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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8년만에 드러난 'MB 블랙리스트'의 실체… 분노 넘어 한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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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꽃다운 10년이 훌쩍" 정부 비판했던 문화예술인 직격탄
    8년만에 드러난 'MB 블랙리스트'의 실체… 분노 넘어 한탄
    소문만 무성했던 이명박 정부 시절의 '연예인 블랙리스트'가 결국 사실로 드러나면서 방송연예, 영화, 문화계 안팎에선 분노를 넘어 한탄이 나온다.

    더이상 놀랍지도 않다는 반응이다.

    이미 박근혜 정부 때 저지른 '문화예술계 블랙리스트' 사건에서 정권이 입맛에 맞지 않는 문화예술인들을 어떻게 요리하는지를 똑똑히 봤기 때문이다.

    당시 블랙리스트에 오른 배우 김규리는 12일 자신의 인스타그램에 블랙리스트 명단을 캡처해 올리면서 "이 몇 자에…나의 꽃다운 30대가 훌쩍 가버리네. 10년이라는 소중한 시간이…"라며 소회를 밝혔다.

    이명박 정부 시절 '연예인 블랙리스트'를 처음 공개적으로 거론해 파문을 일으켰던 방송인 김미화는 전날 연합뉴스와의 전화통화에서 "10여 년을 제가 서고 싶은 무대에 서지 못했다"고 말했다.

    국가정보원이 2009년 '좌파 연예인 대응 TF'를 통해 관리했던 문화예술인이라며 이날 낱낱이 공개한 명단에 오른 인사는 문화계 6명, 배우 8명, 영화계 52명, 방송인 8명, 가수 8명 등 총 82명이다.

    당시는 확인 안 되는 소문이나 추측, 그렇고 그런 '음모론'으로 치부돼 지나쳐야 했던 일들의 배후가 7~8년이 지난 이제서야 실체를 드러낸 것이다.

    ◇ 이명박 정부 비판했던 방송연예인 직격탄

    이명박 정부의 블랙리스트에 오른 연예인들은 대개 평소 정치, 사회 문제에 관해 소셜미디어(SNS) 등을 통해 공개적으로 목소리를 내왔던 인물들이다.

    이들은 블랙리스트로 인해 방송출연이 막히는 등 직접적인 피해를 입었다.

    김미화는 2010년 자신의 트위터를 통해 "김미화는 KBS 내부에 출연금지문건이 존재하고 돌고 있기 때문에 출연이 안 된답니다"라는 글을 올렸다.

    KBS는 당시 이 발언을 문제 삼아 김미화를 경찰에 고소했다.

    방송인 김제동은 김미화에 앞서 여러 방송 프로그램에서 하차 통보를 받아 그의 출연을 놓고 외압이 작용하는 게 아니냐는 의혹을 키웠다.

    개명 전 '김민선'으로 불렸던 김규리는 광우병 촛불집회 당시 "광우병이 득실거리는 소를 뼈째로 수입하다니 차라리 청산가리를 입안에 털어 넣는 편이 오히려 낫겠다"라고 비판한 뒤 쇠고기 수입업체로부터 손해배상 소송을 당했다.

    이밖에 유준상, 이준기, 김구라, 권해효, 문소리 등도 평소 사회적 문제에 대해 공개적으로 목소리를 내왔다.

    ◇ 영화계 친노인사·민노당 지지자 대거 포함

    블랙리스트에 오른 영화계 인사들은 정치적 색채가 훨씬 뚜렷했다.

    고(故) 문익환 목사의 아들인 문성근은 2002년 대통령 선거 때 일찌감치 노무현 후보 지지를 선언하고 명계남과 함께 '노무현을 사랑하는 사람들의 모임(노사모)'를 조직했다.

    명계남은 11일 전화통화에서 "(MB 정권이) 제가 얼마나 미웠겠느냐. 그동안 TV 출연을 못 했다.

    방송국 사람이 (저의 출연을) 곤란하다고 하고, '위에서 안된다'고 하더라. 영화도 투자자들이 거부하고…"라고 말했다.

    여균동 감독 역시 2002년 대선 때 노무현 후보를 지원했으며, 노무현 대통령 서거 후 문성근과 함께 '국민의 명령'이라는 시민운동을 했다.

    이창동 감독은 참여정부 시절 문화관광부 장관을 지냈고, 박찬욱 감독과 봉준호 감독은 정의당의 전신인 민주노동당에서 활동했었다.

    배우 문소리 역시 민노당 당원이었다.

