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화점·대형마트 성장세 '뚝'…신성장동력인 복합쇼핑몰 규제 조짐에 '우려'
소비자가 원해도 주변 중소상인 반대하면 신규 매장 안 돼
중소기업계 "복합쇼핑몰 등 모든 대규모 점포에 의무휴업일 지정해야"

새 정부 들어 점점 강화되고 있는 유통규제 정책에 유통업계는 부글부글 끓고 있다.

비록 표면적으로는 서슬 퍼런 규제 칼날을 앞세운 정부 당국에 드러내놓고 불만을 표출하지 못하고 있지만 이미 업황 부진으로 고전을 면치 못하고 있는 상황에서 "해도 너무 한다"는 목소리가 터져 나온다.

그동안 당국의 골목상권 보호 정책 시행 과정에서 소외돼온 지역 주민들도 소비자 권익을 지키기 위해 단체행동에 나설 조짐까지 보이고 있지만 중소기업계는 관련 규제가 더 강화돼야 한다는 입장이어서 절충이 쉽지 않은 실정이다.

◇ 백화점 매출 줄줄이 마이너스…대형마트도 성장세 멈춰

10일 통계청에 따르면 유통업계의 터줏대감격인 백화점 업계의 올해 1월 소매판매액은 작년 동기 대비 1.5% 하락했고, 2월과 3월에도 각각 5.6%, 3.5%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4∼5월에도 각각 -2.2%, -4.6%로 마이너스 성장세를 벗어나지 못했다.

백화점이 갈수록 사양산업이 돼 가고 있기 때문이다.

롯데백화점은 지난 1∼8월에 작년 동기 대비 매출 신장률이 마이너스(-)를 기록한 달이 여섯 달이나 됐다.

1월과 3월에만 반짝 플러스(+)로 돌아섰을 뿐 2월과 4∼8월이 모두 마이너스 신장세를 기록했다.

백화점 업계 1위인 롯데백화점이 이처럼 심각한 매출 부진에 시달린 것은 20년 전 외환위기 이후 처음이다.

현대백화점도 사정은 비슷해 지난 8개월 중 플러스 성장을 기록한 달이 1월과 3월, 6월 등 석 달에 불과했고, 나머지 다섯 달은 마이너스였다.

롯데백화점과 현대백화점은 최근 이런 상황이 반영된 '어닝쇼크' 수준의 2분기 실적을 발표했다.

롯데백화점과 롯데마트 등을 운영하는 롯데쇼핑은 올해 2분기 영업이익이 작년 동기보다 49% 급감한 873억원이었고, 현대백화점도 2분기 영업이익이 691억원으로 작년 동기보다 11%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오프라인 유통시장의 또 다른 축인 대형마트도 사정이 비슷하다.

한국체인스토어협회에 따르면 2008년 30조원을 돌파했던 국내 대형마트 시장규모(매출)는 2010년대 들어 당국의 강력한 규제정책이 본격화하면서 상승세가 꺾이기 시작해 2013∼2015년에는 3년 연속 매출이 39조원대에 머물렀다.

이 기간 대형마트 시장의 성장률은 0.3∼1.6%에 그쳐 사실상 제자리걸음을 했다.

업계 1위 이마트는 1993년 1호점을 선보인 지 24년 만인 올해 처음으로 신규 점포를 내지 않기로 하는 등 이상 신호도 감지된다.

2010년 이후 여러 차례 개정된 유통산업발전법은 격주 일요일 의무휴업, 전통시장 인근 출점 제한, 신규 출점시 인근 중소상인과 상생협의 의무화 등 대형마트의 자유로운 영업활동을 옥죄는 내용을 담고 있다.

오프라인과 달리 온라인 쇼핑시장은 최근 수년 간 매년 두 자릿수씩 고속 성장하고 있지만 너무 많은 업체가 난립하면서 출혈경쟁이 심해 업계 1위 이베이코리아를 제외한 대부분의 업체가 적자를 면치 못하는 실정이다.

유통업계 관계자는 "요즘처럼 업황이 좋지 않아 대부분 업체가 매출 부진에 시달리는 데도 당국은 강경 일변도의 규제정책만 쏟아내고 있다"며 "말로는 일자리 창출하라고 하면서 정책은 계속 일자리를 없애는 쪽으로 가고 있다"고 말했다.

