것이라는 견해도 제시했다.

일단 이번 결의의 강도 면에서 전문가들의 평가는 엇갈렸다.

조성렬 국가안보전략연구원 책임연구위원은 12일 "원유 공급이 어느 정도 제한됐지만 차단된 것은 아닌 데다, 북한의 섬유수출 봉쇄, 노동자 해외 송출 규제 강화 조치 역시 북한의 도발을 중단시키기는 어렵다고 본다"면서도 "다만 중국과 러시아가 제한적이지만 안보리 결의에 원유 요소를 포함하는 데 동의했다는 점에 커다란 의미가 있다"고 진단했다.

국립외교원 김현욱 교수는 "생각보다 실망스럽다"고 말했다.

김 교수는 "미국으로선 중국과 계속 줄다리기를 하면서 시간을 끌 수 없으니 합의를 한 것으로 보인다"며 "트럼프 행정부가 중국 역할론을 강조하면서도 (원유 차단 등의 고강도 제재에 동참하도록) 중국을 설득하지 못하는 것이 미중관계의 현실이니, 미중관계라는 큰 틀에서 보면 북한 문제 해결이 점점 어려워지는 것 같다"고 말했다.

동국대 김용현 교수는 자산동결·해외여행 금지 등이 부과되는 이번 결의상의 '블랙리스트'에 김정은 북한 노동당 위원장과 김여정 노동당 선전선동부 부부장이 빠진데 대해 "향후 북미간 대화 가능성까지 염두에 둔, 중장기적인 것을 고려한 조치로 보인다"며 "김정은 체제를 완전히 부정하는 방향으로 국제사회가 대북정책을 끌고 갈 경우 북한의 강력한 반발이 군사적 고강도 도발로 나타날 수 있는 만큼 제어하려는 고려가 있었던 것 같다"고 말했다.

미국, 중국, 북한 중에서 한쪽을 '승자' 또는 '패자'로 규정하기 어려운 내용의 결의가 도출된 것은 향후 북핵과 관련한 국면 전환의 여지를 남긴 것이라는 시각도 나왔다.

아주대 김흥규 교수는 "미국 입장에서 북한이 가장 부담스러워할 대북 원유 공급 부분을 제재하기 시작한 것은 중요한 메시지를 전한 것이고 중국 입장에서는 최근 북한의 6차 핵실험으로 커진 미국의 대북 군사행동 위협을 상대적으로 완화하면서 북한 붕괴를 촉발할 요인을 억제했다는 점에서 미·중이 '윈윈'한 결과"라고 평가했다.

김 교수는 "앞으로 중국은 러시아와의 협력을 바탕으로 자신들의 독자적 대북 협상안을 제시할 것이고, 그것을 바탕으로 북한을 설득해 내년쯤에는 판을 바꾸려는 노력을 할 것"이라며 "한반도 문제를 둘러싼 미중 간의 '빅딜'도 논의의 대상이 될 수 있으며, 내년 상반기까지는 많은 것이 결정될 것으로 본다"고 전망했다.

김용현 교수는 "미국으로서는 원유에서 최소한의 제한 조치를 거뒀으니 자신들 입장이 부분적으로 관철된 것으로 볼 수 있고, 중국 입장에서 그 정도 선에서 정리했다는 것은 미국과 북핵 문제와 관련해 척을 지지 않은 것"이라며 "미중러 간에 최대 공약수를 찾은 것이며, 앞으로 함께 북핵 문제를 풀어갈 수 있는 최소한의 기반을 만들어 낸 것"이라고 평가했다.

또 김현욱 교수는 "결국 미국 일부 언론이 보도하듯 미국은 '핵보유국 북한'과 함께 사느냐, 군사옵션을 택하느냐 중에 택일해야 할 수 있다"며 "대북 군사조치가 어렵다면 결국은 북한과 공존하는 방안에 대한 협상으로 연결될 수 밖에 없기에 협상 및 대화 국면으로 옮겨갈 수 있다"고 내다봤다.

조성렬 연구위원은 "내달 18일 개막하는 중국 공산당 19차 당대회에서 시진핑(習近平) 주석이 권력 기반을 확인하고 나면 미중 정상회담 등을 계기 삼아 미중 간에 북핵을 포함한 동북아 현안에 대한 포괄적 합의를 할 수 있을 것으로 본다"고 예상했다.

조 연구위원은 이어 "그즈음에 북한이 전격적인 대화 제의를 할 수 있지만, 그 전까지는 핵·미사일 협상력을 최대한 키우려 할 것이기에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발사를 통해 미사일 탄두의 대기권 재진입 능력을 보여주려 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서울연합뉴스) 조준형 이상현 기자 jhcho@yna.co.kr, hapyry@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