    블랙리스트에 오른 영화계 인사 중 나머지는 대부분 2006년 5월 지방선거 앞두고 민노당 지지선언을 한 감독들이다.
    8년만에 드러난 'MB 블랙리스트'의 실체… 분노 넘어 한탄
    ◇ 비판적 문화계 인사도 방송·강의 끊기는 등 피해

    블랙리스트에 오른 문화계 인사들은 대부분 트위터 등 소셜미디어(SNS)나 언론 인터뷰 등에서 이명박 정부의 정책을 비판했었다.

    현재 팔로워가 240만명인 '파워 트위터리안'인 작가 이외수는 트위터에 "외계인은 지구에 있는 모든 쥐를 데려가 줘"라며 이명박 전 대통령을 대놓고 풍자했다.

    2008년 그가 진행하던 MBC라디오 프로그램 '이외수의 언중유쾌'가 1년 만에 폐지돼 외압설이 일었다.

    '태백산맥'의 저자 조정래는 2010년 라디오 방송 인터뷰에서 "모든 정권은 임기가 끝나면 역사의 심판을 받게 돼 있는데 이 정부가 가장 심판받을 수 있는 부분이 4대강"이라며 이명박 정부 정책을 비판했다.

    당시 조 작가의 소설 '아리랑'은 TV 드라마로 만들기로 제작사와 계약까지 돼 있었으나 무산됐다.

    진중권 교수도 이명박 정부 시절 정부에 대한 독설로 여러 번 화제가 됐다.

    그는 2009년 홍익대에서 진행하던 강의가 이유 없이 폐강되고 강연이 돌연 취소되는 일을 겪었다.

    탁현민 청와대 선임행정관은 성공회대 겸임교수 시절 여러 차례 이명박 당시 대통령을 비판하는 발언을 했으며, 이명박 정부를 비판했던 인기 팟캐스트 '나는 꼼수다'(나꼼수)의 기획자로 활동했다.

    연극인인 김명곤 전 문화체육관광부 장관은 2010년 문화예술인 1천800여명이 4대강 사업 중단을 요구했던 시국선언에 참여했고, 화가 신학철은 2011년 서울시장 재보선 당시 박원순 후보 지지를 선언한 문화예술인 명단에 이름을 올렸다.

    ◇ 촛불문화제 참여 가수들 명단에 올라

    블랙리스트에 오른 가수들도 광우병 파동 당시 촛불문화제에 참여했거나, 미국산 쇠고기 수입 반대에 목소리를 낸 이들이다.

    그중에는 노무현 전 대통령을 공개적으로 지지했던 지지자들도 있다.

    양희은과 안치환, 윤도현, 김장훈은 2008년 광우병 파동 당시 광화문에서 열린 '미국산 쇠고기 수입 반대 촛불문화제'에 참여해 공연했다.

    양희은은 "그런 명단에 들어갔는지 전혀 몰랐는데, 돌이켜 보니 그래서 당시 내가 한가했나란 생각은 든다"고 했다.

    지금은 고인이 된 신해철은 안치환, 윤도현과 함께 노 전 대통령을 지지한 대표적인 가요계 인사다.

    신해철은 2002년 16대 대선 당시 노무현 새천년민주당 후보의 TV 찬조 연설을 하고, 유세장에 함께 다니며 지지를 호소했다.

    안치환은 2009년 이명박 정권을 규탄하는 600여 명 음악인 시국선언에도 동참했다.

    안치환은 "새삼스럽지 않다"며 "건전하고 좋은 노래를 부르는 사람에게 왜 그럴까"라고 했다.

    그룹 DJ.DOC의 이하늘은 2008년 TV 방송에서 미국산 쇠고기 수입에 대해 "대통령이 '얼리 버드'라고 하는데, 잠이 덜 깨서 비몽사몽 하느라 그런 결정을 내린 것 아니냐"고 꼬집었다.

    윤민석은 민중가요 작곡가로 과거 국가보안법 위반으로 구속된 전력이 있다.

    가요계 한 관계자는 "광우병 파동 당시 촛불문화제에 오르거나, 당시 SNS에 미국산 쇠고기 수입 반대 목소리를 낸 연예인들은 다수"라며 "명단의 기준을 잘 모르겠다"고 했다.

    이명박 정권을 비판해온 가수 이승환은 자신의 SNS에 관련 기사를 링크하면서 "나 좀 넣어라, 이놈들아!"라고 일침을 놓았다.

    (서울연합뉴스) 윤고은 조재영 이웅 이은정 황희경 기자 abullapia@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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