구조적인 업황 부진과 중국의 사드(THAAD·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보복 등으로 유통업계가 고사 위기에 처했는데도 내부 사정은 전혀 고려하지 않고 규제 일변도의 정책만 편다는 불만이다.

◇ "복합쇼핑몰 규제, 중소상인 피해" vs "복합쇼핑몰도 의무휴업해야"

위기에 처한 오프라인 유통업계는 미래 성장동력으로 키우려던 복합쇼핑몰에 대해서도 추가 규제안이 나올 것으로 알려지자 크게 우려하는 분위기다.

신세계와 롯데 등 대형 유통기업은 주요 성장동력이던 백화점과 대형마트 성장세가 둔화하자 대형 복합쇼핑몰을 차세대 성장동력으로 적극적으로 육성하고 있다.

한 복합쇼핑몰 관계자는 "대형 복합쇼핑몰 하나가 생기면 5천개 안팎의 새로운 일자리가 창출된다"며 "새 정부의 최우선 정책 목표가 일자리 창출인데 실제 정책은 반대 방향으로 가고 있다"고 지적했다.

업계에서는 대표적 사례로 4년째 표류하고 있는 롯데 상암쇼핑몰 사업을 꼽는다.

서울 상암동 디지털미디어시티(DMC) 인근에 지을 예정이던 롯데 상암쇼핑몰은 인근 시장 상인들의 반발로 완공은 커녕 4년째 첫 삽도 뜨지 못하고 있다.

애초 롯데는 지하철 6호선 디지털미디어시티역 인근 부지 2만644㎡에 2017년까지 백화점과 영화관, 업무시설, 대형마트, 기업형 슈퍼마켓(SSM) 등이 결합한 대규모 복합쇼핑몰을 완공할 계획이었다.

롯데쇼핑은 서울시가 2013년 4월에 판매·상업시설 용도로 해당 부지를 1천972억원에 매각했으면서도 4년 넘게 쇼핑몰 건립 허가를 내주지 않고 있다며 최근 '서울시 도시계획 심의 미이행에 따른 부작위 위법 확인 소송'을 서울행정법원에 제기했다.

롯데쇼핑 관계자는 "복합쇼핑몰의 경우 입점하는 업체들이 대부분 자영업자이거나 소상공인"이라며 "각종 규제로 복합쇼핑몰 건립이 무산되면 일자리 창출도 어려워지고 결국 피해는 자영업자나 소상공인에게 돌아간다"고 말했다.

주변에 변변한 쇼핑 편의시설이 없어 롯데 상암쇼핑몰을 고대해온 인근 지역 주민들도 지난 4월 포털사이트에 '서부지역발전연합회' 카페를 만들고 입점 찬성 서명운동을 벌이는 등 단체행동 조짐을 보이고 있다.

하지만 중소기업계의 입장은 전혀 다르다.

중소기업중앙회는 최근 28건의 개정안이 발의돼 있는 유통산업발전법에 대한 중소기업계 의견을 담은 '바람직한 유통산업발전법 개정을 위한 중소기업계 제언'을 발표했다.

제언의 주요 내용은 유통산업발전법이 중소유통서비스업 보호라는 정책 목표 달성을 위해서는 ▲ 대규모 점포 등의 출점계획시 골목상권과의 상생 검토 ▲ 의무휴업일 지정 및 영업시간 제한 대상을 모든 대규모 점포에 적용 ▲ 금품 제공의 요구·약속 및 수수 금지 등의 내용을 포함한 법 개정이 이뤄져야 한다는 것이다.

중기중앙회 관계자는 "대규모 점포 출점 시 최소한 건축허가 신청 이전 단계에서 출점 여부가 검토돼야 한다"며 "상권영향평가도 광역지방자치단체장이 수행한 뒤 이를 바탕으로 지역협력계획서를 작성토록 해 유통업상생발전협의회에서 충분히 검토하는 절차를 거쳐야 한다"고 강조했다.

(서울연합뉴스) 정열 강종훈 정빛나 기자 passion@yna.co.kr